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에 몰표 준 2030 남성들, 왜?…"여당에 앙금 쌓여"
20·30대 남성 국민의힘 '몰표'"정부 문제 많아 견제하란 뜻""서울시장 경력도 긍정 고려""젠더문제 관한 반발도 반영"
8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에 따르면 전날 열린 재보선에서 국민의힘 소속인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와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가 당선됐다. 방송 3사가 진행한 출구조사에 따르면 대부분의 연령대에서 오 후보가 더불어 민주당 박영선 후보보다 우위에 있었지만, 20대(만18세, 만19세 포함)와 30대 남성에 있어선 양당 간 격차가 특히 컸다. 20대 남성 중 72.5%가 오 후보를 택했다고 밝혔는데 이는 60대 이상 남성(70.2%)보다 높은 수치다. 반면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뽑았다고 한 20대 남성은 22.2%에 불과했다. 30대 남성은 63.8%가 오 후보를 뽑았다고 했으며 박 후보를 선택했다고 답한 30대 남성은 32.6%였다. 불과 1년 전인 제21대 총선 때까지만 해도 젊은 남성 유권자들은 여당에 더 많은 표를 줬다. 당시 출구조사 결과를 보면 20대 남성의 여당과 제1야당 지지율 격차는 7.2%포인트로, 적지만 여당이 더 앞서 있었다. 이날 뉴시스가 복수의 20대, 30대 남성들에게 직접 들어본 결과, 이들은 대체로 정부여당에 제동장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국민의힘에 표를 던졌다고 말했다. 취업준비생인 임모(26)씨는 "평소 정치인들이 그때그때 하는 걸 보고 투표를 하는데 이번엔 정부가 하는 일에 제동을 걸만한 사람이 없는 것 같아 오세훈 후보를 뽑았다"며 "여권 의석이 절대 다수인데 서울시장이 국무회의에 참석도 하고 어느 정도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직장인인 유모(39)씨는 "문재인 정부가 문제가 많다고 봐서 오세훈 후보를 뽑았다"고 말했다. 유씨는 "부동산 정책이나 소득주도성장이라고 하는 것들로 인해 성장이 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 경제가 어려워졌다"며 "그런 부분들 때문에 결혼도 잘 안하게 되고 저출산도 심해졌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원순 서울시장이 있을 때 공공개발 같은 부분이 강했는데 사유재산권 침해 여지가 많다보니까 찬성하지 않는 입장이었다"며 "오 후보가 당선됐으니 공시지가가 안정화되고 재개발과 재건축이 잘 추진되길 바란다"고 했다. 조모(31)씨는 지난 총선 때 더불어민주당을 선택했지만 이번엔 마음을 돌린 경우다. 조 씨는 "예전엔 국민의힘 쪽이 못해서 민주당을 찍었는데 이젠 민주당도 똑같은 느낌"이라며 "총선에서도 엄청 이기고 대통령도 나오고 했는데 사람들이 더 잘살게 됐다는 느낌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임씨는 "이번에 임기가 1년인데 사실 업무 파악하는 것만 해도 1년이 걸린다"며 "서울시장을 한번 해봤다는 경험치가 있기 때문에 장점이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유씨는 "오 당선인이 과거에 서울시장을 하다 물러나긴 했지만 당시에 본인이 약속한 게 있으니 그런 것이고 일을 못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재보선이기 때문에 임기가 짧아서 서울시장 경력이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들은 최근 선거를 앞두고 불거진 오 당선자의 '내곡동 의혹'은 투표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고 이야기했다. 유씨는 "내곡동 땅이니 생태탕이니 하는데 사실인지 아닌지 진위 여부가 확인이 안됐다"며 "의혹만 가지고 얘기하려면 얼마든지 흠 잡을 수 있다. 명확한 증거가 없으니 믿지 못한 것"이라고 했다. 임씨는 "땅 문제가 요즘 예민한 건 맞지만 내곡동 문제가 꽤 오래된 얘기인 걸로 아는데 지금 와서 갑자기 들춰내 공격을 하니까 요즘엔 잘못한 게 없었나 싶었다"고 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부동산문제와 일자리문제는 가장 기본적으로 깔고 가야 하는 문제"라며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 가장 직격탄을 맞는 게 미래 사다리가 끊기는 젊은 층이다. 거기에 대한 분노가 타오른 것"이라고 말했다. 구 교수는 20~30대 여성들보다 같은 세대의 남성들에게서 야당 득표율이 높게 나타난 현상에 대해선 "젊은 남성들은 정부의 국정 방향이 젠더 문제와 관련해 편파적이고 공정하지 않다는 생각을 꾸준히 해왔다"고 했다. 이어 "미투 이후부터 약 2년간 20대 여당 지지도에서 20~30% 정도의 차이가 이미 있었다"며 "지금 젠더 이슈가 부각되진 않았지만 앙금이 쌓였던 것"이라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