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래 'Open Wound'…'피부 조각' 기괴함 육감 자극[박현주 아트클럽]
'현대 커미션' 전시, 英 테이트 터바인 홀서 9일 개막'피부' 직물 조각 작품들 49개 금속 체인에 걸려특별 재가동된 옛 크레인에 7미터 터빈 매달려 강렬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피부 조각들이 걸려있는 풍경은 SF영화 한 장면 같다. 징그럽고 끔찍하면서도 기괴한 느낌으로 오감에서 육감까지 깨운다. 영국 런던 테이트 모던(Tate Modern) 대규모 전시장 터바인 홀(Turbine Hall)에서 선보인 허물 벗은 듯한 '피부 조각'들은 한국의 설치미술가 이미래의 작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이미래 작가의 작품은 보는 이의 감각을 자극하고 인간의 감정과 욕망이라는 주제를 탐구한다 9일 개막한 '현대 커미션: 이미래: Open Wound'전시다. 현대자동차와 영국 테이트 미술관의 장기 파트너십의 일환으로 펼친 이 전시는 현대미술의 발전과 대중화를 지원하기 위해 2014년 체결한 장기 파트너십에 따라 진행되는 전시 프로젝트다. 2015년 아브라함 크루즈비예가스(Abraham Cruzvillegas), 2016년 필립 파레노 (Philippe Parreno), 2017년 수퍼플렉스(SUPERFLEX), 2018년 타니아 브루게라(Tania Bruguera), 2019년 카라 워커(Kara Walker), 2021년 아니카 이(Anicka Yi), 2022년 세실리아 비쿠냐(Cecilia Vicuña), 2023년 엘 아나추이(El Anatsui)에 이어 올해는 이미래(Mire Lee)가 아홉 번째 현대 커미션 작가로 참여했다.
"과거 화력 발전소 심장부에 위치한 터빈 장치와 더불어 전시장을 가로지르며 홀 중앙을 연결하는 다리 겉면의 일부를 제거해 내부 구조를 드러냄으로써 공간이 가진 과거의 기억을 일깨우고자 했다. 인류의 연약함을 드러내는 동시에 인간의 손길과 보살핌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역사의 성장과 쇠퇴의 과정을 탐구하고자 했다."(이미래) ◆'현대 커미션: 이미래: Open Wound' 전시 이미래의 이번 전시는 작가가 영국에서 선보이는 첫 번째 대규모 전시다. 과거 화력 발전소였던 건물을 개조하여 탄생한 미술관인 테이트 모던에 깃든 영국 산업의 역사에 주목했다. 전례 없는 규모의 설치 작업으로 아름다움과 기괴함이 공존하는 생산 현장으로 전시 공간인 터바인 홀을 재구성했다. 전시장 내부는 '피부(Skin)'라고 표현된 직물 조각 작품들이 49개의 금속 체인에 걸려 천장으로부터 늘어뜨려져 있으며, 터바인 홀 끝에는 이번 전시를 위해 특별히 재가동된 옛 크레인에 7미터 길이의 터빈이 매달려 있다. 과거 석탄 광부들이 도르래에 옷을 걸어 작업복을 말리던 일과 휴식 사이의 경계 공간인 탈의실을 연상시킨다. 또한 짙은 분홍빛의 액체를 뿜어내는 실리콘 튜브가 회전하고 있는 터빈을 둘러싸고 있으며 튜브 아래 설치된 트레이로 액체가 모이고, 건축용 그물망과 같은 섬유 조각들이 액체를 흡수해 새로운 피부 조각으로 탄생되는 모습을 선보인다. 전시 기간 동안 이렇게 만들어진 조각을 현장 기술자가 건조대로 옮기는데 이 모습이 마치 장인이 작업을 하는 모습 같으면서 동시에 공장의 생산 라인처럼 보이기도 한다. 피부 조각들이 걸려있는 풍경은 과거 석탄 광부들이 도르래에 옷을 걸어 작업복을 말리던 일과 휴식 사이의 경계 공간인 탈의실을 연상시킨다. 작가는 천천히 회전하는 터빈에서 인간적인 요소를 발견하고 전시 기간 동안 점진적으로 늘어나는 '피부' 조각들로 건물이 점차 허물을 벗는 듯한 상황을 연출했다. 산업 재료를 사용하는 이미래 작가의 독창적인 시각 언어가 반영된 이번 전시는 인간과 기계, 부드러움과 단단함, 내부와 외부, 개인과 집단 사이의 조화와 갈등을 경험하는 기회를 마련해 강렬한 감정적 반응을 유도한다. 인간의 불안과 희망을 동시에 살펴볼 수 있다.
"전복적이며 여러 감각을 확장하는 방식을 모색하는 이미래 작가는 오늘날 가장 흥미롭고 독창적인 현대 미술가 중 한 명이다. 이미래 작가의 작품을 테이트 모던에서 선보일 수 있어 기쁘다."(테이트 모던 카린 힌즈보(Karin Hindsbo)관장)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이번 현대 커미션 전시는 대비되는 요소들을 끊임없이 변화하는 공간 속에 병치함으로써 규정할 수 없는 관계의 복잡성을 드러내고, 불확실성의 시대에 상호 연결된 미래를 향한 존재의 본질에 대해 성찰하도록 영감을 준다"고 말했다. 전시는 내년 3월16일까지 열린다.
◆이미래(Mire Lee)작가는? 1988년 한국 출생으로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에서 조소와 미디어아트를 전공했다. 현재 서울과 암스테르담을 오가며 작업하고 있다. 철, 시멘트, 실리콘 등 산업 재료를 붓거나 떨어트리고 부풀리며 날 것 그대로의 유기적인 형태를 표현하는 조각 작품들은 모터나 펌프 등 기계 부품으로 작동되거나 좁은 틈새로 액체를 뿜어내는 등 불안정한 형태를 극대화하며 강렬한 인상을 준다. 주요 개인전은 2020년 한국 서울 아트선재센터《Carriers》 전시, 2022년 독일 베를린 싱켈 파빌리온 'HR Giger & Mire Lee' 전시, 2022년 프랑크푸르트 현대미술관 ZOLLAMTMMK, MMK Frankfurt 'Look, I'm a fountain of filth raving mad with love》 전시, 2023년 미국 뉴욕 뉴 뮤지엄 'Black Sun'전시가 있다. 단체전은 2018년 제12회 광주비엔날레 파빌리온 프로젝트, 2019년 제15회 리옹 비엔날레(15th Biennale de Lyon, Lyon), 아트선재, 샤르자 미술 재단(Sharjah Art Foundation), 2020년 상하이 안테나 스페이스(Antenna Space, Shanghai), 2021년 쿤스트페어라인 프라이브루크(Kunstverein Freiburg, Freiburg), 2022년 제59회 베니스 비엔날레와 제11회 부산비엔날레 등에 참여했다. 2018년 암스테르담 라익스 아카데미(Rijksakademie van beeldende kunsten)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