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경제일반

[타워크레인 월례비]①웃돈 주던 관행 수십 년 이어져…법원 판단은 엇갈려

등록 2023-02-25 06:00:00   최종수정 2023-02-27 16:49:01
  • 크게
  • 작게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이메일
  • 프린트

1960~70년대 공기 맞추기 위해 지급

시간 지나며 규모 커지고 관행 굳어져

건설업체 "지급 거부시 태업, 일정 차질"

노조 "무리한 작업 강요하며 발생한 것"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정부가 타워크레인 등 건설기계 조종사가 월례비 등 부당금품을 수수하는 경우 면허를 정지 및 취소한다고 밝혔다. 21일 서울의 한 아파트 공사현장에 타워크레인이 서있다. 2023.02.21.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홍세희 기자 = 정부가 건설 현장 불법행위 근절을 위해 칼을 빼 들면서 수십 년간 건설 현장에서 관행처럼 지급되던 '월례비'도 사라질지 관심이다.

월례비는 건설업체가 타워크레인 조종사들에게 수고비 명목으로 지급하는 비공식 수당이다.

업체들은 월례비가 반드시 지급해야 하는 수당이 아니지만 지급을 거부하면 타워크레인 기사들의 태업 등으로 공사 일정에 차질이 생겨 어쩔 수 없이 지급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건설노조는 건설사가 안전하지 않고 무리한 작업을 강요하는 과정에서 관행적으로 지급되기 시작한 월례비에 대한 책임을 근로자에게만 전가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2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타워크레인 기사들에게 월례비가 지급되기 시작한 것은 수십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60~1970년대 건설사들이 공사 일정을 맞추기 위해 타워크레인 기사들에게 독려 차원에서 현금 등을 주던 것이 시간이 지나면서 규모가 커지고, 관행으로 굳어진 것으로 알려진다. 월례비 규모는 기사당 월 600~1000만원 수준으로 전해지고 있다.

건설업체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월례비 규모가 커지고, 월례비 지급을 거부하면 타워크레인 기사들이 자재를 천천히 인양하거나, 안전 요건 미비 등을 이유로 인양을 거부하면서 공사 일정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타워크레인 작업의 중단 여부가 현장의 작업 전체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며 "타워크레인 조종사는 시공사와의 관계에서 절대 우위에 서는 구조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밝혔다.

반면 건설노조는 "월례비와 관련한 모든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전가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건설노조는 성명을 통해 "월례비는 타워크레인 노동자들의 일방적인 강요로 지급받는 것이 아니고, 건설사가 안전하지 않고 무리한 작업을 강요하는 과정에서 관행적으로 발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건설노조는 타워크레인 월례비에 대해 옹호한 적이 없고, 건설 사업자단체에 월례비 근절을 촉구하는 입장의 공문도 발송한 적이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건설 현장에서 '월례비 지급'을 둘러싼 갈등이 커지자 앞으로 월례비 강요를 불법행위로 보고 형사 처벌하기로 했다.

associate_pic
[수원=뉴시스] 김종택 기자 =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8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한 아파트 공사현장을 방문해 타워크레인 월례비 등 불법행위 피해현황을 점검하고 있다. 2023.02.08. [email protected]
국토교통부는 지난 21일 발표한 '건설 현장 불법·부당행위 근절대책'에서 앞으로 타워크레인 기사들이 월례비를 받을 경우 면허 정지 처분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또 관련법을 개정해 불법 행위 시 면허를 취소하고, 건설사에는 불법 행위 신고를 의무화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경찰의 건설 현장 불법행위 특별단속도 속도를 내고 있다. 경찰은 오는 6월25일까지 단속을 이어갈 방침이다. 고용노동부도 다음 달부터 건설 현장 노사관계 불법 행위에 대한 점검에 나선다.

한편 월례비 성격을 둘러싼 사법부의 판단이 명확히 정립되지 않아 향후 법적 분쟁이 발생할 소지도 있다.

법원은 건설 하도급 업체가 타워크레인 기사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금(월례비) 반환 청구 소송에서 타워크레인 기사들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월례비 성격에 대해서는 1, 2심의 판단이 엇갈렸다. 1심은 월례비 지급을 근절해야 할 관행이라고 봤지만 2심은 월례비는 임금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광주고법 제1-3민사부(재판장 박정훈)는 철근콘크리트 공사업체인 A 건설산업이 타워크레인 기사 16명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 항소심에서 "월례비는 임금"이라는 취지로 A사의 항소를 기각하며 1심과 같이 원고 패소 판결을 했다.

1심 재판부는 "타워크레인 기사들에게 작업을 시키는 지위에 있던 A사가 기한 내 공사 완공 등의 유리한 판단을 통해 월례비 지급 결정을 했다"고 판시했다. A사가 공기 단축 등을 위해 월례비를 지급한 만큼 부당이득이 아니라는 취지다.

다만 원청과 타워크레인 회사가 부담해야 할 인건비인 월례비를 하도급업체에 전가하는 것은 근절해야 하는 관행으로 판단했다.

2심은 더 나아가 월례비를 '임금'이라고 봤다. 재판부는 "월례비는 수십 년 동안 지속해온 관행으로 사실상 근로의 대가인 임금의 성격을 가지게 됐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1심과 2심의 판결이 엇갈렸기 때문에 대법원의 판결을 지켜봐야 한다"며 "앞으로 월례비를 금지할 수 있는 규정이나 시행령을 명확히 하겠다. 법적인 논란도 앞으로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이메일
  • 프린트
  • 리플
관련기사
위클리뉴시스 정기구독 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