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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뮤지컬 새 역사 쓴 '어쩌면 해피엔딩'…'독창성·휴머니즘' 브로드웨이 사로잡다

등록 2025-06-09 13: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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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회 토니어워즈서 작품상·연출상·각본상·음악상 등 6관왕

2016년 대학로에서 초연…지난해 11월 브로드웨이에서 개막

"소박하면서도 진정성 있는 휴머니즘…K-뮤지컬 관심도 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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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AP/뉴시스]8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라디오시티 뮤직홀에서 열린 제78회 토니상 시상식에서 창작 뮤지컬 '어쩌면 해피 엔딩'(Maybe Happy Ending)의 대런 크리스와 헬렌 제이이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2025.06.09.

[서울=뉴시스]김주희 기자 = 서울 대학로에서 출발한 한국 창작 뮤지컬이 미국 토니어워즈를 휩쓸었다. 한국 뮤지컬 역사에도 새로운 페이지가 열렸다.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Maybe Happy Ending)'은 9일(한국 시간) 미국 뉴욕 라디오시티 뮤직홀에서 열린 제78회 토니상 시상식에서 작품상·연출상·각본상·음악상·남우주연상·무대디자인상 등 6개 부문을 석권했다.

토니상은 미국 연극·뮤지컬 분야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이다. 한국에서 초연된 창작 뮤지컬이 토니상을 받은 건 처음이다.

지난해 신춘수 오디컴퍼니 대표가 단독 리드 프로듀서를 맡은 '위대한 개츠비'가 토니상 의상 디자인상을 받은 바 있지만, '위대한 개츠비'의 초연은 미국에서 이뤄졌다.

박병성 평론가는 "한국 뮤지컬은 여전히 라이선스 작품이 많고, 창작뮤지컬은 아직 영미권 진입장벽이 높다고 평가돼 왔다"며 "한국에서 창작된 작품이 토니상을 수상한다는 건 우리 창작뮤지컬 역량에 대한 자신감을 가져도 되는 수준까지 된 것"이라고 토니상 수상 의미를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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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AP/뉴시스] 박천휴(왼쪽) 작가와 작곡가 윌 애런슨이 8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라디오시티 뮤직홀에서 열린 제78회 토니상 시상식에서 창작 뮤지컬 '어쩌면 해피 엔딩'(Maybe Happy Ending)으로 최우수 오리지널 작사·작곡상(Best Orginal Score)과 최우수 극본상을 받은 후 기자실에서 기념 촬영하고 있다. 2025.06.09.

박천휴 작가와 윌 애런슨 작곡가가 함께 만든 창작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은 미래의 서울에서 인간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헬퍼봇' 올리버와 클레어가 서로 사랑을 느끼며 겪는 이야기를 다룬다.

2014년 우란문화재단의 기획개발 프로그램인 '시야 스튜디오'를 통해 약 2년간의 개발 과정을 거쳐 2016년 국내에서 첫선을 보였다. 당시 영어 개발이 병행되면서 2016년 뉴욕에서 낭독 공연 형식의 쇼케이스도 진행됐다. 이때 미국 유명 프로듀서 제프리 리처즈가 브로드웨이 공연을 제안하면서 해외 진출이 본격화됐다.

일본, 중국에서 라이선스 공연으로 해외 흥행 가능성이 점쳐진 작품은 코로나19 여파로 브로드웨이 입성이 미뤄졌다. 그러다 지난해 10월 프리뷰를 거쳐 11월 1000석 규모의 뉴욕 맨해튼 벨라스코 극장에서 정식 개막했다.

브로드웨이 공연은 원작 캐릭터와 이야기를 그대로 가져왔다. 극 중 배경은 먼 미래의 서울이고, 올리버의 옛 주인이 한국인이라는 설정도 바꾸지 않았다. 현지화를 거치며 연출 등에 변화를 주긴 했지만 작품의 메시지 또한 손대지 않았다.

박천휴 작가는 지난 3월 LA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작품을 미국에 가져올 때) 우리는 고집스러웠다. 배경 장소를 바꾸지 않고, 스타 캐스팅도 하지 않았다"며 "다행히 이 작품은 이미 한국, 일본, 중국에서 공연되며 자리를 잡았고 모두가 그동안의 작업을 존중해 원작의 진정성을 지킬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어쩌면 해피엔딩'이 브로드웨이에서도 대중성과 작품성을 모두 인정 받은 데는 인공지능(AI) 로봇의 사랑이라는 브로드웨이에서 보기 힘든 참신한 소재에 대해 관객이 감정을 이입할 수 있는 보편적인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평가된다.

LA타임스는 "'어쩌면 해피엔딩'은 실제 사건이나 기존 음악, 자료에 기반하지 않은 작품"이라며 "이로 인해 지난해 개막 당시엔 박스오피스에서 약체로 여겨졌다. 하지만 그 무모한 독창성이 이후 가장 큰 장점이 됐다"고 짚었다.

또한 "(배경이 되는) 아파트에 사는 유일한 생명체가 화분뿐임에도 불구하고, 인간 관계와 생명의 아름다움을 탐구하는 독특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뉴욕타임스 비평가 제시 그린은 "SF의 기발함을 겉으로 내세우면서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인간의 감정을 울리는 감동적인 이야기를 슬그머니 들이민다"고 평했다.

미국 공연 연출을 맡은 마이클 아덴은 "이 작품은 로봇에 관한 것이지만, 사실은 삶에 관한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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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AP/뉴시스]8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라디오시티 뮤직홀에서 열린 제78회 토니상 시상식에서 창작 뮤지컬 '어쩌면 해피 엔딩'(Maybe Happy Ending) 출연진과 제작진이 작품상을 수상하고 있다. 2025.06.09.

박병성 평론가는 "내용상으로 보면 브로드웨이에서 찾아보기 힘든 소재다. 브로드웨이는 기존 책이나 음악, 역사 등 IP(지식재산권)가 있는 작품을 주로 다룬다. 규모도 보통 큰 공연이 많다"며 "'어쩌면 해피엔딩'은 소박하면서도 진정성 있는 휴머니즘을 전달했다. 한국 배경이라는 이국적인 신선함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어쩌면 해피엔딩'의 수상으로 한국 뮤지컬의 위상도 달라지게 됐다.

박 평론가는 "전반적으로 K-컬처에 대한 호감도도 높아진 시점인 만큼 시너지를 얻어 한국 뮤지컬에 대한 관심도 동반상승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내다봤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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