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상도유치원 철거, 증거인멸 우려…방식도 부적절"
"원인 규명 없이 증거 훼손…사건 축소 가능성 우려""건물 원형 보전 상태에서 중장비로 들어올리는데굳이 흙을 메운 것도 증거 훼손 의심 사기에 충분""보름~한 달이면 원인 조사 가능한데 급하게 철거""제2의 사고 막기 위해서라도 명확하게 짚고 가야"
상도유치원은 전날부터 본격적인 철거 작업에 들어간 상태로 10일 현재 철거 작업이 계속 진행 중이다. 동작구는 이날 오후 6시까지 작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선 원인 규명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공사업체와 구청 측이 철거 공사를 서두르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일각에서는 책임 회피를 염두에 둔 증거 인멸이나 다름없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도 있다. 이수곤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현 상황에 대해 "건물을 원형 보전한 상태에서 크레인 등의 중장비로 들어올리는 등 다른 방식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굳이 흙을 메운 것은 증거를 훼손하는 것이라는 의심을 하기 충분하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동작구 측은 철거를 위해 중장비들을 비슷한 높이만큼 올릴 수 있도록 압성토(흙 다지기) 작업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지만, 이 교수는 굳이 아래쪽에서 시도하지 않고 위쪽에서 중장비로 들어올리는 방식으로 충분히 철거가 가능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최대한 원형을 보존하고 이후 조사를 통해 소일 네일링(흙 속에 보강재를 삽입해 지반을 보강하는 공법)의 적정성을 판단했어야 한다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이 교수는 "제대로 원인 규명을 하려면 이번에 무너진 면이 45도인지 50도인지 등 세세한 부분들을 살펴야 한다. 무너진 면에 따라서 시공을 어떻게 했느냐가 결정된다"며 "하지만 이미 흙으로 메우면서 알 수 없게 돼버렸다. 혹자들은 흙을 파내면 된다고 하겠지만 이미 섞여버린 흙끼리는 구분이 어렵고, 다 훼손 시킨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책임을 회피하려고 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가 없고, 이런 상황을 서울시와 정부가 묵인해주면 안 된다"며 "결국 지금 상황에서 나중에 원인 조사를 한다고 해도 이미 증거가 없고, 상황을 축소하고 왜곡할 수 있을 거라는 우려가 든다"고 강조했다. 안형준 건국대 건축공학과 교수 또한 "흙막이 공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처음에 CIP 공법(주열공법)에서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락볼트 숏크리트(볼트를 박고 콘크리트로 고정) 방식으로 바꾼 것이 원인이라고 본다"며 "하지만 제대로 된 설명이 없이 건물을 헐어버리면서 증거가 인멸됐다"고 지적했다. 안 교수는 "최소 보름에서 한 달이면 원인 조사가 가능한데, 귀책 사유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왜 그렇게 급하게 철거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제 2의 사고를 막기 위해서라도 명확하게 하고 넘어갔어야 했는데 그렇지 않은 부분이 아쉽다"고 덧붙였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