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잘알]MLB 중단에 때아닌 수술 열풍…'토미 존 수술' 파헤치기
1974년 LA 다저스 토미 존이 첫 수혜자류현진·오승환·추신수도 받아…1992년 정민태 국내 최초2017년 MLB 투수 26%가 토미존 수술 경험수술 후 강속구 던지기도…긴급하지 않은 수술 '논란'
위기에 놓인 그를 구한 건 LA 다저스의 주치의였던 프랭크 조브 박사다. 조브 박사는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새로운 수술 방법을 제안했다. 공을 던지지 않는 오른 팔꿈치의 힘줄을 떼어내 왼 팔꿈치에 접합하는 방식이었다. 수술 성공률은 5% 내외에 불과했지만 존은 수술을 받기로 했다. 이제는 야구 선수와 팬들에게 너무나 익숙한 '토미 존' 수술의 시작이다. ◇ 류현진·오승환·추신수도 경험한 토미 존 수술 투수와 팔꿈치 부상은 뗄 수 없는 관계다. 공을 던지는 격렬한 동작을 반복적으로 사용하면 팔꿈치에 무리가 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인간의 팔꿈치 인대가 버틸 수 있는 장력은 보통 260N(1N은 약 0.1㎏) 정도인데, 투수가 시속 150㎞짜리 공을 던지게 되면 290N 정도로 힘이 가중된다. 계속해서 빠른 공을 던지면 인대가 손상된다는 얘기다. 야구 선수 중에서도 특히 투수들이 토미 존 수술을 많이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토미 존 수술의 첫 수혜자인 존의 수술은 대성공이었다. 수술 뒤 약 18개월의 재활을 거치고 마운드에 돌아온 존은 복귀 첫 해인 1976년 31경기에 나와 10승10패 평균자책점 3.09를 기록했다. 1978~1980년에는 3년 연속 올스타에 선정됐다. 수술 후 14년을 더 뛰며 164승을 추가, 메이저리그 통산 288승을 남겼다. 토미 존은 1963년 메이저리그 데뷔 이후 부상으로 쉰 1975년 한 해를 제외하고 1989년까지 총 26시즌을 뛰었다. 선수 인생이 끝날 뻔했던 존을 구한 것처럼 토미 존 수술은 스포츠계의 대혁명으로 여겨진다. 조브 박사는 야구 발전에 공헌한 것이 인정돼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기도 했다.
팬그래프닷컴에 따르면 2017시즌 메이저리그에서 최소 1구 이상을 던진 투수 중 183명이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 경력이 있었다. 그해 메이저리그 전체 투수 대비 26%가 토미 존 수술을 경험했다고 한다. 2017년 6월15일(현지시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콜로라도 로키스의 경기에 등판한 12명의 투수 중 10명은 토미 존 수술을 받은 선수들이었다. KBO리그 선수 중에서는 1992년 정민태(당시 태평양)가 최초로 토미 존 수술을 경험했다. 이후 한국에서도 많은 선수가 수술대에 올랐다.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 '끝판 대장' 오승환(삼성 라이온즈)도 각각 고교 시절과 대학 시절에 이 수술을 받았다. 김광현(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도 SK 와이번스 소속이던 2016년 토미 존 수술로 새 팔꿈치를 얻었다. 물론 투수들만 수술을 받는 건 아니다. 추신수(텍사스 레인저스)는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시절인 2007년 토미 존 수술을 받았다. ◇ 수술하면 강속구를 던질 수 있다고?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은 1~2시간 정도가 걸린다. 손상된 인대를 제거하고, 팔꿈치 위쪽과 아래쪽 뼈에 구멍을 뚫어 대체할 힘줄을 끼워 넣는 방식이다. 반대 팔 외에도 허벅지 안쪽이나 발바닥 힘줄을 이식하기도 한다. 수술 후 투수들이 부상 이전보다 더 강한 투구를 하는 것도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으면 구속이 증가한다는 인식이 생기기도 했다.
그러나 이를 온전히 수술 덕분으로 보긴 어렵다. 수술 그 자체가 아니라 수술 후 재활이 성패를 가른다는 게 중론이다. 임창용도 빠른 볼로 주목을 받던 당시 "토미 존 수술로 구속이 늘어난 건 아닌 것 같다. 팔꿈치만 재활한 게 아니라 어깨까지 전체적으로 근육 강화를 할 수 있는 재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전체적으로 몸이 좋아진 것이 더 큰 이유"라고 말하기도 했다. 수술 뒤 통증이 사라지면서 최상의 투구 메커니즘으로 공을 던지게 되는 것도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한다. 재활에는 개인차가 있지만 약 12~15개월 정도가 걸린다. 투수에게는 수술보다 길고, 지루한 괴로움의 시간이다. 이 기간을 어떻게 이겨내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수술 경력이 있는 한 선수는 "토미 존 수술을 받았다고 해서 모두가 더 빠른 공을 던질 수 있는 건 아니다. 성공 사례는 부각이 되지만, 실패한 선수는 잊혀져 잘 모르는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 메이저리그, '응급하지 않은' 토미 존 수술 논란도 최근 메이저리그에서는 토미 존 수술에 관심이 쏠렸다. 노아 신더가드(뉴욕 메츠), 루이스 세베리노(뉴욕 양키스), 크리스 세일(보스턴 레드삭스), 타일러 비디(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등 강속구를 던지는 투수들이 줄줄이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받기로 했기 때문이다. 빠른 볼을 던지는 투수들은 인대 손상을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이 부각되는 한편 '토미 존 수술 열풍'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이 시기에 수술이 집중된 이유에도 관심이 쏠렸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의료 인력과 장비 등이 부족한 상황에서 수술을 택한 이들의 결정은 비난의 대상이 됐다. 긴급하지 않은 수술을 지금 꼭 받아야 하느냐는 것이다. 물론 다른 시선도 있다. 토미 존 수술 전문가인 닐 엘라트라체 박사는 "토미 존 수술이 비난을 받는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것은 그들의 생계에 필수적"이라면서 "만약 수술을 미뤄 누군가의 경력이 위태로워지고, 한 시즌이 아닌 두 시즌을 잃는다면 그것은 필수적이지 않거나 중요하지 않은 수술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시기와 상관없이 토미 존 수술은 여전히 선수 생활과 직결된 중요한 수술이란 뜻이다. ※스잘알은 '스포츠 잘 알고 봅시다'의 줄임말로 재미있는 스포츠 이야기와 함께 어려운 스포츠 용어, 규칙 등을 쉽게 풀어주는 뉴시스 스포츠부의 연재 기사입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