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돼지열병 잠잠하나 했더니…4년여 만에 '엄습'[구제역 비상①]
열흘새 청주·증평서 11건 발생…추가 확산 가능성발생 농장 항체양성률 저조…백신 부실 접종 우려
[세종=뉴시스] 오종택 기자 = 국내에서 4년여 만에 창궐한 구제역으로 가축 방역당국과 축산농가는 초비상에 걸렸다. 발생 열흘 만에 위기경보 단계를 최고 수준인 '심각' 단계로 조정하고 총력 대응에 나섰다. 지난 겨울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와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등 치명적인 가축 전염병을 비교적 안정적으로 관리했다는 평가지만 이번 구제역 확산으로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게 됐다. 20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10일 충북 청주시 북이면 한 한우농장에서 구제역 의심 가축이 발견돼 정밀 검사를 진행한 결과 확진 판정을 받았다. 국내에서 구제역이 발생한 것은 지난 2019년 1월 이후 4년4개월 만이다. 구제역은 소, 돼지, 염소, 양 등 발굽이 둘로 갈라진 우제류가 구제역 바이러스에 감염돼 걸리는 가축 전염병이다. 전염성이 매우 강하고, 치사율도 50%를 넘는다. 국내에서는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아프리카돼지열병 등과 함께 제1종 가축법정전염병으로 지정돼 있다. 현재로서는 예방 백신 외에는 치료법도 없어 구제역에 걸리면 해당 농장의 우제류 가축은 모두 살처분해야 한다. 동물 간 접촉은 물론 공기 전파로도 확산하기 때문에 전파력이 매우 강하다. 초기 대응이 매우 중요하지만 이미 지난 10일 첫 발생 이후 열흘 동안 청주 9건, 인근 증평군 2건 등 총 11건이 발생했다.
지난 겨울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의 전 세계적인 대유행으로 유럽과 미국, 일본에서는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다. 우리나라도 73건이 발생했지만 방역당국과 가금 농가의 확산 방지 노력, 살처분 범위 최소화 등으로 예년에 비해 상대적으로 피해가 덜했다. 방역당국은 큰 고비를 넘기면서 조류인플루엔자 위기 단계를 '심각'에서 '주의'로 조정했다. 아프리카돼지열병도 지난달 경기 포천시 양돈농장에서 확인되는 등 간헐적으로 발생하고는 있지만 선제적 방역 조치로 피해가 크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예기치 않은 구제역이 발생하며 방역당국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구제역은 꾸준한 예방 관리로 최근 4년 넘게 발생 사례가 없을 정도로 안정화된 상태였다. 방역당국은 지난해 기준 소 축종의 경우 구제역 백신 항체양성률이 98.2%로 높게 유지되는 등 발병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예상했었다. 높은 백신 항체양성률 등을 고려했을 때 전국 확산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지만 열흘 만에 11건이 발생하는 등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소가 아닌 염소농장에서도 구제역이 발병하면서 축종 간 수평 전파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구제역이 염소농장으로 번진 사례는 지난 2011년 이후 12년 만이다.
더욱이 청주와 증평지역 소 항체양성률은 97.0%, 98.5%로 전국 평균과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확인됐지만 이번에 구제역이 발생한 농장 중 일부는 항체양성률이 과태료 부과 기준인 80%에 못 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 한우농장은 항체양성률이 20%대에 불과했다. 50두 이상 대규모 농장의 경우 공수의사가 아닌 농장 스스로 자가 접종을 하고 있어 접종이 부실하게 이뤄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일부 농장에서는 백신 접종 이후 육질에 문제가 생겨 접종을 꺼리는 움직임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방역당국은 추가 확산을 막기 위해 모든 우제류 농가에 긴급 백신 접종을 완료하기로 했으나 잠복기(2주)와 항체형성시기 등을 감안하면 언제든지 추가 확산 가능성이 열려 있다. 유한상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는 "사육두수가 많은 농가에서는 자율적으로 접종을 하기 때문에 얼마나 효율적으로 접종이 이뤄졌을지 의문"이라며 "접종 효과를 높이려면 공수의사나 수의사 등 전문가들로 하여금 접종이 이뤄지도록 하는 방안도 고려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인중 농식품부 차관은 "바이러스 잠복기, 추가 접종에 따른 항체형성 소요기간(2주) 등을 고려할 때 산발적인 추가 발생 가능성이 있다"면서 "1차 방역목표는 청주·증평으로 제한하고, 타 지역에서 구제역이 발생하지 않도록 방역활동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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