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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재해' vs '부실시공'…라오스정부-SK건설 댐사고 '공방'

등록 2019-05-29 11:01:30   최종수정 2019-06-10 09: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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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 "지반침식 발생으로 균형 무너져 댐 붕괴"

SK건설 "대량 토사유출 목격 안돼…과학적 근거 결여"

시민단체 "떠넘기기 그만하고 합당한 근거 제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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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타프주=신화/뉴시스】라오스 아타프주의 한 마을에서 24일 주민들이 흙탕물에 잠긴 집 지붕 위에 올라가 있다. 전날 세피안-세남노이 수력발전 댐이 붕괴하면서 엄청난 양의 물이 쏟아져나와 인근 마을들이 물에 잠겼다.  2018.07.25
【서울=뉴시스】김가윤 기자 = 지난해 7월 라오스 남동부 아타프주에서 발생한 댐 붕괴 사고가 천재(天災)가 아닌 인재(人災)였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이에따라 라오스 정부와 댐 시공을 맡은 SK건설의 책임 공방이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28일(현지시간) 라오스 국영통신(KPL) 보도에 따르면 라오스 정부는 수력발전용 댐인 세피안-세남노이댐의 보조댐 일부가 붕괴된 것은 댐 기초 지반을 구성하는 토사층에 누수가 발생하면서 제 기능을 못했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라오스 국가조사위원회(NIC)는 이날 세피안-세남노이 수력발전소 보조댐 붕괴에 대한 독립전문가위원회(IEP)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같은 결론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라오스 정부가 공식적으로 이번 댐 붕괴를 SK건설의 시공부실에 따른 사고로 규정한 것이다.

IEP는 "지난해 7월23일 댐 붕괴 사고가 발생하기전 며칠간 많은 비가 왔지만 붕괴가 일어났을 때댐 수위는 최고 가동 수위에 도달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또한 IEP는 댐에 물을 채우는 과정에서 누수로 인한 내부 침식이 발생했고 이런 현상이 최상부에서도 일어나면서 전체 붕괴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IEP는 "적절한 조치가 있었다면 대형사고는 막을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라오스 댐 사고로 현지에서는 40명이 사망하고 6000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사고수습은 여전히 진행중이다.

라오스정부는 사고 이후 NIC를 구성하고 IEP에 의뢰해 조사에 나섰지만 결과가 나오기전부터 댐 사고의 책임은 SK건설 측에 있다는 주장을 이어오고 있다.

당시 손사이 시판돈 라오스 부총리는 국회 특별위원회 회의에서 "이번 사고는 댐 균열로 발생했다"며 "이번 참사는 자연재해로 인한 사고가 아니기 때문에 피해자 보상은 일반적인 자연재해 때보다 많아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다오봉 폰께오 에너지광산부 장관도 지난해 8월1일 비엔티엔타임스에 이번 댐사고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은 일반적인 자연재해 보상과는 다른 규정이 적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라오스는 참사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 정책 규정을 갖고 있지만 이번 (댐사고에 따른) 홍수는 자연재해가 아니기 때문에 현재 규정을 적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시공사인 SK측은 폭우에 따른 사고라 반박하고 있다. SK건설은 라오스 정부가 발표한 조사결과에 대해 "현지 언론 기사에 과학적, 공학적 근거가 결여돼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며 즉각 반발했다.
  
SK건설 관계자는 "IEP가 주장한 바와 같이 누수로 인해 댐 파괴가 발생한 것이라면 사고전 댐 하단부에 대량의 토사 유출이 목격됐어야 하는데 그런 사실이 없다"며 "세계 유수의 엔지니어링 업체들도 모두 IEP의 사고원인과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IEP가 자체적으로 자신들이 지정한 위치, 방법론, 제3의 분석기관을 통해 토질 분석을 실시해 라오스 정부의 원인 조사와 검증이 객관적이고 공정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특히 라오스 정부 요청에 의해 초기부터 옵저버로 참여한 한국정부 조사단도 명확한 사고원인을 단정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냈다는 점을 지적했다.

SK건설은 댐이 붕괴된 것이 아니라 이례적으로 퍼부었던 호우 때문에 강이 범람하면서 불가항력적으로 보조 댐 상부가 유실됐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사고 발생 직전 보조 댐 1개 상부에서 폭우로 일한 일부 유실을 확인했고 그 즉시 당국에 신고하는 한편 댐 하부 마을 주민들을 대피시키기 시작했다는 게 SK건설 측 설명이다.

SK건설이 라오스 정부 조사결과에 대한 신뢰성을 지적하면서 사고원인을 두고 라오스 정부와 SK건설간 2차 책임 공방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2012년 SK건설과 한국서부발전은 현지 기업과 공동 수주해 세피안-세남노이 수력발전소 보조댐 공사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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