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2보]대법원 "日징용 피해자에 배상하라"…13년 재판 끝 확정
13년8개월만에 대법원 전원합의체 최종 결론대법원장 포함 13명 중 11명의 다수 의견으로'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권 인정대법 "한일청구권협정 적용대상에 포함 안돼"소송당사자 4명 중 3명 숨져 이춘식씨만 남아대법원, 2012년에 1·2심 원고 패소 깨고 파기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30일 이춘식씨 등 강제징용 피해자 4명이 신일철주금(신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재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장인 대법원장과 대법관 총 13명 중 11명의 다수 의견으로 이 같은 결론이 났다. 재판부는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권을 인정하고, 각 1억원씩 총 4억원의 위자료와 그에 따른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그대로 인정했다. 이번 선고는 지난 2013년 8월 대법원에 사건이 다시 접수된 지 5년2개월만에 이뤄졌다. 또 지난 2005년 2월 소송이 제기된 지 13년8개월만에야 그 끝을 맺게 됐다. 이 기간에 소송 당사자 4명 중 3명이 이미 세상을 떠났고, 이씨만이 유일하게 생존해있다. 이씨는 호적상 1924년생으로 95살이지만 실제 나이는 98세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핵심 쟁점인 1965년에 체결된 한일청구권협정으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권이 소멸됐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는 대법원장을 포함한 대법관 7명이 의견을 같이 했다. 재판부는 "이들의 손해배상 청구권은 일본 정부의 한반도에 대한 불법 식민지배 및 침략전쟁의 수행과 직결된 일본 기업의 반인도적 불법행위를 전제로 하는 위자료 청구권으로 미지급 임금이나 보상금을 구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강제동원 위자료 청구권은 한일청구권협정의 적용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한일청구권협정은 한일 양국간 재정적·민사적 채권·채무관계를 정치적 합의에 의해 해결하기 위한 것으로 협상과정에서 일본 정부는 식민지배의 불법성을 인정하지 않은 채 강제동원 피해의 법적 배상을 원천적으로 부인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강제동원 위자료 청구권이 그 적용대상에 포함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기택 대법관은 이미 2012년에 대법원에서 원고 승소 취지로 판결을 환송한 만큼 그 판단에 따라야 한다고 봤다. 또 김소영·이동원·노정희 대법관은 이들의 손해배상 청구권이 한일청구권협정의 적용대상에는 포함되지만, 개인의 청구권 자체가 당연히 소멸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다만 그 청구권에 관해 외국 정부를 상대로 자국민 보호 또는 구제를 요구할 수 있는 대한민국의 외교적 보호권만이 포기된 것에 불과하다고 봤다. 반면 권순일·조재연 대법관은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권이 제한돼 원고 승소 판결을 깨고 파기환송해야 한다는 반대 의견을 냈다. 다만 피해를 입은 국민에게는 국가가 정당한 보상을 해야 한다고 했다. 이들은 "한일청구권협정의 적용 대상에 이들의 손해배상 청구권도 포함된다"며 "대한민국 국민이 일본 또는 일본 국민에 대해 갖는 개인청구권이 이 협정에 의해 바로 소멸되거나 포기됐다고 할 수 없지만 소송으로 이를 행사하는 것은 제한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 대법원은 일본의 확정판결 효력이 국내에 미치지 않으며 일본제철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일본 판결은 우리 나라의 선량한 풍속이나 사회질서에 반하는 것으로 그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며 "국내법상 소멸시효가 완성됐다는 일본 기업 측 주장도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 1941~1943년에 신일본제철의 전신인 일본제철에 강제징용돼 고된 노역에 시달렸으나 임금을 전혀 받지 못했고, 이후 1945년 일제로부터 해방이 되면서 고향에 돌아올 수 있었다. 이후 고(故) 여운택씨와 신천수씨는 지난 1997년 일본 오사카지방재판소에 손해배상금과 미지급된 임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지만 원고 패소해 2003년 판결이 확정됐다. 그 뒤 지난 2005년 국내 법원에 같은 취지의 이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지난 2012년 5월 2심을 뒤집고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권을 인정하고 신일본제철이 강제노동에 대한 배상책임이 있다며 사건을 파기했다. 이 같은 판단을 근거로 파기환송 후 항소심은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각 1억원씩 총 4억원의 위자료와 그에 따른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한편 강제징용 소송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청와대 요구에 따라 선고가 의도적으로 지연됐다는 등의 '재판거래'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됐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