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 넘어간 '깡통전세', 피 같은 내 보증금 지키려면?
세 들어 사는 집이 경매에 넘어간다면 세입자는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을까. 세입자는 그 집에서 나와야 하는 불편이 있지만 보증금을 떼일 염려는 하지 않아도 된다. 경매 낙찰액에서 보증금만큼 배당받을 수 있는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경매 낙찰액 한도 내에서다. 그럼에도 A씨가 낙찰액보다 한참 적은 보증금도 돌려받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배당요구종기일'내에 배당권리 신청해야 11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따르면 A씨가 살던 아파트는 집주인이 무리하게 대출을 받으면서 지난해 11월 경매에 부쳐졌다. 이 아파트가 고가인 만큼 A씨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확률은 사실상 희박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이 아파트는 지난해 말 기준 감정가가 약 12억원인 데다 재건축 기대감으로 최근 몇 달간 수억원이나 올랐다"며 "재건축 투자 수요도 상당해 경매에서 감정가 이상에 낙찰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귀띔했다. 문제는 A씨가 배당권리 신청의 중요성을 간과하면서 발생했다. 세입자가 보증금을 돌려받을 '권리'를 행사하려면 스스로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본 경매에 앞서 직접 법원에 배당받을 권리가 있다는 사실을 알려야 한다. 이창동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배당권리는 반드시 법원에서 정한 기한(배당요구종기일) 내에 신청이 이뤄져야만 효력을 발휘할 수 있다"며 "이 기한이 끝나면 배당권리를 신청해도 인정받지 못하니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A씨는 구제받을 수 있을까? 배당요구종기일을 지나 배당권리를 신청한 경우 구제받을 방법은 전혀 없을까. 민사집행법에 따르면 예외적으로 특별한 사정이 있었다면 배당요구종기일을 연기해달라고 신청해 구제받을 수 있긴 하다. 가령 법원에서 일자 통지를 제대로 받지 못했을 경우 등이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이런 특별한 사정이 있었다는 점을 세입자가 반드시 입증해야 한다. 이 선임연구원은 "특별한 사정이 있었다는 점을 입증하기도 쉽지 않고, 개인적인 불찰일 경우 사실상 구제받기 어렵다"면서 "세입자 스스로 법원에서 통지하는 배당종기일을 잘 확인하고 그 기한 내에 반드시 배당요구를 신청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깡통전세'속출, 보증금 잃지 않도록 '주의' A씨가 세 들었던 아파트도 처음부터 집주인 대출이 많이 끼어있던 것은 아니다. A씨가 임대차 계약한 지난 2009년만 해도 4억원 정도의 대출만 있는 상태였다. 당시 이 아파트는 10억원대를 호가하는 데다 보증금은 1억8000만원밖에 되지 않아 A씨는 의심 없이 임대계약했다. 이후 A씨가 수차례 재계약하는 사이 집주인의 대출액은 눈덩이처럼 늘어났다. 하지만 A씨는 이를 간과했고 지난해 11월 이 집은 결국 경매에 부쳐졌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최근 경매에 나오는 깡통전세 물건이 늘어나고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셋값 비율)도 계속 높아지고 있다"며 "그만큼 세입자가 거액의 보증금을 잃을 위험도 커진 셈"이라 지적했다. 이어 "임대 재계약 시 그간 집주인의 대출 규모가 늘어나지 않았는지를 확인해야 한다"며 "집값 대비 대출이 많다면 재계약에 신중해야 손실을 피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