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들, 이태원 참사에 "韓 미통제 군중 관리 부실…국가 정책 한계"(종합)
주요 외신들, 이태원 참사에 "인파 몰릴 대비 이뤄지지 않아"전문가 "인파 관리 전혀 안 이뤄져" "실시간 모니터링했어야""공공장소에서 대규모 모임 규제하는 국가 정책의 한계 부각""사고 전날도 사람들 넘어졌지만 당국은 통행규제 강화 안해""행정 재해대책, 고령자 중심으로 책정돼 청년문화 관심 미흡""한국 최악의 평시 재난…기술·문화 강국인 한국 이미지 손상"
30일(현지시간) 외신들에 따르면 줄리엣 카이엠 미 재난관리 전문가는 CNN에 "당국이 토요일(29일) 밤 이전에 많은 인파가 몰릴 것을 예상했어야 한다"라고 밝혔다. 그는 "당국이 사람들을 대피시킬 수 있도록 실시간으로 군중 규모를 모니터링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덧붙였다. 워싱턴포스트(WP)는 "무엇이 비극을 초래했는지 조사는 여전히 진행 중이지만 당시 영상은 꽉 막힌 거리, 골목길이 인파들의 규모를 감당할 수 없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크라우드세이프티'의 스티브 앨런 설립자는 WP에 당시 사고가 일어나기 전 이태원 거리를 찍은 영상들을 검토한 뒤 "인파 관리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WP는 또 이태원 관할 구청이 핼러윈 안전대책으로 코로나 예방, 식당안전 점검, 마약 단속 등의 감독에만 초점을 둔 사실을 지적하면서 "전문가들은 이번 감독이 공공장소에서 대규모 모임을 규제하는 국가 정책의 한계를 부각시켰다"고 전했다. 특히 "축제 등 공식행사에 대해서는 세부적인 안전수칙이 필요하지만 대규모 인파가 비공식적으로 모일 것으로 예상되는 공공장소에는 동일한 방법이 적용되지 않아 안전수칙이 모호하고 명확한 기관이 담당하지 않는다"며 "이 비극은 국가 및 지방 기관의 역할과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지에 대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태원 참사를 두고 "한국의 최악의 평시 재난 중 하나"라며 "번성하는 기술과 대중 문화 강국인 한국의 이미지를 손상시켰다"고 보도했다. 이태원을 관할하는 서울 용산구는 사고 하루 전날인 28일 핼러윈 데이 축제를 앞두고 긴급 대책회의를 열어 '핼러윈 데이 안전이 최우선'이란 제목의 보도자료까지 냈지만, 3년 만의 노마스크 핼러윈 행사에 모여들 수십만 인파에 대한 대책은 미비했다. 이를 두고 NYT는 "법으로 미리 당국에 신고해야 하는 정치·노동 집회와 달리, 매년 핼러윈마다 이태원에서 젊은이들은 크고 조직적인 행사를 개최할 때 필요한 제한이나 허가 없이 자유롭게 모인다"며 "서울의 관리들이 토요일(29일) 밤 조직적이지 않은, 자발적인 군중들에 의해 허를 찔렸다"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전문가들을 인용해 "당국이 많은 사람들을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는 충분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당국이 코로나19 규제 완화 이후 첫 핼러윈을 기념하기 위해 이태원에 몰려둔 군중 수를 어떻게 규제했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군중 안전 문제 전문가들은 대부분이 비탈길을 걷고 있어 상황이 악화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군중 안전 전문가 폴 워트하이머는 WSJ에 "코로나19 규제로 인해 억눌린 수요가 발생했다는 것을 고려할 때 당국이 이태원에 예상보다 많은 숫자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법 집행기관이 클럽 경비원처럼 골목길에 대한 접근을 관리했어야 한다"며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가. 좁은 공간에 너무 많은 사람이 몰렸다"고 밝혔다. 아사히신문은 도쿄 하계올림픽 경비 책임자이자 경시총감을 역임한 요네무라 토시로와의 인터뷰를 통해 "사람이 모이는 혼잡한 곳의 경비만큼 어려운 것은 없다. 사전에 좁은 장소를 특정하고 사람들이 움직일 만한 요소가 없는지 정보를 모아 미리 준비하는 수밖에 없다"고 보도했다. 그는 "국제행사 경비 등 다양한 경비가 있지만 혼잡한 곳의 경비만큼 어려운 경비는 없다. 많이 모인 사람들의 흐름이 갑자기 변화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그럴 경우 속수무책"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아마 한국 경찰은 사전에 군중이 갑자기 변화하는 요소에 대한 정보들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요미우리신문은 "서울 번화가에서 핼러윈을 앞두고 몰려든 많은 젊은이들이 좁은 언덕길에서 겹겹이 쓰러지는 사상사고를 막기 위한 안전대책에 미비했다는 분석이 커지고 있다"며 "코로나19 규제가 완화된 올해는 많은 (사람들의) 참여가 예상됐지만 지역 지자체와 경찰의 준비가 허술해 사고로 이어졌을 가능성도 있다"고 짚었다. 산케이신문도 "서울을 대표하는 번화가 중 하나인 이태원을 뒤덮은 핼러윈의 열광이 비명으로 바뀌었다"며 "코로나19 유행에 따른 외출 규제가 3년 만에 풀리면서 10만명 이상이 몰린 현장에서 행정당국이 통행규제 등을 충분히 하지 못한 실태도 드러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산케이는 "28일(사고 전날)에도 인파에 밀려 사람들이 넘어지는 사고 목격 정보가 인터넷에 올라왔지만 행정당국의 통행규제 강화 등은 논의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며 "현장 주변에 배치된 경찰관은 주로 마약 사용과 성범죄 감시 수사를 담당했고, 지방자치단체(용산구청)가 사전에 공표한 안전대책에서도 코로나 관련 위주여서 교통규제에 관한 기재는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이 사고 상정이 경시된 배경에 대해 국내 전문가들은 "행정 재해대책이 고령자 중심으로 책정돼 있어 청년문화에 대한 관심이 미흡했다"고 지적한다고 산케이는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