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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 무엇이 문제] 대책없는 규제 완화 패착…금융위-금감원 통합론

등록 2020-06-29 15:37:34   최종수정 2020-07-06 09:3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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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개인 진입 낮춰 화 자초...금감원, 사후 검사 부실

사태 수습 놓고 금융위-금감원 '엇박자'...감독기구 개편론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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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신항섭 기자 = 잇따라 사모펀드에서 문제가 발생하면서 약 3조원에 가까운 피해규모가 발생하자 금융당국의 책임론이 커지고 있다. 2015년 규제완화와 별도로 사후 규제를 강화하지 않은 것이 이번 사태의 발단이 됐으며 감독당국도 제대로 파수꾼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에 금융위와 금감원을 통합하는 감독체계 개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소 2000년대 초반과 같이 위원장과 원장을 겸직해 절충점을 잡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또 해외 대비 작은 금융위를 금융부로 격상시켜 규모도 키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모펀드 사태의 1차 책임자는 금융당국?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1년간 환매가 중단된 사모펀드 규모는 약 3조원 수준이다. 지난해 10월부터 환매연기에 들어간 라임자산운용의 판마액이 1조7000억원이며 올해 1월 환매가 연기된 알펜루트자산운용의 펀드 판매액은 약 2300억원이다.

또 디스커버리지산운용 900억원, 독일 헤리티지 부동산 파생결합증권(인) 4270억원, 이탈리아 건강보험채권펀드 1530억원을 포함하면 2조6000억원 규모다. 여기에 최근 환매 중단된 옵티머스자산운용의 펀드 판매 규모(5000억원)를 전액 손실로 감안할 경우, 3조원을 넘게 된다.

이번 사태의 1차적인 책임으로는 금융당국의 규제완화가 꼽힌다. 지난 2015년 금융위원회는 사모펀드 자기자본 요건을 60억원에서 20억원으로 하향했고, 작년에도 전문사모운용사의 최소 자본금 요건을 10억원으로 완화했다.

여기에 사모펀드에 대한 최소 투자액도 5억원에서 1억원으로 줄였고, 인가제에서 사후 등록제로 변경해 사모시장으로의 진입 여건을 낮췄다. 이로 인해 2015년 20개에 불과했던 전문사모운용사는 올해 1분기 기준 225개사로 급증했다.

하지만 불법이 발생했을 경우를 대비한 사후 규제 강화는 없었다. 현재 감독당국은 불법적 행위를 적발할 경우, 임원 해임 권고와 사업금지 등의 기관 제재만 할 수 있다. 해외와 같은 징벌적 과징금 부여가 없는 상황이다.

또 파수꾼인 금감원도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금감원은 라임 사태 이후 지난해 11월부터 1월까지 1786개 사모펀드 실태 조사를 진행한 바 있다. 이에 최근 환매중단 사태가 나타난 옵티머스자산운용에 대한 검사를 2월 진행하려 했으나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6월로 연기했다. 코로나19라는 불가피한 상황이 있었지만 보다 빠른 검사 착수에 나섰다면 피해규모가 보다 적어졌을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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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열 지속에 통합론 나와…위원장·감독원장 겸직 방편도 제기

잇따른 사모펀드 환매 중단에 금융당국은 전수조사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29일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전수조사 발표계획에 대해 "이번달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는데 늦어도 이번주 내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손 부위원장은 운용사와 판매사 간 상호 검증하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고 시사했다.

앞서 23일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23일 사모펀드 전수조사 카드를 꺼낸바 있다. 당시 은 위원장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다 점검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다만 이에 대해 사무금융노조 금융감독원지부는 성명서를 통해 "경솔한 발언"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전수조사를 언급하는 건, 비난의 화살을 금감원으로 돌리고 금융위의 원죄를 덮으려는 얄팍한 술수"라고 비판했다.

이를 두고 업계와 학계에서는 두 기관이 서로 네탓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금융당국의 규제완화, 감독기관의 부실감독, 사모사의 불법 등이 사태의 원인이지만 금융위와 금감원이 분열이 심각하다는 것이다.

금융감독 체계가 이원화 된 것은 지난 2008년 이명박 정부 당시다. 금융위는 정책 입안과 감독집행 업무를 담당하게 했고, 금감원은 금융위로부터 감독업무를 위탁받는 방식으로 변경됐다. 당시 금융감독 체계 개편의 목적은 권한 분산을 통한 관치금융을 없애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중징계 이상의 권한이 금융위 의결로 결정되면서, 금감원과 금융위가 징계 수위를 놓고 대립하는 양상으로 바뀌었고 오히려 불법을 저지른 금융사가 이득을 보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에 최근에는 다시 수장을 일원화 하는 등의 통합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2000년대 초반에는 금감위원장이 금감원장을 겸직 수행했다. 규제를 풀어줘야 하는 금융위와 규제를 쪼여줘야 하는 금감원의 중간을 잡아주기 위해 겸직도 나쁘지 않다는 것이다. 금감원 내부 직원들 사이에서도 차라리 2000년대 초반이 좋았다는 의견이 있을 정도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회사로 표현하면 한쪽(금융위)은 마케팅, 한쪽(금감원)은 리스크 담당"이라며 "누군가 절충을 해줘야 하는데 위에 사람이 해줘야 한다. 그런 점에서 겸직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금융위를 부처급으로 격상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국내와 같이 금융위가 작은 규모인 곳이 없으며 이원화 돼있는 사례도 없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소비자보호를 띄어내 독립시키고 2개의 기관은 금융부나 부처의 형태로 만들어주는 게 낫지 않나 싶다"며 "한국 금융위가 작은데, 다른 나라 어디에도 이처럼 작은 곳이 없다"고 지적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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