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글로리·정순신에 들썩…"인과응보 없는 현실에 분노" [학폭그림자 ①]
"아빠 찬스", "또 떵떵거리며 살겠지"'공정' 논란으로 확대되는 '정순신 사태'
[서울=뉴시스]임철휘 기자 = "왜 없는 것들은 인생에 권선징악, 인과응보만 있는 줄 알까." ('더글로리' 파트2 예고편 중) 학교폭력 문제를 다룬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가 선풍적인 인기를 얻은 데 이어 윤석열 정부 첫 경찰청 국가수본부장으로 임명된 정순신 변호사가 아들의 학교폭력(학폭) 문제로 낙마하면서 '학폭'이 사회 주된 이슈로 급부상했다. 최근 MBN '불타는 트롯맨' 우승후보 황영웅씨 역시 학폭 의혹이 제기돼 방송에서 하차했다. 4일 뉴시스 취재에 따르면 학폭 문제와 관련해 상당수 시민들은 행위 자체도 문제지만, 피해자는 여전히 고통 속에 살아가는 반면 가해자들은 큰 어려움 없이 살아가는 현실에 허탈감을 느낀다고 입을 모았다. 최모씨의 자녀는 지난해 학교 폭력 피해를 입어 전신마취 수술을 두 차례나 받았다. 최씨는 "가해 학생은 자신이 가고 싶은 고등학교에 진학한 데다, 최근에는 학폭 가해 사실을 자랑스럽게 떠들고 다닌다고 들었다"며 "학폭위(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회의록에서도 '제가 그 친구를 때린 이유를 더 설명해도 되냐'는 둥 후안무치한 모습을 보여 부아가 치밀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떻게 법과 제도가 가해자는 떵떵거리고 살 수 있게 하고 피해자는 지옥 속에서 살게 하느냐"며 "나쁜 사람이 벌 받는 게 당연하지 않느냐"고 울분을 토했다. 중학교 2학년 때 집단폭행을 당했다는 이모(30)씨는 "15년 동안 상처 속에 사는 동안 가해자들은 아이를 낳거나 정상적인 직장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나는 대인 기피와 불안으로 아직 한 번도 제대로 된 사회생활을 해보지 못했다. 왜 그 피해를 나 혼자 오롯이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나를 가해한 이들이 유명인이 아닌 것이 아쉬울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최근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진단을 받고 학폭이 사회적 관심사가 된 후에야 내가 겪은 아픔이 아픔이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더 글로리만 봐도 문동은만 상처를 안고 있고 나머지는 기억도 못 하고 있지 않으냐. 그 현실에 분노한다"고 전했다.
학교 폭력으로 전학 징계를 받았던 정 변호사가 서울대에 입학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를 성토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명문고에서도 상위권에 들던 피해 학생은 아직 대학에 가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에는 관련 대자보가 붙기도 했고,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도 비판 글이 쏟아졌다. 한 학생은 지난달 28일 "2년도 채 되지 않아 (가해자는) 잊힐 거고 학부 간판 잘 얻어서 유학이나 로스쿨에 갔다가 아빠 빽으로 좋은 자리 얻을 거다. 집 안 재산 가지고 떵떵거리고 살 것을 다 안다. 그래서 더 화난다"고 썼다. 서울대 앞에서 만난 재학생 김모(23)씨는 취재진에 "(가해자의 아버지가) 고위공직자였던 데다 법조인이었기 때문에 피해자가 자살 시도까지 했는 데도 별 탈 없이 지나간 것 아니겠느냐"며 "불공정의 전형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서울의 한 사립대학 에브리타임에도 "정순신 사건은 단순 아들 학폭이 문제가 아니라 부모가 권력을 이용해 징계 취소 소송 3심까지 끌고 가는 '2차 가해'를 했기 때문에 문제다. 사건의 이름을 '정순신 2차 가해 논란'으로 바꿔야 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한편 지난해 교육부가 실시한 '2022년 1차 학교폭력 실태 조사'에 따르면, 학교폭력 '피해 응답률'은 1.7%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전수조사가 시작된 2013년(2.2%) 이후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