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보선 압승에 野 정권탈환 '교두보'…與 대권구도 '흔들
재보선 진두지휘한 이낙연 입지 위태野, 정권심판론→정권 교체 흐름 기대
8일 재보궐선거 개표 결과 국민의힘은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와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박영선·김영춘 후보를 각각 압도하며 일찌감치 승리를 확정지었다. 정국 주도권을 넘어서 임기말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운영과 내년 대선 구도까지 좌우할 '미니 대선'으로 평가받았던 이번 재보선 참패로 민주당은 기존 대권구도에 상당한 충격파가 불가피해졌다. 당장 이번 선거를 진두지휘한 이낙연 상임선거대책위원장부터 차기 대선 레이스에서 중도하차할 위기에 처했다는 평가가 벌써부터 나온다. 일단 이 위원장 측은 심기일전하며 차분히 대선 경선을 준비한다는 입장이다. 내심으로는 이번 선거 패배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에서 촉발된 정부·여당의 심판론에 기울어 있어 이 위원장만의 책임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이 위원장 측의 한 관계자는 뉴시스에 "어떻게 책임지고 돌파할지 고민"이라면서도 "그렇게 이낙연 책임이겠냐"고 말했다. 한 호남 의원은 "처음부터 유리했다거나 치열했던 싸움을 졌을 때 책임 문제가 나오는 것"이라며 책임론의 부당성을 주장했다.
등돌린 민심을 체감한 민주당 내에는 현재 후보군으로는 대선을 치르기 어렵다는 정서가 분출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이 위원장이 대권 레이스에서 중도하차할 가능성을 거론하는 기류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른바 '제3 후보론'도 암초에 부딪히게 됐다. 제3 후보로 첫 손에 꼽히는 것은 이달 중 사퇴가 유력시되는 정세균 국무총리다. 이 위원장에 이어 문재인 정부 2대 총리를 지내 범친문, 주류 꼬리표가 따라붙는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검찰개혁을 추진하며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정면 충돌하며 강성 지지층의 환호를 받았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이인영 통일부 장관, 이광재 의원,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도 '잠룡'으로 이름이 오르내린다. 그러나 문제는 재보선 참패로 민심이 문재인 정권과 민주당에 옐로카드를 든 상황에서 제3 후보는 곧 '친문 후보'의 동의어나 다름없다는 점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재보선 패배로 여권 대선주자들의 지지율이 동반 하락하겠지만 이재명 경기지사는 재반등의 여지가 있다"며 "더욱이 선거 결과를 접한 친문 주류가 패닉에 빠지면서 자기 후보를 세울 엄두도 내지 못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반대로 국민의힘은 이번 선거 승리가 '정권 심판론'에서 '정권 교체론'으로 이어지는 거대한 '바람'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다만 국민의힘이 향후 이 바람을 끌어가지 못하면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대선 레이스는 마이너리그인 재보궐선거판과는 달리 당 지지도보다는 '선수'들에 좌우되는 플레이라는 이유에서다. 유권자들이 손에 꼽을 만한 주자가 나오지 않을 경우 야권은 서울시장 선거에서 불러일으킨 붐을 이어가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대권 주자들 간의 지분 경쟁이 펼쳐지는 동안 '야당 서울시장'으로서 야권에 유리한 흐름을 이어가야 하는 '오세훈 역할론'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런 상황과 관련해 이준한 교수는 통화에서 "오세훈 후보를 상대로 한 고발 건수가 많다. 선거법위반 관련 수사가 이뤄질 수밖에 없고 그 과정에서 야권 당선자들에 대한 실질적 평가가 다시 이뤄질 수도 있다"면서 "야권의 보선 승리가 대선까지 고스란히 영향을 미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소지, 더 나아가 대선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내다봤다. 이번 오 후보의 승리가 오히려 야권에 독이 될 거라는 의견도 있다. 민주당은 이번 선거에 패하면서 거대 야당의 자존심을 구긴 만큼 그동안의 정책 실패를 바로잡는 노력을 보일 테고 지지층도 집결할 수 있어서다. 야당이 구태를 반복하고 대안정당으로서의 강력한 개혁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면 겨우 끌어안은 중도층과 2030세대의 마음이 국민의힘으로부터 또다시 썰물처럼 빠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