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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동일본 대지진 7년...후쿠시마 원전에 가다<上>

등록 2018-02-20 06:00:00   최종수정 2018-03-05 09:3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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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뉴시스】 조윤영 특파원 = 14일 방문한 후쿠시마 제1원전에는 수소폭발로 떨어져 나간 원자로 벽의 일부가 그대로 남아있는 등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상흔이 7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남아있다.사진은 공동취재단이 제공한 것이다. 2018.02.20.yuncho@newsis.com
2011년 3월 11일 14시 46분. 일본 미야기(宮城)현 앞바다에서 규모 9.0로 발생한 동일본대지진은 2만여명의 사상자를 냈다. 뿐만 아니라 쓰나미가 덮친 후쿠시마(福島) 제1원자력발전소는 방사성 물질이 누출되면서 전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곳 중 하나가 됐다. 오는 3월이면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한지 만 7년이 된다. 후쿠시마 제1원전, 후쿠시마산 농수산물 모니터링 현장인 후쿠시마현 농업종합센터 등 여전히 그날의 상흔과 치열하고 싸우고 있는 후쿠시마현을 지난 13일부터 1박2일 직접 둘러봤다. <편집자주>

<상>동일본 대지진 7년...후쿠시마 원전에 가다

사고 현장의 95%,일반 작업복만으로 작업 가능
폐로하기로 한 사고원전 1~4호기…오염수 차단 관건
시민들은 "뜬 소문이 가장 힘들어"

【후쿠시마=뉴시스】 조윤영 특파원 = 버스 차창 너머로 지나가던 일본의 여느 농촌 풍경이 지진으로 무너진채 통째로 멈춰버린 것 같은 장면으로 바뀌자 후쿠시마 원전 안으로 들어가는 게 실감났다. '들어가면 안된다'는 표지판이 입구 골목마다 붙어있는 사람 흔적 하나 없는 마을과 검은색 원전 폐기물용기가 쌓여있는 들판을 지나니 눈앞에 후쿠시마 원전이 나타났다.      

 후쿠시마에는 제1원전과 제2원전이 있다. 두 원전 모두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가동이 중단됐다. 특히 지진때 쓰나미로 전력이 차단되면서 수소폭발한 제1원전의 1~4호기는 방사성 물질이 포함된 기체가 대량으로 누출된데다 고장난 냉각장치를 대신해 뿌렸던 바닷물도 방사능 물질이 포함된 오염수로 누출되면서 2012년에 결국 폐로가 결정됐다. 도쿄전력은 1~4호기에서 남아있는 핵연료를 회수한 뒤 폐로할 계획으로, 폐로까지의 기간은 약 30~40년 정도를 내다보고 있다. 
 
 원전 참관은 신청부터 까다로웠다. 미리 신청을 해야하는데 신청서에 적어낸 주소와 신분증의 주소가 달라도 당일에 들어갈 수 없다. 필기구, 녹음기만 지참 가능하다. 원전 내부로 들어가는 절차는 더 까다롭다. 먼저 손가락 지문을 등록해야 한다. 이후 발급받은 전자카드와 함께 이중확인이 끝난 뒤에야 비로소 원전 내부로 들어갈 수 있다.

 창문 하나 없는 복도를 지나 엘리베이터를 탄 뒤 브리핑룸으로 들어서자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이 건물에 들어서서 처음 만난 창문과 그 너머의 사고 원전 1~4호기였다. 수소폭발로 무너진 벽면이 그대로 남아있는 사고 상흔이 1.5km 떨어진 지점에서도 또렷하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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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뉴시스】 조윤영 특파원 = 도쿄전력은 2011년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로 정지된 1~4호 원자로의 폐로를 결정했다. 약 30~40년 걸리는 이 작업에 투입된 근로자들이 14일 후쿠시마 원전 사고 상흔과 치열하게 싸우고 있다. 사진은 공동취재단이 제공한 것이다. 2018.02.20.yuncho@newsis.com
간단한 브리핑 뒤 지급받은 안전복 세트에는 안전조끼, 양말 두 켤레, 장갑, 모자, 마스크, 헬멧, 안경이 포함됐다. 먼저 양말 두 켤레를 바지 틈새로 살이 보이지 않게 꼼꼼하게 신은뒤 장갑을 끼고 안전조끼를 입었다. 마스크는 2011년 사고 직후에는 전면 마스크를 사용했다가 이후에는 반면 마스크로, 2016년부터 미세먼지용 방진마스크로 교체됐다.

 원전 내 95% 이상에서 일반 작업복으로 방진마스크만 착용하고 작업이 가능해지면서부터다.

 안전조끼 한쪽에는 출입용 전자카드, 또 한쪽에는 개인용 방사능 측정기를 넣었다. 일일 상한치는 100μ㏜(마이크로시버트)로, 이는 도쿄에서 뉴욕을 비행기로 이동했을 때 자연계로부터 받는 선량과 같다고 한다. 도쿄전력 측은 이날 약 4시간 취재 동안 기자가 받는 피폭량을 20μ㏜로 예상했다. 치아 X-RAY를 두번 찍는 것과 같은 양이라고 했다. 

 건물을 나서니 먼저 벚꽃나무 길이 가장 먼저 눈이 들어왔다. 과연 이곳에서 벚꽃이 필 수 있을까 의문을 갖는 기자의 눈에 아직 매서운 바람 사이로 올라온 벚꽃 봉오리가 보였다. 지진 전 1000그루였던 벚꽃나무는 현재 400그루만 남았다고 한다. 방사능 확산을 막기 위해 오염된 흙, 나무를 차단하려고 원전 내 잔디밭과 숲을 시멘트로 바르면서 유일하게 남은 자연이었다.

 이후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동안 방화복을 입고 시뻘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걸어가는 현장 근로자들의 모습이 자주 보였다. 마스크는 쓰지 않은 채 걷는 모습에서 작업 환경이 생각했던 것보다는 열악한 상황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원전 폐로커뮤니케이션 센터의 취재그룹 매니저인 히로세 다이스케(廣瀬大輔)는 사고 직후 가장 애쓴 것 중 하나가 바로 작업 환경의 개선이라고 했다. 30~40년으로 예상되는 폐로까지의 긴 여정동안 가장 고생하는 현장 근로자들이 지치지 않게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차가운 도시락 대신 따뜻한 밥을 언제든 먹을 수 있는 휴게소와 군것질도 할 수 있는 편의점이 딸려있는 휴게건물도 지었으며 무엇보다 원전 내 방사능 수치를 낮추려고 애썼다고 한다. 사고 직후 급한 수습을 위해 투입된 인원까지 포함해 8000여명이던 근로자들은 현재 5000여명으로 줄었다.  

 버스를 타고 사고 원전인 1-4호기에서 100여미터 떨어진 지점에 도착하자 수소폭발로 무너진 3호기 벽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다. 사고 원전에 남아있는 핵연료를 먼저 회수한 뒤 폐로로 진행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는 도쿄전력은 2014년 12월에 4호기의 핵연료 회수를 완료했다. 히로세 매니저는 "1~3호기도 차근히 진행하고 있다"며, "아직 핵연료가 완전히 회수된 것은 아니지만 원자로 압력용기(RPV)로 잘 차단되고 있다"고 여러차례 강조했다. 하지만 그도 용기 안에서 핵연료가 녹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원자로 폐로를 위한 준비와 함께 대두된 문제가 바로 사고 원전 밑의 지하수가 오염수가 되는 것을 차단하는 일이다. 오염수는 농수산물은 물론 인근 주민들의 생활과도 직접 연결되는 부분이다. 이를 위해 도쿄전력은 지하수를 퍼내는 원자로 우물인 '서브 드레인', 땅을 얼려 지하수가 원전 건물 내부로 들어가는 것을 차단하는 동토차수벽을 설치했다. 동토차수벽은 지난해 8월 전면 동결이 개시돼 오염수 문제도 많이 해결됐다는 것이 도쿄전력의 설명이다.

 하지만 오염수가 완전히 차단된 것도 아닌데다 원전 내에 보관하고 있는 저장탱크의 처리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히로세 매니저는 "처리와 관련해 정부가 논의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만 말했다.

 몇해전 도쿄전력은 지자체의 동의 아래 오염수를 바다에 방출한 적이 있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오염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후쿠시마가 방사능에서 완전히 자유롭기는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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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뉴시스】 조윤영 특파원 = 후쿠시마현에 위치한 하와이안리조트는 2011년 동일본대지진으로 건물이 붕괴됐지만 훌라댄스 등으로 상품을 특화시켜 지진 전으로 돌아가는데 성공했다. 13일 하와이안리조트에서 열린 훌라댄스 공연에 손님들이 나와 함께 춤추고 있다.2018.02.20.yuncho@newsis.com
버스가 2~3호기 가까운 지역인, 전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작업해야하는 옐로우존으로 들어가자 버스에서 측정한 방사능의 수치가 250μ㏜로 나타났다. 4시간이면 일본 정부가 정한 연간 개인 피폭 한계치(1밀리시버트)를 훌쩍 뛰어넘는 선량이 된다. 원전 내 선량이 많이 낮아지고 작업 환경도 좋아져 사고 직후의 전쟁터같은 느낌은 줄어들었지만 근로자들은 여전히 방사선과 사투를 벌이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원전 내에서 사고 상흔을 수습하기 위해 벌이는 사투는 후쿠시마 주민들의 삶에서도 엿볼 수 있었다. 프레스투어의 숙박지였던 이와키(いわき)시의 하와이안 리조트는 원래 탄광이었던 지역을 개발한 온천 호텔이었다.

 군지 마사히로(群司昌弘) 숙박총괄 매니저는 "2011년 동일본대지진으로 호텔건물이 붕괴된 하와이안 리조트는 당시 전문가들로부터 원상복구는 어렵다는 진단을 받았다"고 했다. 하지만 하와이언 리조트의 특화 상품인 훌라댄스 쇼를 전국에 순회 공연하면서 호텔을 홍보하고, 지역민들의 응원속에서 다시 호텔을 재건할 수 있었다고 한다. 

 매출도 2013년 이후부터는 지진 전과 비슷해졌다. 하지만 골프를 겸해 후쿠시마를 찾는 해외 손님의 발걸음은 아직 뜸하다며 현재 한해 200명 정도로 지진 전의 3분의 1 수준이라고 했다. 딸기 및 아스파라거스 농장을 하는 아오키 코치(青木浩一)도 2013년부터 딸기농장을 찾는 손님들의 숫자가 지진 전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실제 일본 내 소비시장에서는 후쿠시마산 채소를 꺼리는 분위기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전했다.         
 
 다카하시 노부히데(高橋伸英) 후쿠시마현청의 부흥계획담당 주간은 "정부로부터 받는 주택 지원, 도쿄전력의 배상금으로 생활하던 주민들이 다시 힘을 내서 생업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방사능으로 인한 문제가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래도 많이 개선되고 있다"며, "현재 후쿠시마현의 피난 지시 구역은 현 전체 면적의 약 2.7%"라고 강조했다. 일상적인 생활과 관광도 가능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그는 원상복구에 있어서 무엇보다 힘든 것은 "후쿠시마에 대한 뜬소문"이라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yunch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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