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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율성 기념공원 놓고 주무부처 보훈부와 광주시 갈등 '격화'

등록 2023-08-29 08:00:00   최종수정 2023-08-30 10:2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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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식 "자유 가치 부정…장관 직 걸고 저지할 것"

강기정 "보훈부, 광주 고립…국론 분열시키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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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뉴시스] 김혜인 기자 = 자유통일당원들이 28일 오후 광 주 남구 양림동 정율성 동상 앞에서 집회를 열고 정율성 공원 조성 철회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3.08.28.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옥승욱 기자 = 정율성 역사공원을 놓고 주무부처인 국가보훈부와 광주시의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박민식 보훈부 장관은 직을 걸고 저지하겠다고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반면 강기정 광주시장은 보훈부에 국론을 분열하지 말라고 맞서고 있다. 중앙 부처와 지방자치단체 간의 이념 논쟁이 이례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불붙은 이념 논쟁에 여야 정치권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9일 정부와 정치권에 따르면 박민식 장관은 지난 28일 오전 전남 순천역에서 열린 '잊혀진 영웅, ‘호남학도병들’을 기억해야 합니다!' 행사에 참석해 광주시가 추진하고 있는 '정율성 역사공원' 사업에 대해 "장관직을 걸고 반드시 저지시키겠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정율성은 우리 국군과 국민의 가슴에 총부리를 겨눈 사람"이라며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사람을 기리는 사업에 국민의 예산을 쓴다는 것은 단 1원도 용납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정율성의 공이 얼마나 큰가에 대해서 회의적이다"며 "국적도 중국으로 바꿨을 뿐만 아니라 (6·25 당시) 중공군과 북한군이 잘 싸우라고 응원한 나팔수 역할을 한 사람이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아울러 "아무리 지자체의 자율성이 존중된다 하더라고 국민들의 뜻을 정면으로 배반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수많은 광주 시민들과 호남 주민, 또 대한민국 국민들이 반대하는 사업을 지자체장이 강행하지 않으리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상이군경회, 전몰군경유족회 등 광주 보훈단체들은 이날 광주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북한 영웅 정율성 공원 조성에 호국영령들이 통탄한다"고 비난했다.

연평도 포격전 당시 전사한 고(故) 서정우 하사의 모친 김오복 씨도 참석해 "광주 정신은 공산주의자를 기념하는 정신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광주 보훈단체와 연대한 전국 보훈단체는 30일 오후 광주시청 앞에서 회원 2천여명(주최 측 예상)이 참가하는 대규모 반대 집회를 예고했다.

반면 강기정 광주시장은 보훈부에 국론을 분열시키지 말 것을 촉구했다. 강 시장은 이날 오전 시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율성 선생은 의열단 활동을 통해 독립운동에 참여한 독립 운동가였다"며 "해방 이후 북한으로 귀국해 음악교수이자 노동당원으로 살았으며 한국전쟁에는 노동당원으로, 또 중국인민지원군 창작조의 일원으로 참전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후 다시 중국으로 돌아가 예술활동을 한 음악가이다. 이것은 추가고증이 필요 없을 만큼 오래 전부터 알려진 사실"이라며 "그의 생애와 공과는 하나의 숨김없이 세상에 공개돼 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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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뉴시스] 김혜인 기자 = 자유통일당원들이 28일 오전 광주시청 앞에서 정율성 공원 조성 철회 촉구 집회를 열고있다. [email protected]

강 시장은 "문재인 정부시기인 2021년에는 국립국악원 70주년을 기념해 그의 미공개 소장품을 전시하는 특별전을 개최했다"며 "지난 30년간 정율성 선생은 국익을 위해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이런 기조에 발맞춰서 광주는 정율성 선생과 관련한 다양한 사업을 진행했다"며 "한·중 관계가 좋을 때 장려하던 사업을 그 관계가 달라졌다고 백안시 하는 것은 행정의 연속성과 업무수행 기준을 혼란하게 만드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한 번 더 보훈부에 요구한다. 오랜 기간 대한민국 정부도, 광주시민도 역사정립이 끝난 정율성 선생에 대한 논쟁으로 더이상 국론을 분열시키지 말라"며 "특히 보훈단체와 보수단체를 부추겨 광주를 다시 이념의 잣대로 고립시키려는 행위를 중단해 달라"고 촉구했다.

광주시는 정율성의 생가(동구 불로동)를 복원하는 한편 인근 국립아시아문화전당과 연계, 대규모 중국 관광객을 유치하겠다는 계획과 함께 2018년부터 관련 공사를 이어오고 있다. 사업비 48억 중 부지매입비만 30억 원에 달한다. 내년 초 완공 예정이다.

중국 인민해방군가로 지정된 팔로군 행진곡을 지은 정율성은 중국 3대 작곡가로 꼽힌다.

광주 출신인 정율성은 1933년 중국 난징에서 의열단에 가입해 조선혁명군사정치 간부학교를 졸업했다. 일본군을 상대로 첩보 활동을 벌이다가 옌안으로 이주했고, 1939년에는 중국 공산당에 가입했다. 해방 뒤에는 북한으로 건너가 활동하다가 '조선인민군 행진곡'도 작곡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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