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계받고 "장난" 주장…피해자 두 번 울리는 소송 [학폭그림자]②
정순신 아들 사례로 '시간끌기 소송 전략' 도마끔찍한 만행 저지르고도 "합의했다"며 소송집행정지 땐 분리 못해…피해자가 전학가기도
법정에서 처분이 뒤집히는 일도 있으나, 단순 장난으로 치부할 수 없을 만큼 가해 사실이 뚜렷함에도 반성은커녕 사과조차 하지 않고 소송을 택한 경우가 상당수였다. 법원이 청구를 기각하더라도, 지난한 소송 기간 동안 피해자들이 2차 피해에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5일 올해 들어 판결이 확정된 학교폭력 관련 행정소송 판결문들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총 21건 가운데 13건 징계를 취소해달라는 원고 청구를 기각 또는 각하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충북 단양의 한 고등학교에선 얼굴, 머리 등을 수차례 가격한 가해 학생이 전학 처분(전학 전까지 출석 정지)을 받았지만 '우발적으로 발생한 사건'이라며 곧바로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법원은 이 가해 학생이 수업 시간에 다른 반까지 찾아가 피해 학생을 폭행한 점, 교사 등 주변에서 말렸음에도 불구하고 폭행을 한 점, 피해 학생이 3주간 치료가 필요한 상해를 입은 점, 무엇보다 그가 사과조차 하지 않았다는 점 등을 고려해 청구를 기각했다. 창원에선 초등학교 5학년생이 심각한 학교폭력으로 전학처분을 받았음에도 소송에 나섰다.
가해 학생은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에 넘겨져 전학조치와 특별교육 5시간 등 처분을 받았다. 그런데 "충분히 반성하고 용서를 구해 피해 학생과 합의에 이르게 됐다"며 이를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청구를 기각했다. 이처럼 학폭 사실이 명확한 경우에도 일단 소송을 걸고 보는 사례가 즐비하다. 가해자들은 폭력이 아니라 "장난이었다"거나 "행위에 비해 징계가 과하다"는 등의 주장을 펴는 경우가 많은데, 이 과정에서 피해자들은 진솔한 사과보다는 또 다른 고통에 노출된다고 한다. 정 변호사 아들 역시 소송에서 자신의 폭언이 피해자가 받아들일 수 있는 장난 수준의 발언이었다는 취지로 주장하거나, 피해자의 피해가 본인의 학업 스트레스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는 등의 논리를 폈다. 극단 선택 시도까지 했던 피해자 입장에서는 이를 지켜보는 일이 또 하나의 고통이 됐을 것으로 추측된다.
신청이 받아들여질 경우 학교가 처분을 집행할 수 없어 피해 학생으로부터 가해자를 실질적으로 떼어놓기가 어렵다. 피해 학생과 그 가족은 보복에 대해서도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 되는 셈이다. 지난 2021년 11월께 경북 김천의 한 고등학교에선 기숙사 생활을 하던 1학년생 A씨가 피해 학생의 신체 특정 부위를 만지거나 바지를 내리는 등 폭행과 언어폭력 행위로 전학 처분을 받았다. 심지어 A씨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위반(강제추행) 등 혐의로 기소까지 됐는데도 전학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A씨 측은 '기숙사 생활을 하는 고등학생 간 예상 가능한 범위 내의 사소한 갈등 내지 분쟁에 해당하거나, 동성 친구 사이의 장난'이었다고 주장했다. 이후 법원은 올해 1월12일 "6개월 넘게 피해자를 지속적, 반복적으로 추행하고 희롱했다"며 원고 청구를 기각했다. 하지만 소송은 1년 넘게 이어졌고, 피해 학생은 정신적 피해를 호소하다 자진해 전학하기에 이르렀다고 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