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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의 그늘, 다크버스③]청와대 땅 판다는데…사기일까

등록 2022-10-17 06:30:00   최종수정 2022-10-31 09:5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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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지도에 선 긋고 땅 판매…메타버스 부동산 투자 논란

폰지사기 우려…현금화 어렵고, 서비스 중단·잠적 가능성도

'보물선 코인' 사태 돌아봐야…사기 혐의로 사법당국에 적발

'메타버스·웹3' 악용한 범죄 주의…고수익 앞세워 투자자 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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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 부동산 플랫폼 '어스2' 공식 홈페이지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오동현 기자 = #. "어스2는 제2의 지구를 위한 미래 개념입니다. 메타버스 속 가상의 토지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가치가 상승할 것입니다."

2020년 11월 등장한 '어스2(Earth 2)'라는 업체가 투자자를 모집하는 글이다. 구글 위성지도 위에 구획(10×10m)을 그어 가상의 토지를 판매하고 거래를 지원한다. 또 '개선부담금'이라는 명목으로 거래 시세 차익분의 5%를 챙긴다. 달·화성 땅을 판매한다며 1980년대 등장한 업체 '루나 엠버시'의 메타버스 확장판 개념과 다름없어 보인다.

그런데도 '어스2'는 물리적 토지와 거의 동일한 방식으로 전 세계 주요 장소의 토지를 선점해야 한다며 투자를 부추긴다. 실제 '어스2'에서는 청와대 부지 일대가 중국 국적의 투자자 소유로 돼 있다. 이 가상의 토지 가치는 1만9990달러(2854만원)로, 현실에선 소유할 수 없는 정부 땅이 겨우 국산 중형차 한 대 값에 거래된다.

◆'가상부동산' 현금화는 되나…현대판 '봉이 김선달' 우려

가상 부동산을 팔아 현금화는 가능할까. '어스2'의 경우에는 현금화 과정이 복잡하다. 우선 '어스2 가상카드'를 발급받아 가상의 토지 판매 대금을 충전받은 뒤, 이를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인 '바이비트'에서 가상자산을 구매해 국내 거래소로 옮겨야 한다. 가상카드를 발급받는 것부터 구글 OTP 인증, KYC 신원인증 등 진행해야 할 절차가 복잡해 초보 투자자들이 접근하기엔 진입장벽이 높다.

아예 현금화가 불가능한 메타버스 토지도 허다하다. 비트코인·이더리움 등 메이저 가상자산으로 특정 메타버스 플랫폼에서만 쓰이는 가상자산을 구매해 가상의 토지를 분양받았는데, 가상자산이 상장된 거래소가 없어서 현금화할 수 없는 경우다. '어스2'도 토지 소유주에게 추가 수익을 준다며 가상자산을 발행했지만 현재까지 상장된 거래소는 없다.

투자자 보호장치가 전무한 점도 문제다. 메타버스 플랫폼 운영자가 돌연 서비스를 중지하거나, 해킹을 당해 서비스 운영이 불가능하더라도 투자자를 위한 보험이나 제도적 장치가 없다. 그런데도 메타버스 토지 분양 업체들은 "지금 선점하지 않으면 늦는다"며 투자를 부추긴다. 한정된 실제 땅과 달리, 메타버스 상에서 유사한 부동산 서비스가 계속해서 생겨나는데도 '희소성'을 내세운다.

정부와 학계 등 전문가들은 실존하지 않는 가상의 땅에 투자하는 것을 경고한다. 그럼에도 투자자들이 메타버스 열풍에 올라타는 이유는 단기간에 고수익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메타버스 플랫폼 샌드박스(Sandbox)의 경우, 시세가 2019년 말 기준 약 5만 원에서 2021년 말 1500만 원으로 약 300배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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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 부동산 플랫폼 '어스2' 공식 홈페이지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

◆'보물선' '삼성' 앞세운 코인 투자 선동…'메타버스' '웹3'로 옮겨가

현재는 미국의 긴축 통화정책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등으로 인해 글로벌 증시가 침체에 빠지면서 덩달아 메타버스와 관련된 가상자산 시장도 얼어붙었지만 여전히 메타버스·가상자산 관련 규제 공백을 노린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투자자들은 이미 2017~2018년 한국 투자 시장에 들이닥쳤던 '코인 열풍'을 돌이켜 볼 필요가 있다. 이른바 '보물선 코인 등 가상자산 열풍과 함께 개인 투자자들을 현혹해 막대한 투자금을 유치한 이른바 '보물선 코인'사기 사건이 대표적이다. 이외에도 '삼성코인'이라며 투자자를 유인한 'SS코인', '삼성아틱코인'을 비롯해 아프리카TV에서 '코인 게이트'를 일으킨 '티오코인' 등 수많은 스캠(사기) 프로젝트가 끊이지 않았다. 삼성과 아프리카TV BJ의 유명세를 마케팅에 악용한 사례다. 삼성의 경우 "우리와 연관이 없다"고 해명까지 했을 정도다.

지난해에는 '메타버스'에서 쓰이는 가상자산이라며 투자자 커뮤니티와 블로그, 텔레그램, 트위터 등 여러 채널에서 투자자를 모집하는 글이 심심치 않게 목격됐다. 실제로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사용되는 가상자산도 있지만, 상당수는 메타버스와는 아무런 연관성도 없는 경우가 많았다. 기본적인 메타버스 플랫폼을 만들거나 운영할 능력이 없는데도 '메타버스'라는 단어를 붙여가며 투자자들을 유인했다.

또 메타버스에서 나아가 '웹3(탈중앙화)' 코인이라며 홍보하는 업체들이 부지기수로 생겨났다. 어디까지 메타버스, 웹3에 해당하는지 명확한 정의나 규정이 없다보니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식으로 무차별적으로 마케팅에 악용됐다. 여전히 일부 투자자 커뮤니티에는 "친환경을 추구하는 신개념 웹 3.0 프로젝트", "투자하기 좋은 새로운 메타버스 프로젝트"라며 투자자를 현혹하는 글이 판친다. "100배 성장 잠재력이 있는 사전판매 코인에 투자하라"는 배너 광고까지 띄운다.

비단 국내에서만 그런 건 아니다. 중국 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CBIRC)는 지난 2월 ▲메타버스와 관련된 사업 아이템을 미끼로 이뤄지는 가짜 투자 정보 ▲게임 참여만으로 고수익을 보장한다는 메타버스 게임 ▲메타버스 내 부동산 시장 가치를 과장해 이익을 취하는 행위 ▲메타버스에서 쓰이는 가상자산이라 홍보한 뒤 시세를 조작하거나 출금 최소 한도액을 높게 설정하는 방법으로 현금화를 어렵게 하는 행위 등 메타버스를 이용한 4가지 신종사기 유형에 대한 주의를 당부했다.

역설적이지만, 최근 들어 가상자산 시장이 침체에 빠지면서 메타버스 관련 사기 범죄도 줄어드는 양상이다. 블록체인 데이터 분석 기업 체이널리시스가 발표한 '2023 가상자산 범죄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7월까지 불법 거래량은 전년 대비 15% 감소한 반면, 정상 거래량은 36% 감소했다. 불법 정보 및 상품을 거래하는 다크웹에서도 가상자산 관련 범죄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다크웹 거래 등을 통해 벌어들인 가상자산 수익은 올해 4월부터 증가세가 급격히 둔화된 것으로 조사됐다.

백용기 체이널리시스 한국 지사장은 "가상자산 시장은 하락세가 두드러짐에 따라 '스캠'과 '다크넷' 시장에서의 불법활동이 감소했다는 사실은 주목할 만하다"면서 "여전히 도난자금과 같은 다른 불법활동이 성행하므로 공공 부문과 민간 부문은 계속해서 협력하고 가상자산 기반 범죄에 대처하기 위한 역량을 길러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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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13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메타버스 페스티벌&K-메타버스 엑스포 2022'에서 참가업체 직원이 VR콘서트 시연을 하고 있다. 2022.10.13. [email protected]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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