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정부 할일 고민'…홍남기 '버스지원' 시사, 논란 부를듯
"대중교통 공공성 강화를 위해 중앙정부가 해야 할 일이 뭔지 고민"
13일 버스업계 등에 따르면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류근중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자동차노련) 위원장과 김주영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위원장을 만나 “앞으로 대중교통 공공성 강화를 위해 중앙정부가 해야 할 일이 뭔지 고민하고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홍 부총리의 ‘적극 검토’ 발언은 류근중 자동차노련 위원장이 회의에서 ”대중교통의 버스 공공성 강화를 위해 중앙정부의 역할이 있어야 하지 않나“는 건의를 한 데 대해 답변을 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홍 부총리의 이날 언급은 정부가 버스 등 대중교통 운영에 더 깊숙이 개입할 의지를 공론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 또 경기도 등 일부 지자체가 버스노조 파업을 앞두고도 ‘정부 지원’, ‘요금 동반 인상’ 등을 요구하며 '버티기'로 일관하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국토교통부는 그동안 경기도가 버스 요금을 200원 가량 올리면, 주52시간제 시행에 따른 임금 보전, 기사 충원 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다며 이재명 지사 측을 압박해왔다. 또 300인 이상 사업장이 몰려있는 경기도가 요금 인상의 총대를 메면, 50인 이하 사업장이 대부분인 나머지 지자체들도 인상 대열에 동참할 것으로 보고 설득작업에 공을 들여왔다. 홍 부총리의 ‘공공성 강화’ 발언은 정부가 주52시간제 문제를 전향적으로 풀어갈 준비가 돼 있으니 당장 '발등의 불'로 떨어진 15일 파업은 자제해달라는 취지로 풀이된다. 버스사업은 인가부터, 요금인상에 이르기까지 지자체 소관 사항이어서 고용기금을 제외하고는 현재로서는 나랏돈을 지원할 근거가 없지만, 이번 기회에 현 수준의 정책이 적절했는 지 돌아보겠다는 것이다. 대중교통은 장애인, 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은 물론 시민들의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기본 수단'으로, 서울을 비롯한 일부 지자체들은 '준공영제'를 도입해 버스회사 운영 적자를 보전해주며 적자 노선 등을 유지해왔다. 준공영제는 민간운수업체가 버스 서비스를 공급하되, 지자체가 재정을 지원해 적자 노선 감차 방지 등 버스운영체계의 공익성을 강화하는 제도다. 지자체가 공동계좌로 버스 업체들의 수입금을 일괄 관리하며 각 버스회사에 분배금 형식으로 지급한다. 현재 서울시 버스기사의 평균 근로시간은 47.5시간이고, 평균 월급여는 420만원 수준이다. 상대적으로 짧은 근무시간, 높은 급여 지급에 따른 손실은 서울시가 재정으로 보전하며 버스의 공공성을 유지하고 있다는 뜻이다 정부는 이에 따라 대중교통 공공성 강화 방안을 검토하는 작업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첫 시험대는 '광역버스'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토부는 대중교통 공공성 강화의 첫 단계로 현재 광역버스를 대도시광역교통위원회(대광위) 사무로 전환하고, 정부가 직접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아직 재정당국(기재부)와 합의한 사항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정부 지원을 늘리는 작업이 순탄치는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서울시를 비롯한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일찌감치 버스 준공영제를 도입했지만, ‘공공성 강화’라는 순기능 못지 않게 '부작용'도 적지 않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정부나 지자체가 적자를 보전해주면 버스업체 경영 효율성의 유인이 사라진다. 버스 행정을 지자체로 이관하고도, 노동조합의 무력시위에 떠밀려 중앙정부가 원칙을 허물었다는 해묵은 비판도 고개를 들 수 있다. 잠재성장률이 대내외 악재로 내리막길을 걷는 상황에서 혈세를 불요불급한 곳이 아니라, ‘밑빠진 독에 물붓기’식으로 낭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회동이 이미 카운트 다운에 들어간 버스대란을 막기에 충분했는 지도 아직은 미지수다. 손명수 국토부 교통물류실장은 앞서 지난 10일 국토교통부 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브리핑에서 “버스는 대표적인 대중교통이라 어느 정도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면서 "이건 합의가 필요하다. 지자체와 협의도 필요하다”고 답변한 바 있다. 지자체 관할인 버스업체의 적자를 나랏돈으로 지원하는 일이 그만큼 인화성이 강한 이슈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