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여오는 'S공포'③]금리 인상 외 뾰족한 수 있나…尹정부 최대 고민 부상
인수위, 조만간 손실보상·추경안 발표 예정30조원대 추경 예상…물가 자극 요인 될지도추경호 "물가 영향 최소화하는 방법 찾을 것"긴축 예고한 한은 총재…속도 조절 가능성도
[세종=뉴시스] 이승재 기자 = 차기 정부는 30조원이 넘는 돈을 뿌리는 방안을 궁리하는 반면, 한국은행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을 줄이기 위한 추가 기준금리 인상을 검토 중이다. 새 정부가 들어서기 전부터 정책 엇박자 논란이 나오는 이유다. 돈도 풀고 물가도 낮추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묘안이 필요한 시점이지만, 타협점을 찾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도 나온다. 25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와 관계부처 등에 따르면 인수위는 조만간 '소상공인 손실보상 종합 패키지'와 관련된 구체적인 내용과 비용 마련을 위한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확정할 예정이다. 2차 추경 규모는 30조원대로 추정되며 손실보상안을 비롯해 물가 안정을 위한 민생안정대책도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0년 만에 4%까지 상승했다는 보고를 받고, 인수위에 "물가를 포함한 민생안정대책을 새 정부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물가 안정책이 발표된다고 해도 당장 서민들의 지갑 사정에 영향을 미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오히려 30조원이 넘는 돈이 시장에 풀리게 되면 물가를 더 자극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이 정도 규모의 추경은 역대 최대였던 2020년 3차 추경(35조1000억원)과 지난해 8월 2차 추경(34조9000억원) 이후 처음이다. 더군다나 지난 2월 이미 16조9000억원 규모의 올해 첫 추경을 편성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반기에만 50조원에 달하는 자금이 풀리는 셈이다. 또한 이번 추경의 경우 적자국채를 발행하는 식으로 재원을 마련해야 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금융시장에도 부담이다. 어림잡아 15조원어치의 국채를 발행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오는데 이 경우 올해 나랏빚(국가채무)은 약 1090조원까지 늘어나게 된다. 결과적으로 윤 당선인의 핵심 공약인 '50조원 규모 추경'과 물가 안정책은 이미 엇박자를 내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한 조정 작업은 차기 정부 '경제 원팀'을 이끌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에게 주어진 숙제이기도 하다. 추 후보자는 얼마 전 기자간담회에서 "물가 안정을 위해서는 거시적으로 보면 금리로 대응해야 되고 재정 쪽에서도 긴축으로 가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 "거시적인 안정 노력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소상공인·자영업자 손실보상 문제든지 민생 안정 대책, 방역 관련 부분은 물가 불안에 영향을 미치는 최소한의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대로 한국은행은 시장에 풀린 돈을 회수하는 작업에 한창이다. 지난 14일에는 한은 총재가 공석인 상태에서도 기준금리를 1.25%에서 1.50%로 0.25%포인트(p) 인상하기도 했다. 그만큼 현재의 고물가 기조가 심상치 않은 상황임을 시사한 것이다. 최근 통화정책 수장으로 임명된 이창용 한은 신임 총재도 당분간 긴축이 이어질 것이라는 신호를 꾸준히 보내고 있다. 다만 고물가·저성장을 고려해 속도 조절은 있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 신임 총재는 지난 21일 취임식에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한층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경기 회복세가 기존 전망보다 약화될 것"이라며 "성장과 물가 간 상충관계가 통화정책 운용을 더욱 제약하고 있는 상황이라 정교하게 균형을 잡아가며 정책을 운용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미 전문가들은 물가는 고공행진을 하는 가운데 경기 침체가 더해지는 스태그플레이션(불황 속 물가 상승)을 경고하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스태그플레이션은 상당히 진행됐고 상황이 더 악화되고 있다"며 "점진적인 금리 인상을 통해 충격을 완화하는 것이 중요하고, 세금 등 기업들이 추가적으로 느낄 수 있는 부담을 줄여줘야 공급 측면에서의 충격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정부 재정 지출 확대는 물가 상승 압력을 높이고, (추경 재원으로 쓰일 법인세 등 세수 확보 방안을 고려하면) 기업 부담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