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파티 끝①]文정부 5년 부채 84조↑…비대한 조직 대수술 예고
공공기관 부채, 2016년 말보다 16.7% 늘어1인당 영업이익 9.9억에서 1500만원으로 급감1인당 인건비 8030만원으로 꾸준한 증가세 보여기재부, 조만간 '공공기관 혁신방안' 발표 예정조직·인력·복리후생 단계적 축소 방안 담길 듯글로벌 경기 둔화에 한전 등 대규모 적자 전망도
[세종=뉴시스] 이승재 기자 = "공공기관 파티는 끝났다." 지난 21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렇게 선언했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한 달여 만에 공공기관에 대한 고강도 개혁을 예고한 것이다. 당시 회의에서 윤 대통령은 "공공기관 혁신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며 "공공기관 평가는 엄격하게 하고 방만하게 운영된 부분은 과감하게 개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부가 최대 고용주'라며 나랏돈을 풀어 공공 일자리를 늘렸던 문재인 정부와는 180도 다른 기조다. 이전 5년간 공기업은 빚을 내가면서 공공의 역할을 다하는 데 집중해왔다면, 앞으로는 비대해진 덩치를 줄여 재무 건전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노선을 틀겠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호화청사 매각 또는 임대, 고액 연봉자들의 임금 반납, 과도한 복리후생 축소, 인력 구조조정 등 비용 절감을 위한 과감한 대책이 함께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부채 83조·인력 11만 명 늘어…생산성·수익성은 하락 25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350개 공공기관의 부채는 약 583조원으로 2016년 말(499조4000억원)과 비교해 16.7% 늘었다. 이전 정부에서 불어난 부채만 84조원에 달하는 셈이다. 같은 기간 인력은 32만7000명에서 44만3000명으로 11만6000명 증가했다. 증가 폭은 35.5%에 달하며, 전체 공무원(116만1000명)의 약 38%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공공기관 수도 2016년 321곳에서 350곳으로 29곳이나 늘었다. 공공기관 규모는 커졌지만, 생산성과 수익성은 줄어들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기준 공기업 1인당 영업이익은 1500만원으로 2017년 9억9200만원에서 대폭 줄었다. 국내 최대 공기업인 한국전력의 영업이익이 적자로 돌아선 점 등을 감안해야겠지만 최근 5년 새 해당 수치가 꾸준히 감소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기간 영업이익에서 이자비용을 나눈 이자보상배율도 2.7에서 0.1로 대폭 쪼그라들었다. 이 수치가 1 미만인 기관은 18곳으로 13곳이나 늘었다. 이는 기업이 벌어들인 돈보다 갚아야 할 이자가 많다는 뜻이다. 반면 공기업 1인당 인건비는 7730만원에서 8030만원으로 꾸준한 증가세를 보였다. 2020년 기준 공공기관 직원의 평균 보수는 6874만원으로 대기업(6348만원)보다 8.3% 많았다. 중소기업(3108만원)과 비교하면 2배를 훌쩍 뛰어넘는 액수다.
이는 새 정부가 공기업의 방만 경영을 지적하면서 강도 높은 개혁을 추진하기로 결정한 이유다. 조만간 기재부는 이를 바로 잡기 위한 '공공기관 혁신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이 계획에는 조직·인력을 단계적으로 줄이고, 과다한 인력·복리후생은 재배치·축소하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공공기관 사업 가운데 민간 기업과 경합하거나 다른 기관과 겹치는 사업은 통합하는 식이다. 또한 연공서열 중심인 보수·인사 체계는 직무·성과 중심으로 바꾸고, 스스로 업무·인력·조직을 조정하는 공공기관에는 혜택을 주기로 했다. 고(高) 재무 위험 기관에 대한 집중관리제도 도입하기로 했다. 현재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을 작성하는 39개 기관 가운데 10여개 기관을 추려내 건전화 계획을 수립하고, 출자·인력·자금 관리 등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기재부에 쏠려있는 공공기관 관리 권한도 주무부처로 대폭 이양할 계획이다. 부처의 자율성을 확대하는 대신 엄정한 사후평가를 통한 책임도 함께 부여하는 구조다. 기재부 관계자는 "공공기관 혁신 TF, 관계기관 협의 등을 거쳐 구체적인 공공기관 혁신방안을 마련해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한전 올해 30조 적자 전망…"자본규제 적용해야" 최근 글로벌 공급망 차질,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심화, 주요국 통화 긴축 등으로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는 점도 공기업이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이유다. 공기업은 국민에게 공공 서비스를 제공하는 만큼 파산하게 되면 그 피해는 국민이 떠안게 된다. 더군다나 정부가 보증을 서주기 때문에 국가 전체 신용도에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번 정부의 공공기관 개혁도 부실 기업을 중심으로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표적인 기업에는 한전이 꼽힌다. 올해 1분기에만 역대 최대 규모인 7조7869억원의 영업적자를 냈기 때문이다. 연간으로는 최대 30조원에 달하는 적자를 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실적 악화의 원인은 원료 가격 상승이다. 우리나라는 전기를 생산하기 위한 연료 대부분을 수입하고 있기 때문에 국제유가에 따라 실적 변동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구조조정과 같은 단기 대책뿐 아니라 공기업 실적 악화에 따른 책임 강화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한다. 현행 제도에서는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을 통해 부채비율 등 목표치를 제시하지만 이에 대한 구속력은 약하기 때문이다. 이에 공기업에 시중은행에 적용하는 자본규제를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실제 사례도 있다. 한국가스공사는 도시가스사업법에 따라 총자산 대비 자기자본 비율을 최소 20% 이상 유지해야 한다. 황순주 KDI 연구위원은 "은행은 자본비율을 충족시키지 않으면 바로 징계 또는 시정 조치를 받게 되는데 공기업은 목표치를 반드시 지켜야 하는 구조가 아니다"라며 "자본비율을 유지할 수 있도록 '중장기 재무관리계획'과 연계해 관련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전했다. 인력과 복리후생을 축소하는 과정에서 노조 등 반발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황 연구위원은 "구조조정이 필요한 상황은 맞지만 공기업도 정부의 정책 드라이브에 따라 인력을 고용한 것"이라며 "정책 일관성 측면에서 고용을 더 늘리지 않고 현재 수준을 유지하는 식으로 관리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