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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가 3억 경신"…규제 비웃는 '철옹성' 강남

등록 2021-12-07 07:00:00   최종수정 2021-12-06 23: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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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잇단 규제에 '재건축 희소성·똘똘한 한 채' 수요 증가

매물 부족 여전…수급불균형 해소없이 집값 안정화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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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서울 중구 남산에서 시내 아파트 단지가 내려다보이고 있다. 2021.12.03.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 "급할 게 없는 집주인들이 호가를 낮추지 않고 있어요."

지난 6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대장주로 통하는 '래미안대치팰리스' 단지의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강남은 공급보다 수요가 여전히 많고, 집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 심리가 여전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일부 급매물은 이미 다 소진됐고, 남은 매물들은 집주인과 매수 대기자들의 가격 차이가 워낙 커서 거래가 잘 이뤄지지 않는다"며 "거래가 성사되면 이전 거래와 비슷한 수준이거나 신고가를 경신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정부의 대출 규제와 기준 금리 인상 등 금융 규제로 서울의 집값 상승세가 6주 연속 주춤한 가운데, 강남지역 주요 아파트 단지에서는 신고가 거래가 잇따르고 있다. 정부가 그간 강남지역의 집값을 잡기 위해 세금과 대출 등 모든 규제 대책들을 쏟아냈으나, 거래절벽 상황에서도 신고가를 경신하는 사례가 이어지면서 불안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특히 사실상 모든 부동산 거래를 규제할 수 있는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에도 불구하고, 강남지역 집값 상승세가 좀처럼 하락세로 돌아서지 못하고 있다. 특히 올해 들어 3.3㎡(평)당 1억원이 넘는 아파트 단지들이 잇따르면서 이른바 '강남불패'가 더욱 견고해지는 양상이다. 서울 부동산 시장의 '바로미터'인 강남지역 집값 상승세 좀처럼 꺾이지 않으면서, 정부의 수요 억제 위주의 부동산 정책이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가 6주 연속 주춤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1월 다섯째 주(29일 기준) 서울의 아파트값은 전주(0.11%)보다 줄어든 0.10%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지난 10월 셋째주(18일) 0.17% 상승률을 기록한 뒤 6주째 상승 폭이 축소됐다.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의 아파트값 상승세는 여전하다. 서초구(0.17%)는 일부 인기단지의 신고가 거래 영향 등으로, 송파구(0.17%)는 가락·잠실동 대단지 위주로, 강남구(0.15%)는 학군수요 있는 개포동과 삼성동 주요단지 위주로, 강동구(0.13%)는 상일·명일동 위주로 상승했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가계대출 관리 강화와 금리 인상 등으로 매수 심리와 거래 활동 위축세가 지속했다"며 "매물 부족 현상을 겪던 일부 지역도 물량이 증가하며 상승세가 둔화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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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2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10월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계약일 기준)은 2308건으로 집값 급등 피로감과 금리인상, 대출규제 등의 여파로 매수세가 위축되면서 2년 7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그래픽=전진우 기자) [email protected]


강남지역에선 거래 절벽에도 신고가 거래가 이어지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15일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전용면적 84㎡)는 종전 신고가인 42억원보다 3억원 많은 45억원에 거래가 성사됐다. 3.3㎡당 1억3258만원에 거래된 것이다. 또 지난 10월15일에는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전용면적 84㎡)'는 직전 신고가보다 2억원 오른 38억원에 거래됐고, 강남구 삼성동 '중앙하이츠빌리지(전용면적 152㎡)’도 37억원에 거래되면서 신고가를 경신했다.

재건축 단지에서도 신고가 경신이 잇따랐다. 지난 10월5일에는 압구정동 신현대9차(전용면적 108㎡)가 36억원에 매매됐다. 지난 1월 30억5000만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9개월 새 5억5000만원이나 올랐다. 또 대표적인 재건축 단지인 도곡동 '개포우성5차(전용면적 70㎡)'도 지난 10월15일에 21억원에 거래가 성사되며 이전 신고가를 경신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강남지역 일대에 3.3㎡(평)당 1억원을 넘는 실거래가 단지가 속출하고 있다. 부동산 전문 리서치업체 리얼투데이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올 상반기(6월30일 기준) 서울에서 3.3㎡ 당 1억원 이상에 거래된 아파트는 총 568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804건)의 70%에 해당하는 수치다.

부동산 시장에선 정부의 잇단 규제 대책으로 재건축·재개발이 사실상 묶이면서 오히려 강남지역 재건축 단지들의 희소성이 높아졌고, 다주택자에 대한 세금 부담 강화로 이른바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다는 게 중론이다.

전문가들은 매물 잠김 현상과 신규 주택 공급 부족 등으로 인한 수급불균형이 장기화하면서 강남 집값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의 잇단 규제 대책으로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고,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정비사업 규제 완화에 기대감이 겹치면서 고가주택이 몰린 강남지역의 집값이 급등했다"며 "거래절벽 상황에서도 공급 부족에 따른 수급불균형이 장기화하면서 신고가를 경신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권 교수는 "15억원이 넘는 고가주택은 이미 재작년부터 대출 자체가 불가능했던 만큼, 지금의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 등의 규제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며 "거래절벽이 심해지고 있으나, 내년 대선을 앞두고 재건축 규제와 대출 등 세제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겹치면서 강남지역의 집값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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