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 증권

국민연금 참여·세제 혜택 성패 달려[밸류업지수 논란③]

등록 2024-09-29 14:00:00   최종수정 2024-09-30 09:58:18
  • 크게
  • 작게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이메일
  • 프린트

국민연금 "지수 활용 방안 검토"…기관들 실제 자금 유입은 '글쎄'

지수까지 나왔다…다음은 '세제 인센' 따라와야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우연수 기자 = 증권가는 향후 밸류업 지수 성패에 국민연금 등 연기금, 기관투자자들의 역할이 핵심일 것으로 보고 있다. 기관이 밸류업 지수를 벤치마크 지표로 활용하거나 상장지수펀드(ETF)를 매수하면 지수 편입 종목 위주로 자금 유입이 늘어남과 함께 기업 가치 제고 효과도 커질 거란 전망에서다. 또 밸류업 프로그램이 장기적으로 기업, 투자자 등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선 세제 인센티브 등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29일 국민연금에 따르면 기금운용본부는 내부적으로 지수의 활용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 국민연금 관계자는 "밸류업 지수 개발 단계에서부터 국민연금도 참여해왔다"며 "이 지수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는 연구를 통해 여러 방안들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규정상 국민연금이 밸류업 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할 순 없지만, 시장에선 국민연금이 밸류업 지수를 벤치마크로 활용할지 기대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국내 주식 투자시 코스피 등 대표지수를 벤치마크로 삼고 있다. 코스피와 비교해 초과 수익률을 냈다면 운용 성과가 좋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것이다.

그 외에 운용 목적별 벤치마크들이 있다. 국민연금은 8가지 유형으로 나눠 위탁운용사를 선정하고 있는데, 각 유형별로 서로 다른 벤치마크를 수익률 성과 잣대로 활용하고 있다.

시장에서 기업 본질 가치보다 저평가된 기업을 발굴해 장기 수익률을 추구하는 '가치형 위탁운용'의 경우 코스피지수와 코스닥의 합성지수(TR)로 만들어진 '국민연금 가치형 지수'를 사용한다. 이 유형은 밸류업 취지와 가장 비슷한 스타일의 운용으로 평가된다.

장기 성장성이 높고 시장의 구조적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운용 스타일을 지향하는 장기성장형 위탁운용은 '국민연금 장기성장형지수'를, 기업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이슈를 최대한 고려해 투자하는 '책임투자형 위탁운용'에는 '국민연금 책임투자형지수'를 활용한다.

다만 그간 국민연금이 활용한 벤치마크는 모두 내부적으로 연구개발한 지수들이었다. 국민연금이 개발 논의 단계에서부터 참여하긴 했지만 밸류업 지수가 한국거래소 주도로 만들어졌단 점에서, 벤치마크로 쓰게 되면 이례적 결정으로 볼 수 있다.

지난 12일 열린 토론회에서 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밸류업 지수를 국민연금기금 수익성 제고에 도움될 수 있도록 활용 방안을 강구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연기금, 공제회, 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자들이 얼마나 밸류업 지수 ETF에 투자할지도 관건이다. 지수를 추종하는 펀드, ETF 등 상품이 만들어져 기관 자금이 유입되면 자연스레 편입 종목들의 주가도 상승, 다른 기업들의 밸류업 참여를 유도하는 효과도 생길 것으로 기대된다.

'밸류업 선배' 일본의 경우 공적연금(GPIF)이 자국 증시 투자 비중을 늘리면서 밸류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단 평가를 받고 있다.

한 연기금·공제회 관계자는 "거래소에서 만든 지수인 만큼 믿을만한 지표고 관련해 활용 방안을 모색해볼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다만 실용성 측면에서는 좀 더 고민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또 다른 이유로도 시장에선 기관의 밸류업 지수 활용이 쉽지 않을 거란 의견이 나온다. 지수에 '저평가'와 거리가 먼 기업들이 다수 편입돼 추가 수익을 내기 쉽지 않다는 인식이 지배적인데다, 신생 지수를 벤치마크로 이용하기엔 리스크가 커 투자 매력이 높지 않다는 것이다.

이경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중요한 것은 고 주가순자산비율(PBR) 위주의 코리아 밸류업 지수를 벤치마크로 추종하는 국내 기관들이 있을지 여부"라며 "기존 저평가를 선호하는 기관 입장에서 부담이 될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증권가는 밸류업 프로그램이 장기적으로 시장 이해관계자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세제 인센티브 등 법 개정과 시장 체질 개선이 동반돼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윤정 LS증권 연구원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성패는 결국 기업, 투자자 등 이해관계자들의 참여도가 좌우할 전망"이라며 "세제 인센티브와 금투세 폐지 등 법 개정안은 투자자 참여도 개선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지난 26일 윤한홍 정무위원장 초청 간담회에서 "최근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과 관련해 기업들도 취지에 공감하고 변화의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면서도 "현실적 부담을 감안해 논의의 초점이 규제보단 자율과 인센티브, 그리고 전반적인 금융시장 투자환경 개선을 중심으로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이메일
  • 프린트
  • 리플
관련기사
위클리뉴시스 정기구독 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