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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폭의 지하경제①]동네 형 따라다니다 어느새 '조직원'

등록 2016-03-16 07:00:00   최종수정 2016-12-28 16:4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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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조폭들, 과시욕으로 시작…"해보니 별로"  합법 사업, 불법적으로 운영해 수익 올려

【서울=뉴시스】오동현 기자 =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은 2015년 8월 기준 전국 교도소와 구치소에서 교정기관에 수용된 전·현직 조직폭력단체 구성원 30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및 심층면접을 해 단체의 구조, 수입원 등을 분석했다. 

 수형자들은 대부분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을 위반해 수감된 경우로, 과반수(64.3%) 이상이 10년 이상 조직생활을 하고 있었다.

 이들이 속한 조직폭력단체의 결성 시기는 1980년대가 38.7%(96명)으로 가장 높았고, 그 뒤를 이어 1990년대 28.2%(70명), 1970년대 12.5% (31명) 순으로 나타났다.

 조직폭력단체의 주 활동지역은 권역별로 수도권(39.4%)과 영남권(34.6%), 호남권(13.7%), 강원권(5.5%), 충청권(3.0%), 제주권(1.4%) 등으로 드러났다. 개별 지역으로는 경기도(20.9%), 부산(18.8%), 인천(10.6%) 등 순이었다.

 ◇3명 중 1명 월 100만원도 못 벌어

 수형자들이 속했던 조직폭력단체의 규모는 50~99명인 경우가 41.9%, 100명 이상인 경우가 41.2%로 조사됐다. 이는 물리적 위력을 기반으로 불법적인 이익을 얻으려는 조직폭력단체의 특성 때문으로 분석된다.

 조직폭력단체의 직급은 두목, 부두목, 고문, 자금책, 행동대장 등으로 구분된다. 조직 내 최고결정자인 두목의 평균 연령은 50대(62%)와 40대(34.7%)가, 실무를 담당하는 행동대장은 30대(49.2%)와 40대(41.8%)가 각각 많았다.

 수형자 연령대는 조직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20대(31.4%)와 30대(47.5%)가 주를 이뤘고, 40대(14.5%)와 50대(3.6%) 등도 더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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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들의 조직 내 지위는 전체 응답자의 76.9%가 행동대원이었고, 13.9%가 행동대장이었다. 부두목이나 두목은 각각 4.3%, 3.9%에 불과했다.

 조직은 연령이 낮은 하급조직원의 인맥을 활용해 신입조직원을 모집하고 있었다. 신입조직원들은 금전적 이익을 추구하기보다는 과시 목적으로 들어온 경우가 많았다.

 심층면접에 응한 A씨는 "동네에 있는 조직들은 어릴 때부터 보고 자라던 형들이고 동생들이니까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조직원이 돼 있는 것"이라고 털어놓았다.

 B씨도 "17~19살인 학교 후배들과 같이 다니면서 생활시키고 데려오는 것이다. 어린애들 같은 경우 돈을 보고 들어온 것도 아니고 이 삶이 좋아서 과시하려고 들어오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수형자들은 중학생 때 36.7%, 고등학생 때 16.5%가 폭력집단 등 불량서클에 가입했던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신입조직원은 가입 시 기대하던 화려한 생활이 보장되지 않고, 조직 생활이 어려운 데다 조직원으로서의 이득과 비전 등이 없어 그만두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C씨는 "겉으로 보면 조직원들이 좋은 차 타고, 좋은 술 먹고, 돈을 쉽게 버는 것 같아 시작했지만 현실이 기대에 못 미치니까 도망가거나 그만둔다고 생각한다. 건달이 멋있고, 낭만 있어 보이지만 돈이 없으면 힘들다"고 토로했다.

 수형자들이 조직으로부터 받았던 월평균 보수는 100만원 이하가 36.6%로 가장 많았다. 하지만 500만원 이상을 받는 경우도 20.8%에 달해 격차가 컸다.

 이들 대부분은 조직으로부터 월급을 받지 않았다. 대신, 다른 조직원이 하는 사업에 관한 일을 해 그 대가로 돈을 받거나 일을 도와주고 용돈을 받는 경우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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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식점, 옷가게, 금융업 등에도 진출

 이들이 속했던 조직은 사업 한 가지보다 여러 가지를 겸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유흥업소 직접운영이 74.9%로 가장 많았고, 그 뒤를 이어 오락실·게임장 직접운영(61.9%), 사채업·채권추심업(54.4%), 도박장개설·사설 경마(50.8%)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이외에도 건축·부동산개발·시행사업 54.7%, 입찰·경매 34.9%, 연예 기획사업 33.6% 등에 상당히 관여하고 있었다. 최근 조직들은 합법형 사업을 불법적으로 운영하면서 불법수익을 내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이점은 성매매 알선업의 관여 비중이 33.6%로 상대적으로 낮았다는 점이다. 이유는 사업 자체가 불법이라 운영이 어려운 데다 수익 편차도 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조직이 운영하는 세 가지(유흥업·성매매영업·대부업) 대표사업의 연간 매출액은 최하 1000만원 이하부터 500억원 이상까지 다양하게 조사됐다.

 그중에서도 대부업은 과반수(56.5%)가 5억원 이상의 상대적으로 높은 매출을 올렸으며, 유흥업도 48.2%가 5000만~5억원 미만의 중간 정도 수익을 낸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성매매영업 관련 매출액은 1000만원 이하(10%)에서 최고 500억원 이상(10%)까지 전체적으로 다양하게 퍼져 있었다.

 하지만 조직이 전통적으로 관여했던 유흥업, 성매매영업, 대부업 등 사업은 최근 인기가 떨어지는 추세다. 처리해야 할 일이 많고 경찰의 단속이 심해져서 이제 편하게 사업을 할 수 있던 시기가 지나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D씨는 "요새는 음식점, 옷가게, 금융 쪽에서 일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옛날처럼 대부업으로 이자 받고, 협박하고 그러지 않는다. 요즘에는 경찰의 내사가 너무 심해 그런 쪽 일을 거의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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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씨는 "(투자자가 투자를 하고 지분을 통해 수익을 나눈다는 것은 영화 같은 이야기다. 야쿠자처럼 거대한 조직에서나 그렇게 운영한다. 우리는 싸움할 때나 조직적으로 움직일 뿐이지 수익구조는 개인적으로 있다고 봐야 한다. 차를 좋아하면 중고차 사업을 하는 식으로 개인이 아는 분야에서 일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흥업 등 초기 자본을 많이 투입하는 사업을 운영할 때는 일반인과 공동 투자하는 방식을 지향하고 있었다. 실제로 절반 가량이 5000만~5억원 미만의 금액을 일반인과 50대50으로 투자해 사업을 운영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조직폭력단체들은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었음에도 세금 납부에 대해선 상당수가 부정적인 인식을 보였다.

 수형자들은 '조직에서 돈을 버는 만큼 세금을 충실히 낸다고 생각하는지'에 관해 묻자 '전혀 그렇지 않다'(12.1%)와 '그렇지 않다'(32.5%) 등 부정적으로 답했다.

 이들을 대상으로 탈세 이유를 설문 조사한 결과, '조직이 운영하는 사업 자체가 불법이기 때문'이라는 답변이 전체 응답의 59.7%로 가장 많았고, '불합리한 세금 구조 때문'(13.2%), '수익 은닉을 위해서'(10.5%), '회계사 조언에 따른다'(9.7%)라는 답변이 뒤를 이었다.

 그러나 응답자 중에는 조직의 세금 납부에 대해 '매우 잘 낸다'(17.5%), '잘 낸다'(37.9%)고 답한 경우도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형사정책연구원은 "불법적 활동을 통해 고수익을 추구하는 집단이지만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가능한 세금을 납부하려 노력하는 것으로 생각된다"면서 "사업 자체가 불법인 경우가 가장 많아 세금을 잘 내는 편이라고 답변했어도 실제 수준은 높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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