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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후 신세계]"식량 국경 닫힐라"…불안해진 '곡물 수급'

등록 2020-04-21 06:00:00   최종수정 2020-04-27 09:4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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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각국 식량 사재기 불안
베트남·러시아·카자흐 등 곡물 수출 문턱 높여
생산 원활한데 공급망 붕괴…"4·5월께 혼란" 전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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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로비=AP/뉴시스]지난 10일(현지시간) 케냐 수도 나이로비의 빈민가 키베라의 한 구청에서 코로나19 관련 이동 제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주민들에게 식량을 배급하는 과정에서 주민들이 입구에 필사적으로 몰려들면서 일부 주민이 깔리고 있다. 경찰은 정문을 부술 정도로 한꺼번에 몰려든 주민들을 해산하기 위해 최루탄을 발사했으며 인파에 깔린 여러 사람이 다쳤다. 2020.04.10.


 [세종=뉴시스] 위용성 기자 = 세계 각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국경을 걸어 잠그면서 자국 내 식량 자원 확보를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과거 식량 불안 사태와는 달리 생산량 자체에는 문제가 없으나 글로벌 공급망이 흔들리면서 또 다른 위기를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이다.

IMF(국제통화기금)는 코로나19 사태 이후를 과거 '대공황'(Great Depression)에 빗대 '대봉쇄'(The Great Lockdown)로 지칭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식량 민족주의를 만들어낼 것이라고까지 평가한다.

국제연합(UN) 식량농업기구(FAO)는 최근 "코로나19 상황은 전세계 식량 공급체계에 영향을 주고, 제때에 효과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4월이나 5월에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며 "악영향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않는다면 세계는 한차례 식량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등에 따르면 코로나19가 급속히 확산되기 시작한 이래 주요 곡물 수출 국가들이 '식량 국경'을 닫은 바 있다. 지난달 세계보건기구(WHO)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선언 이후 자국 내 식료품 사재기 등 사회적 불안이 팽배해지면서다.

베트남은 지난달 27일 자국 내 식량 확보 차원에서 수출을 금지했다가 이달 10일 이후부터는 40만t 가량의 물량을 수출 쿼터제로 두고 운영하기로 했다. 베트남은 세계 쌀 3위 수출국이다. 카자흐스탄 역시 곡물과 채소류의 수출 금지 조치를 내렸다가 최근 다시 해제, 베트남과 마찬가지로 쿼터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캄보디아도 최근 쌀 등의 수출을 금지했다.

세계 최대 밀 생산국가인 러시아는 곡물 품귀현상에 대응, 지난달 열흘간 곡물 수출 제한 조치를 시행한 바 있다. 주요 도시의 유통매장에서 식품 사재기 현상이 벌어진 데 따른 조치다. 향후 곡물 수출은 700만t 이내에서만 하겠다고 나선 상황이다. 파키스탄은 지난달 25일부터 양파 수출을, 세르비아는 핵심 수출 품목인 해바라기유 등의 해외 반출을 중단했다.

이와 더불어 터키와 이집트, 필리핀, 사우디아라비아, 알제리 등 다수 국가들은 자국 내 식량 비축량을 늘리기 위한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데보라 엘름스 아시아무역센터 소장은 지난 9일(현지시간) CNBC에 "(코로나19로) 보호주의가 앞으로 한층 강화될 수 있다"며 "국가들이 식량 재고와 식량 공급, 식량 안보에 대해 불안해 할수록 식량 수출을 중단하거나 수입을 제한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2000년대 들어 세계는 2006~2008년과 2010~2011년에 애그플레이션(Agflation·농산물의 지속적인 가격 상승이 전반적인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지는 현상)을 경험한 바 있다. 이와 관련, 파이낸셜타임스(FT)는 세계적인 가뭄사태로 인해 곡물가가 치솟으면서 아프리카에서 식량폭동이 벌어졌고, 러시아가 역시 가뭄에 따른 생산량 감소를 이유로 밀 수출 금지를 취하면서 중동지역의 식품가격이 폭등해 '아랍의 봄' 폭동으로 번진 바 있다고 분석했다.

우리는 어떨까.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쌀 자급률은 100%가 넘는다. 하지만 쌀을 제외한 곡물 자급률은 20%대 수준에 그치고 있어 쌀 이외의 곡물 조달에 대해선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최지현 농촌경제연구원 명예선임연구위원은 "수입 의존도가 높은 옥수수 등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 축산업에 가해질 타격도 걱정해야 한다"며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고 식량 수출국들이 곡물 수출을 막을 경우에 대비해 민관 조달체계를 중장기적으로 구축해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사태는 식량 생산과 관계가 깊은 에너지 등 자원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이달 초 발표한 보고서에서 "코로나19 확산으로 세계 석유산업이 전례 없이 큰 충격을 받고 있으며 이로 인한 전 세계적 위기가 석유 공급망에 영향을 미치고 다른 에너지 부문으로도 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IEA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연료 소비 감소로 세계 원유 수요가 급감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주요 산유국 연합체인 석유수출기구 플러스(OPEC+) 최근 일평균 970만 배럴 감산에 합의했음에도 불구, 지난 15일(현지시간) 국제유가는 18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는 등 여전히 유가 불안정을 잡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전망이 지속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up@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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