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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이란 핵협정 탈퇴시 美-유럽동맹 균열 불가피

등록 2018-05-08 10:0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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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세컨더리 보이콧 추진 시 경제적 충돌도 가능

서구 동맹 이견 심화...유럽, 러시아·中과 밀착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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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부르크=AP/뉴시스】2017년 7월 일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가운데),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왼쪽),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다. 2018.5.8.
【서울=뉴시스】이지예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핵협정(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 탈퇴를 강행하면 유럽 동맹국들로부터 강력한 반발이 예상된다. 최악의 경우 서구 동맹끼리의 정치경제적 충돌이 불가피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8일 오후 2시(한국 시간으로 9일 오전 3시) 이란 핵협정에 관한 결정을 발표할 예정이다. 영국, 프랑스, 독일, 러시아, 중국 등 나머지 JCPOA 서명국들은 모두 미국의 탈퇴를 반대하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지난 달 미국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JCPOA 잔류를 설득했다. 이어 보리스 존슨 영국 외무장관도 방미해 전방위적 설득 작업을 펼쳤다.

 유럽 3개국(E3. 영국, 프랑스, 독일)은 JCPOA에 허점이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트럼프 행정부가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일몰 조항, 탄도미사일 제재, 핵사찰 범위 등을 보완할 여지가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무엇보다도 E3는 미국이 일방적으로 JCPOA를 탈퇴할 경우 이란이 핵무기 개발을 재개하면서 핵위협이 다시 고조되고 중동 내 핵군비 경쟁이 심화할 가능성을 우려 중이다.

 미국이 탈퇴해도 E3는 핵협정에 남아 있을 전망이다. 미국을 제외한 다른 협정 서명국들과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현재로선 이란이 협정에 명시된 대로 고농축 우라늄 농축을 중단하고 핵시설 사찰에도 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일각에선 미국이 JCPOA를 파기한 뒤 이란과 거래하는 유럽 기업들에 '세컨더리 제재'(제재국과 거래하는 제3국 기관들도 제재)를 부과해 유럽 동맹들에게까지 탈퇴를 압박할 거란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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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콤=AP/뉴시스】3일(현지시간) 이란 콤에서 친정부 시위대가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의 사진을 들고 모여 있다. 2018.1.4.
사실상 전반적인 글로벌 금융 시스템이 세계 최대 경제 국가인 미국과 연계돼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미국 제재를 무릅쓰면서까지 이란과 사업을 하려는 기업들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JCPOA 체결 이후로도 아직까진 유럽과 이란의 무역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에 미국의 세컨더리 제재는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도 있다. 반대로 미국의 기업들만 이란과의 거래에서 소외될 것이란 설명이다.

 유럽이 세계무역기구(WTO)를 통해 미국의 이란 핵협정 탈퇴 응징을 시도할 수도 있다. 유럽연합(EU)은 과거 미국이 쿠바 거래 기업들에 대한 세컨더리 제재를 추진하자 WTO 제소를 추진하며 미국과 각을 세웠다.

 데이비드 손 전 이탈리아 주재 미국 대사는 정치매체 더 힐 기고글에서 미국보다 중동과 지리, 문화, 역사적으로 가까운 유럽에 이란 핵협정 문제는 매우 민감한 사안이라며 미국의 탈퇴 시 범대서양 갈등이 불보듯 뻔하다고 지적했다.

 정치적으로도 미국과 유럽 동맹들 사이 분열이 심화할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파리 기후협약 탈퇴, 범대서양무역투자동반자협정(TTIP) 유보 등 유럽과 함께 추진한 다자협정들에 제동을 걸며 유럽 정상들과 이미 숱한 갈등을 빚었다. 

 손 전 대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문제를 놓고 유럽과 엇박자를 내면 미국의 최대 서구 동맹들이 이란을 비롯해 러시아, 중국 등 미국과 적대적 입장에 있는 국가들과의 관계를 강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같은 상황이 현실화되면 서구 유럽이 미국의 대러 제재와 발맞춰 추진해 온 러시아 에너지 의존도 축소 계획에도 변경이 예상되며, 남중국해에서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시도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손 전 대사는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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