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반도체 정보 요구③]영업비밀 요구는 이례적…"중간 활용수단인 듯"
미국 상무부 기술평가국이 지난 24일 관보를 통해 게재한 설문조사는 반도체 제품 설계 및 제조, 공급, 유통업체와 반도체 수요업체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사실상 반도체 공급망과 관련돼있는 대부분의 기업들이 해당되는 셈이다. 지난 23일 백악관이 소집해 연 세 번째 반도체 대책회의인 '최고경영자(CEO) 서밋'의 후속조치다. 설문 항목에는 사실상 기업들의 기밀에 해당하는 민감한 정보들을 요구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공급업체에는 반도체와 관련된 연간 매출 및 주문 잔고, 상위 3개 고객사 및 해당 판매 비율, 제품 재고, 생산 증설 계획 등을, 수요업체에는 구매 계획과 계약 기간, 공급 차질 내용, 반도체 소싱과 관련한 투자 계획 등을 묻고 있다. 특히 고객사와 매출 등은 기업들로서는 영업비밀에 해당된다. 전기차나 스마트폰 등 혁신 제품들의 경우 반도체 생산기업이 해당 제품의 성능에 직결되기도 하는 만큼 세간에 알려진 내용이라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기업들이 공개하지 않는 사항이다. 또 반도체의 경우 생산능력 등이 공개되면 가격 형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관련 내용은 민감한 정보다. 아울러 글로벌 경쟁이 심화돼있는 상황에서 이들 정보가 제출될 경우 아무리 정부기관이라 하더라도 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를 지우기 어렵다는 점도 있다. 이 같은 정보를 요구한 것은 이전에는 찾아보기 힘든 사례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처음 있는 일이다. 시장 정보를 특히 다른 국가의 정부가 요청한 적은 없었다"며 "그만큼 공급망이 불안정한 데 대해 미국 입장에서도 답답함이 표출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국이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설비 투자가 완료될 때까지 공급을 담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번 요구가 나온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미국이 반도체 설비 투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있지만 공장 설립이 완료되기 전까지는 시차가 있는 만큼 공급망에 대한 정보를 쥐고 우선순위를 확보하기 위해 활용하기 위한 차원이라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들로서는 민감한 내용을 요구하고 있는 것은 그만큼 미국 입장에서는 이 문제를 중요하고 긴급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어 "우리 입장에서는 "영업비밀에 대한 문제들도 있는 만큼 이에 대한 안전성도 담보돼야 할 것"이라며 "개별 기업들이 독자적으로 정보를 제출하지 않겠다고 나서기는 어려울 수 있는 만큼 슬기롭게 대처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