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 카딘 "트럼프, 이란핵협정 탈퇴시 美 동맹들로부터 고립"
트럼프, 내달 12일 이란 핵협정 갱신 여부 결정 예정美 "상당한 수정 없으면 떠난다"...유럽 "협정 유지해야"WSJ "유럽, 이란·러시아와 美외교적 고립 압박할 수도"
미국 상원 외교위원회 소속 벤 카딘 상원의원(민주·메릴랜드)은 29일(현지시간) 뉴욕에서 열린 예루살렘포스트(JP) 연례 컨퍼런스에 참석해 이 같이 지적했다. 카딘 의원은 "이란이 절대 핵무기를 보유해선 안 된 다는 점을 지지한다"며 "하지만 우리 스스로 미국을 동맹들로부터 고립시키는 상황을 마주하고 싶지 않다. 이란을 고립시키기 위해 국제사회와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5월 12일 미국의 이란 핵협정 갱신 여부를 다시 결정한다. 그는 작년 10월에 이어 올해 1월에도 이란 제재 면제를 갱신했는데 협정의 문제가 수정되지 않으면 이번에는 정말로 탈퇴하겠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30년 이후로는 이란의 핵개발 제한을 해제하도록 한 일몰 조항을 손보고 이란의 탄도미사일 시험과 개발을 억제해 이란이 핵협정의 사각지대를 악용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핵협정 탈퇴 경고를 놓고 미국과 유럽 동맹들은 이미 첨예한 이견을 빚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지난주 방미해 잔류를 종용했지만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핵협정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5개국과 독일이 이란과 체결했다. 특히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시절의 미국과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서방이 러시아와 중국을 설득해 협정 체결을 주도했다. 유럽국들과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물론 러시아와 중국도 미국의 이란 핵협정 탈퇴를 반대하고 있다. 미국이 주장하는 '핵합의 정신'엔 못미칠지 몰라도 현재로선 이란이 협정 자체를 위배한 사실이 없기 때문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27일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 외교장관 회의에 이어 29일 이스라엘을 방문해서도 이란 핵합의가 제대로 수정되지 않으면 미국은 탈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아직 협정 갱신 여부를 최종 결정하지는 않았지만 5월 탈퇴 가능성에 대비해 동맹국들이 준비를 갖추는 게 좋다는 맥락의 발언을 여러차례 했다. 그는 "상당한 수정을 통해 협정의 결점을 극복하지 않는다면 그(트럼프 대통령)가 오는 5월 협정에 잔류할 가능성은 낮다"며 "유럽 동맹들과 수정을 위해 계속 협력하겠지만 합의를 이루지 못하면 탈퇴할 것"이라고 말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와 마크롱 대통령, 메르켈 총리는 주말 사이 3자 논의를 통해 이란 핵협정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영국 총리실은 29일 성명을 통해 "협정이 커버하지 못한 주요한 요소들을 다룰 필요가 있다"면서도 "세 정상은 이란 핵협정이 이란의 핵무장 위협을 해제할 최선이라는 점을 협의했다"고 밝혔다. 이란 핵협정 외에도 미국과 유럽국들은 여러 현안을 놓고 갈등을 겪고 있다. 미국은 파리 기후협약, 범대서양무역투자동반자협정(TTIP)에서 발을 뺀 데 이어 유럽연합(EU)에 철강, 알루미늄 관세 부과를 압박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6일자 사설을 통해 트럼프가 이란 핵협정을 탈퇴하면 일부 유럽국들이 이를 빌미로 미국을 외교적으로 고립시키려는 시도를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WSJ는 유럽이 이란과 러시아와 합세해 미국을 압박할 경우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과 거래하는 유럽 기업들에 '세컨더리 제재'(제재국과 거래하는 제3국 기관들도 제재)를 검토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WSJ는 이렇게 되면 대다수 기업들이 이란보다는 미국과 거래하는 방향을 선택하겠지만, 미국의 일방적인 국제 협정 탈퇴로 인한 여파는 혼란 그 자체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