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빚폭탄 터지나③] 인수위 복안은 '배드뱅크'…해법될까
1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자영업자 대출은 지난해 말 기준 909조6000억원을 기록하며, 2012년 집계 이래 역대 최고치를 갱신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자영업자 대출이 급속도로 불어났지만, 잠재 부실 규모는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 있어 금융지원 조치가 종료되는 올 하반기 이후 부실이 속출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상황이다. 금융위원회는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피해 중소기업·소상공인을 지원하기 위해 2020년 4월부터 '대출 원금상환 만기연장 및 이자상환 유예 가이드라인'을 시행 중이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되면서 지금까지 4차례 연장, 종료는 오는 9월 말로 또 다시 미뤄졌다. 금융위에 따르면 지난 1월 말 기준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를 받고있는 대출은 133조4000억원(70만4000건)에 이른다. 이에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는 오는 9월 말 소상공인·중소기업 대출 만기연장·이자상환 유예 종료에 따른 부실 처리를 정부와 은행·소상공인진흥공단이 출자한 배드뱅크에서 전담토록 한다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배드뱅크란 부실자산 및 채권을 사들여 전문적으로 처리하는 기관을 말한다. A은행이 B의 부동산이나 설비물 등을 담보로 B에게 대출해 줬다가 B가 부도가 난 경우, 배드뱅크(bad bank)에서 A은행으로부터 B의 담보물을 넘겨받아 이를 담보로 유가증권(자산담보부채권)을 발행하거나 팔아 채무를 회수하는 방식이다. 부실채권을 배드뱅크에 전부 넘겨버리면 A은행은 우량 채권·자산만을 확보한 굿뱅크(good bank)로 거듭나 정상적인 영업활동이 가능해진다. 이러한 차기 정부의 방침에 금융당국도 배드뱅크 설립을 구체화하기 위한 본격적인 검토 작업에 착수했다. 현재 인수위와 금융당국 등은 조치 종료 후 빚을 갚지 못하는 차주들의 채무를 배드뱅크를 통해 일부 탕감해주고, 남은 채무는 주담대처럼 최대 30년간 나눠 갚도록 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 금융당국은 연체 발생 전 차주의 상환 능력을 따져 선제적으로 채무를 재조정해주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도 지난달 31일 경제분과 업무보고에서 "소상공인진흥공단, 정부, 은행이 공동출자하는 일종의 '배드뱅크'를 만들어 주담대에 준하는 장기간 저리로 연체된 대출을 상환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관련 분과에서 적극 검토해주길 바란다"고 주문한 바 있다. 역대 정부에서도 금융위기 발생시 배드뱅크를 설치해 취약차주들을 지원해 왔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김대중 정부는 부실채권 정리를 위해 배드뱅크를 설립해 148조원 규모의 기업 부실채권을 처리했고, 2004년과 2005년 노무현 정부 당시엔 신용카드 대란에 따른 신용회복 지원을 위해 한마음금융, 희망모아 유동화 전문을 설치해 개인 신용채권을 정리했다. 2013년 박근혜 정부 땐 '국민행복기금'이란 배드뱅크를 설립해 1억원 이하의 신용대출을 6개월 이상 갚지 못한 연체자의 채무를 최고 50%까지 감면해주기도 했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는 배드뱅크 설립의 필요성이 크지 않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배드뱅크는 보통 은행의 건전성이 악화됐을 때 부실자산을 흡수해 금융시스템 전체의 위기로 번지는 것을 막는 일종의 '소방수'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은행들의 실적이 최고치를 찍고 있고, 건전성에 큰 문제가 없는 상황에서 굳이 나랏돈을 투입해 새로운 기관을 만들 필요성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이보단 부실 규모를 정확하게 파악한 후 재정을 통해 지원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것이 먼저란 의견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금도 부실을 처리하는 기관이 있고, 개별 금융기관 건전성에 별다른 문제가 없는데, 새로운 배드뱅크가 왜 필요한지 의문"이라며 "그보다는 어떻게 (부실을)스크리닝 하느냐의 문제이기 때문에 기존에 있는 방식으로도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고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어 "차주의 상황을 제일 잘 알고 있는 금융기관들이 (부실 규모를) 파악한 후 대출 상환이 어려운 이들은 재정에서 지원하고, 상환 능력이 있는 이들은 갚을 수 있도록 대출 상환 유예를 종료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20조원 이상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재원 마련과 출자 방식,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 등도 넘어야 할 산이다. 인수위는 소상공인진흥공단과 정부, 은행권이 공동출자하는 방식을 고려하고 있어, 추후 출자 규모와 방식 등을 놓고 정부와 금융권과의 협상 과정에서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그간의 전례를 볼 때 결국 설립 재원의 대부분을 금융권에서 떠안을 가능성이 커보인다"며 "결국 부실채권을 은행 스스로 사들이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도 "취약 금융소비자들을 구제해 줘야 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이러한 반복적인 탕감 정책이 힘든 상황에서도 정상적으로 빚을 갚고 있는 이들에 상당한 박탈감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며 "열심히 갚아나가면서 엑시트 할 수 있는 출구를 마련해 주는 방향이 맞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