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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한국야구①]'도쿄 참사' 한국, WBC 3연속 1라운드 탈락 망신

등록 2023-03-14 06:00:00   최종수정 2023-03-20 09: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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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수 아래 호주에 패한 데 이어 일본에 대패

급락한 국제 경쟁력…투수력은 처참한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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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뉴시스] 김선웅 기자 = 13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2023 B조 대한민국과 중국의 경기, 5회말 22:2 콜드게임으로 중국에 승리를 거둔 대표팀 선수들이 인사를 나눈 후 더그아웃으로 이동하고 있다. 2023.03.13. [email protected]
[도쿄=뉴시스] 김희준 기자 = 한국 야구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3개 대회 연속 1라운드 탈락의 수모를 겪었다. 2009년 이후 14년 만에 4강 진출을 목표로 삼았지만 허황된 꿈이었다.

이강철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 대표팀은 2023 WBC 1라운드에서 2승 2패를 기록, B조 3위에 그쳐 상위 2개 팀에 주어지는 2라운드(8강)행 티켓을 얻지 못했다.

1~3차전에서 1승 2패에 그친 한국은 13일 오후 7시 일본 도쿄돔에서 열리는 중국과의 마지막 경기를 치르기도 전에 1라운드 탈락이 확정됐다. 체코가 호주에 4점을 내주고 승리하면 8강을 바라볼 수 있었지만, 호주가 체코를 8-3으로 꺾었다.

한국 야구는 2013년, 2017년에 이어 3개 대회 연속 1라운드에서 탈락하면서 처참한 현실과 다시 한 번 마주했다.

첫 판부터 꼬였다.

호주, 일본, 체코, 중국과 한 조에 묶인 한국은 호주와의 첫 경기를 승리로 장식해 8강 안정권에 들어간 후 부담을 덜고 '숙적' 일본과 결전을 벌이겠다는 생각이었다. 체코, 중국의 전력이 크게 떨어지는 상황이어서 호주만 잡아도 8강 진출에 청신호를 켤 수 있었다.

그러나 한 수 아래로 평가하던 호주에 7-8로 패배하면서 8강행에 적신호가 켜졌다. 압박감이 더 커진 상황에서 치른 한일전에서는 4-13으로 대패하는 수모를 당했다.

생업이 따로 있는 선수들로 구성된 체코에 7-3으로 승리를 거뒀지만, 이미 8강 진출 가능성은 희박해진 뒤였다. 한국은 1라운드 탈락이 확정된 채 중국전을 치렀다.

이번 대회를 통해 한국은 현저하게 떨어진 국제 경쟁력을 확인했다.

프로 선수가 참가하는 주요 대회에서 한국이 호주에 진 것은 2007년 대만 야구월드컵 예선 이후 16년 만의 일이었다.

일본과의 경기에서는 벌어진 실력차를 절감했다.

한국은 2015년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결승에서 일본에 역전승을 거두며 우승했지만, 2019년 프리미어12에서는 예선, 결승에서 모두 일본에 졌다. 2021년 열린 2020 도쿄올림픽에서도 일본과 접전을 벌인 끝에 패배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콜드게임 패배 직전까지 몰리는 수모를 당했다.

과거 한국은 탄탄한 마운드를 앞세워 국제대회에서 호성적을 냈지만, 이번 대회에서 보여준 투수력은 실망스러울 정도였다.

학교 폭력 꼬리표를 완전히 떼지 못한 안우진(키움 히어로즈)을 제외하고 KBO리그 최고 선수들을 불러모여 최상의 전력을 꾸렸지만, 처참히 무너졌다.

호주전에서는 상대 타자들의 파워를 감당하지 못했다. 한국 마운드는 홈런을 3방이나 허용하면서 녹다운됐다.

일본과의 경기에서는 장단 13안타를 맞았을 뿐 아니라 8개의 볼넷을 내주면서 자멸했다. 3회 양의지의 투런포 등으로 3점을 뽑고도 대패를 피하지 못했다.

일본 투수들이 시속 160㎞가 넘나드는 강속구에 안정적인 제구까지 선보인 반면 한국은 시속 150㎞를 넘기는 투수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제구력은 더욱 심각했다. 한국 투수들은 초구 스트라이크를 좀처럼 던지지 못했다. 스트라이크존을 크게 벗어나는 공도 적잖았다. 체코전에서는 폭투로 점수를 주는 일도 있었다.

타자들도 아쉽기는 마찬가지였다. 처음 보는 투수들에 대처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빠른 공에는 여지없이 방망이를 헛돌렸다. 호주전에서 경기 시작 후 13명의 타자가 연속 범타로 물러나기도 했다.

대회 준비 과정도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한국 대표팀은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에 모여 훈련을 진행했다.

소속팀이 미국에 캠프를 차리지 않은 삼성 라이온즈, 두산 베어스, 롯데 자이언츠 선수들은 장시간 비행을 피할 수 없었다.

날씨도 도와주지 않았다. 한파 주의보가 내려질 정도로 기온이 떨어졌고, 눈까지 쏟아졌다. 비바람과 강풍도 쏟아졌다.

추운 날씨는 특히 투수들이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데 독이 됐다. 실력의 한계도 있었지만, 그나마 제 기량도 발휘하지 못했다.

이번 대회를 통해 10년 넘게 대표팀 에이스로 활약한 김광현(SSG 랜더스), 양현종(KIA 타이거즈)의 뒤를 이을 후계자를 찾고, 세대교체를 이루겠다는 꿈도 물거품이 됐다.

구창모(NC 다이노스), 이의리(KIA), 소형준(KT 위즈), 곽빈, 정철원(이상 두산 베어스), 정우영(LG 트윈스) 등 국내에서 내로라 하는 유망주가 대거 포함됐지만 누구 하나 눈에 띄는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원태인(삼성 라이온즈)이 호투한 것이 자그마한 위안이었다.

한국은 2006년 WBC 4강,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2009년 WBC 준우승을 차지하며 부흥기를 맞았다. 관중이 크게 늘면서 9, 10구단을 창단해 외형을 넓혔다. 100억원이 넘는 계약이 속속 등장할 정도로 선수들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올랐다.

하지만 오히려 국제 경쟁력은 퇴보했다. 2013년, 2017년 WBC 1라운드 탈락 후 국제 경쟁력 강화를 외쳤지만, 그때뿐이었다. 이번에도 참사는 또 일어났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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