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 중재로 풀자④]판사 1인당 사건수 600건…"일본 2배, 이젠 한계다"
연간 소송 160여만건…판사 1명이 609건 선진국들에 비해 현저히 과도한 업무량 법관 대부분 '중노동' 일상…재판 질 저하 "야근이나 주말 근무 필연…힘에 부치기도" "재판 당사자들에 시간 충분히 배정 못해" 【서울=뉴시스】이혜원 기자 = 분쟁을 소송으로 해결하려는 '소송 만능주의'로 인해 사법부 부담이 한계선으로 치닫고 있다. 매년 늘어나는 소송으로 결국 재판의 질이 저하된다는 심각한 우려가 나온다. 4일 대법원에 따르면 소송 증가에 따른 판사 1인당 재판량은 매년 증가추세로, 2011년의 경우엔 전국 법원에 총 150만3696건의 소송이 접수돼 1인당 589건을 맡았다. 이어 2012년에는 총 157만3652건으로 소송이 증가했고, 1인당 사건 수도 593건으로 늘었다. 또 2013년엔 총 160만5623건의 소송이 접수돼 판사 1인당 599건의 사건을 맡았다. 2014년엔 접수된 소송이 165만7385건으로 늘었고, 판사 1인당 연간 609건의 사건을 맡게 됐다. 우리 나라 법관들의 재판 부담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과 비교할 때 매우 큰 수준이다. 2012년 기준으로 미국 연방법원 법관당 사건은 416건으로 같은 해 한국 판사에 비해 100건 이상 낮았다. 또 독일은 2012년 기준 법관 1인당 맡은 사건이 210건에 불과했고, 일본은 같은 해 판사 1인당 사건 수가 353건에 그쳐 우리 나라에 비해 현저히 낮았다. 이처럼 우리나라에서 소송이 나날이 증가하는 이유는 소송으로 분쟁을 빠르고 저렴하게 해결할 수 있다는 인식이 크기 때문이다. 소송이 많아져도 재판이 크게 지연되거나 비용이 과다하게 들어가는 부작용이 거의 없다 보니 굳이 분쟁 해결을 위한 다른 대안을 찾으려 하지 않고 있다. 세계은행이 2017년 10월 발표한 '기업환경평가 보고서 2018'에 따르면 한국에서 재판 접수부터 종결까지 걸리는 시간은 평균 290일로 조사됐다. 일본(360일), 미국(420일), 독일(499일) 등보다 짧은 수치다. 비용도 저렴하다. 같은 조사에서 한국 민사 소송 비용은 소가(소송 목적 가액)의 12.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은 23.4%, 미국은 30.5%, 독일은 14.4%로 집계됐다. 소송이 계속 증가하면서 법관들 업무 부담은 한계에 다다랐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014년 기준 대법원에서 심리불속행(審理不續行) 기각으로 처리하는 사건의 비율은 전체 56.8%로 나타났다. 반면 같은 해 전원합의체(대법관 13명이 심리에 참여하는 절차) 사건은 14건에 불과했다. 심리불속행 기각은 상고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하는 사건을 대법원이 더 심리하지 않고 기각하는 것을 말한다. 판결문에 기각 사유가 기재되지 않고, 선고 절차도 없이 통지문만 송달되는 형식으로 종결되기 때문에 사건 당사자들 입장에선 불만이 나오게 된다. 2015년 OECD가 발표한 '한눈에 보는 정부 2015'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사법제도 신뢰도는 2013년도 기준 27%에 그쳤다. OECD 회원국 평균인 54%의 절반 수준이다. 이때문에 우리나라 사법부는 소송 남발 현상을 막아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 놓여있다. 재경지법 소속 한 판사는 "사건이 많아 야근이나 주말 근무를 필연적으로 해야 할 때가 있다"며 "하루에 너무 많은 사건을 진행하다 보니 힘에 부치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그는 "시간에 쫓겨 재판 당사자들에게 말 할 시간을 충분히 배정하기 어렵다"며 "어쩔 수 없이 판사들이 진행하면서 정리하는 방식으로 할 수 밖에 없다"고 전했다. 이는 일선 판사 대부분이 공감할 수 있는 현실이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