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10·4이산가족상봉' 제안 北 수용할까
문 대통령은 이날 쾨르버재단 초청 연설에서 "민족적 의미가 있는 두 기념일이 겹치는 이 날에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개최한다면 남북이 기존 합의를 함께 존중하고 이행해 나가는 의미 있는 출발이 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산가족 상봉은 문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내세웠던 주요 공약이다. 인도적 사업은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압박 공조를 와해시키지 않으면서도 남북관계 회복을 꾀하는 데 가장 효율적인 수단이라는 판단에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이산가족 상봉을 논의하기 위한 남북 적십자회담 개최를 희망한다"며 구체적인 접촉 채널까지 언급했다. 앞선 20차례의 이산가족 상봉 행사 때마다 사전 조율에 활용했던 채널이긴 하지만, 대통령이 구체적으로 채널을 언급함으로써 북한의 호응을 촉구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성사될 수 있는 여건을 만들려면 남북 간 대화 채널이 최대한 빨리 열려야 한다"며 "가시적인 움직임이 시작되어야 국제사회의 이해도 최대한 끌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북한의 호응 여부다. 북한은 새 정부 출범 이후 북한적십자회 중앙위원회 대변인을 통해 지난해 4월 탈북한 중국 북한식당 종업원 12명을 송환하기 전에는 이산가족 상봉을 비롯한 어떠한 인도주의사업도 협력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은 상태다. 여기에다가 정치적 상황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 지난달 말 북한 태권도 시범단을 이끌고 방한했던 장웅 북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은 스포츠 교류 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받을 때마다 "정치가 위에 있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거듭 표명했다. 이는 북한이 인도주의적 문제에도 정치적 여건을 고려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이 원하는 정치적 상황은 미국의 대북 적대시정책 철회, 체제안정 보장, 제재 완화 등으로 결국은 자신들의 핵과 미사일 문제에 간섭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정부 입장에서 문제시 안 할 수는 없지만, 이번 문 대통령의 제안을 보면 '종전과 한반도 평화협정'을 언급하는 등 북한의 도발 명분을 약화시킬 내용을 공세적으로 담고 있어 북한 입장에서도 마냥 외면하기 힘들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임 교수는 다만 "북한이 집단탈북한 식당 종업원의 송환을 이산가족 상봉 전제 조건으로 내거는 등 부정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어, 문 대통령의 제안이 담대하다고 해도 실제 북한을 견인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분석했다. 임 교수는 아울러 '쌀'과 '비료'가 북한에 있어 예전만큼의 매력적인 협상 카드가 아닌 상황도 정부가 고민해야 할 지점이라고 덧붙였다. 보건 분야 등의 카드도 검토 가능하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북한이 한 걸은 더 나갈 용의가 있다면, 이번 이산가족 상봉에 성묘 방문까지 포함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성사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남북 이산가족이 실제 고향을 방문한 적은 없다. 1985년에 '고향방문단'이라는 명칭의 행사가 진행되긴 했으나, 실제로는 서울과 평양을 상호 방문하는 형태였다. 이후 2000~2001년 1~3차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서울-평양' 교환방문 형태로 이뤄졌다. 이후에도 고향방문 방식의 상봉 행사가 논의되긴 했으나 모두 불발에 그쳤다. 임 교수는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남측에는 인도적 행사이지만 북측 입장에서는 정치적 행사 성격이 강하다"며 "성묘 방문 제안은 현 상황에서 북한이 받아들이기 어려워 보인다. 이 제안은 장기적인 차원에서 단계적인 방향성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