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1년 앞]'선거제 개편' 적용 가능할까…여전한 암초들
한국당 제외한 선거제 개편 패스트트랙 추진 난관"초유 입법 쿠데타, 의회민주주의 부정" 강력 반발연동형 비례제로 통폐합되는 지역구 의원들 저항도당론 찬성 민주·평화당 내부서도 반대 의원들 존재"연동형 비례대표제 최대 수혜자 정의당만 재미 봐"
【서울=뉴시스】김지은 기자 = 내년 4·15 21대 총선이 딱 1년 앞으로 성큼 다가왔지만 당마다 입장이 갈린 선거제 개편의 성사는 요원하기만 하다. 여야4당이 합의했던 내용대로는 진척이 힘들 거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지난 4월 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 등 여야 4당이 합의한 선거제 개편의 초안 내용은 '지역구 225석·비례대표 75석' 내에서 비례대표 의원은 각 당의 전국 득표율을 기준으로 연동률 50%를 적용해 배분하고, 남은 의석은 각 정당의 정당 득표율에 비례해 나눠주는 방식이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은 "자기 당 의원수 늘리기 선거법 개정과 대통령의 권력기관 장악용 법안 처리를 거래한다면 국회 역사상 최악의 정치적 야합"이라며 강하게 반발하는 상황이다. 선거제도 개편이 갈 방향은 안갯속이지만 순항하기 어려운 장애물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명백하다. 의석 수 계산법과 각 당들의 복잡한 속내가 얽여 있다. 과거에는 선거법이 여야 합의 하에 개정이 되어왔으나 이번에는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4당의 합의로 패스트트랙을 태우는 방식을 택한 것이 첫 번째 장애물이다. 국회에서의 법 개정 관행은 전통을 따르는 경우가 많은데, 과거와 다른 방식으로 속도를 높이려 하다 현실적 장애가 생겼다는 지적이다. 자유한국당도 선거제 개혁에 동의하지 않는 명분으로 패스트트랙을 들며 "패스트트랙은 신속한 처리를 요하는 안건에 대해 극히 예외적으로 허용해야 하는 국회법상 처리규정"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사상 초유의 입법 쿠데타, 헌법 파괴"라고 규정하며 "선거룰에 관한 법은 패스트트랙에 한 번도 태운 적이 없다. 패스트트랙에 태운다면 의회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선거법 개정안으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실현되면 일부 지역구가 통폐합될 수밖에 없어 해당 지역구 의원들이 반발하고 나서는 것 역시 선거제 개편을 어렵게 하는 요소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지역구가 쪼개지고 합쳐지고 하는 상황에서 인근 지역구 의원들도 다 (개정안의) 영향력 안에 들어오게 된다"며 "지역구 의원들은 지역구가 변경되는 것을 싫어하며, 관리하지 않은 지역구가 들어오면 당장 당락에 영향이 올 수밖에 없다"라고 설명했다. 여야 4당의 속사정과 계산법이 저마다 다르다 보니 치열한 눈치 싸움이 계속되는 것도 선거제 개혁을 더디게 하는 원인으로 꼽힌다. 당론으로 찬성 입장을 정한 민주당과 평화당 내부에서도 실리에 따라 반대하는 의원들이 있으며,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최대 수혜자로 예상되는 정의당만 약진할 가능성이 큰 만큼 견제하는 목소리가 존재한다. 이에 따라 여권에서는 공수처법 및 검경 수사권 조정안과 선거제 개편을 차례로 1, 2단계로 나눠 대응하는 게 낫지 않느냐는 논의도 일고 있다. 선거제 개편안을 포함한 패스트트랙 추진이 실현 가능할지에 대해 각 당의 전망은 엇갈린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 한국당 관계자는 "패스트트랙은 현실적으로도 시간적으로도 힘든 상황이고, 우리는 권력구조 개편과 같이 가지 않으면 연동형 비례제가 사실상 의미가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이야기했다"며 "민주당과 평화당 내부에서도 반대가 있기 때문에 더 이상 진행되어도 큰 소득이 없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반면 민주당 관계자는 "일관되게 정치 개혁이 필요하다고 보는 여당 입장에서 적극적으로 밀고 나가는 게 국민들의 신뢰를 지키는 길"이라며 "패스트트랙에 올리고 난 다음 서로 냉정하게 대화하면 한국당도 계속 고집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