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운명 가를 선거전 본격화…극우 돌풍 부나
네덜란드 총선(3월 15일), 프랑스 대선(1차 투표 4월 23일· 결선 5월 7일), 독일 총선(9월 24일) 등 유럽연합(EU) 리더격 나라들의 선거가 올해 줄줄이 예정돼 있다.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과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등 대이변이 속출한 가운데 올해 유럽 선거에서도 '자국 우선주의'를 말하는 극우 정당이 득세할지 주목된다. 프랑스의 국민전선(FN), 독일을 위한 대안(AfD), 네덜란드 자유당 등 유럽 각국의 극우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 정당들은 지난달 자신들만의 '정상 회의'를 개최하고 선거 승리를 결의했다. 유럽국들 선거에서 중도 성향의 현 집권당들이 승리한다면 포퓰리즘 공포는 다소 누그러지겠지만 극우파가 세력을 확장할 경우 EU 희의론과 반 세계화 물결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 네덜란드 자유당, 제1당돼도 집권 여부 불투명 네덜란드에서는 국회의원 총 150명을 다시 뽑는 이번 총선에 2차대전 이후 가장 많은 정당이 참여한다. 출사표를 던진 81개 정당 가운데 선거관리위원회 심사를 통과한 28개 정당이 총선에 등록했다. 네덜란드에서는 반 무슬림주의자인 헤이르트 빌더르스 자유당(PVV) 대표가 표 몰이를 준비하고 있다. 자유당은 극우 정책에도 불구하고 이번 총선에서 제1당 지위를 노리고 있다. 빌더르스 대표는 모로코인 인종차별 혐의로 작년 12월 유죄를 선고 받았지만 인기가 식지 않고 있다. 그는 '반 이민, 반 EU' 정책을 앞세워 '넥시트'(네덜란드의 EU 탈퇴)를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위기감을 느낀 마르크 뤼테 총리는 '적응하기 싫다면 떠나야 한다'는 내용의 광고로 강경한 이민정책을 시사했지만 현재로서 집권 자유민주당(VVD)은 제2당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
다당제인 네덜란드에서 정당 간 대연정은 흔한 일이다. 자유당이 최다 의석을 얻어도 다른 당이 이들과 손잡을지는 미지수다. 소수당들이 연합해 자유당 집권을 저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프랑스 대선, '극우' 르펜 vs '중도' 마크롱 구도 프랑스에서도 현지 역사상 가장 예측불가능한 대선이 펼쳐질 예정이다. 현재 가장 유력한 대선 주자는 극우 FN의 르펜 대표와 중도 성향의 무소속 에마뉘엘 마크롱 전 경제장관이다. 프랑스는 4~5월에 걸쳐 두 번의 선거를 치른다. 결선투표제에 따라 1차 투표에서 가장 많은 표를 얻은 후보 2명끼리 양자 대결을 벌여 최종 승자를 가린다. 여론조사에서 르펜 대표는 1차 투표 지지율 선두로 결선에 진출할 수 있다고 나타난다. 연쇄 테러와 난민 유입, 경기 침체 장기화 등으로 FN의 극우 국수주의 정책에 주목하는 이들이 늘고 있어서다. 르펜의 최종 승리 여부는 투표함을 열어 봐야 확인할 수 있다. 결선투표에선 결국 마크롱 후보나 보수당 주자 프랑수아 피용 전 총리가 르펜 대표를 상대로 완승을 거둘 거란 전망이 많다. 르펜은 세계화와 이슬람주의에 맞서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처럼 '프랑스 우선주의'를 추구하겠다고 주장한다. 유력 경쟁자인 마크롱은 유럽의 단합을 강조하며 극우 바람을 막아야 한다고 맞불을 놨다. 프랑스 대선은 아직 2달 이상 남아 있어 판세를 예단할 수 없다. 피용의 경우 연초까지만 해도 당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나타났지만 부패 혐의가 제기되면서 중도 사퇴론까지 거론되고 있다.
◇ 독일 총선, 메르켈 4선 도전…극우당 약진 주목 독일에서는 '서방 자유 민주주의 진영의 기둥'으로 불리는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9월 총선에서 4선에 도전한다. 메르켈은 11년째 장기집권하며 유로존 경제 침체, 난민 대량 유입 등 유럽 위기 해결에 앞장섰다. 메르켈 총리의 최대 경쟁자는 집권 기독민주당(CDU)·기독사회당(CSU) 연합과 대연정을 구성 중인 사회민주당(SPD)의 마틴 슐츠 전 유럽의회 의장이다. 여론조사상 슐츠는 직선제를 실시할 경우 지지율이 메르켈을 앞설 수 있다고 나타난다. 하지만 독일 총리는 직선제가 아니다. 의원내각제인 독일은 총선에서 다수당이 되는 당의 대표가 총리를 맡는다. 정당 지지율로는 CDU-CSU 연합이 여전히 선두라 현재로선 메르켈의 연임 가능성이 높다. 누가 다수당이 되느냐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극우 독일을위한대안당(AfD)의 약진 여부다. 난민 문제가 계속되는 가운데 작년 12월 베를린 트럭 테러까지 터지면서 독일의 안보 우려는 최고조에 달한 상태다. AfD는 반 난민, 반 EU 정책을 주창하며 작년 지방의회 선거에서 의석을 늘린 바 있다. 독일 내에서는 난민 포용을 고집한 메르켈 총리를 심판해야 한다는 비판적 시각과 자유 민주주의가 추구하는 열린 사회를 포기해선 안 된다는 여론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