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못 드는 고통②]수면장애 환자 50만명···왜 잠들지 못하나
한국인 평균 수면시간 7시간41분···건강 '적신호' 잠 못 잔다고 수면제 무조건 복용하면 수면장애 '악화' 수면장애 원인부터 파악···규칙적인 생활습관 필요 【서울=뉴시스】박성환 기자 = 적절한 수면은 건강을 지키는데 필수다. 누구나 숙면의 중요성에 대해 잘 알고 있지만, 실제 잠잘 시간도 부족한 게 현실이다. 숙면을 하지 못하면 피로가 쌓이게 된다. 수면 부족은 수면 장애로 이어져 건강마저 해칠 수 있다. 밤잠을 설치면 다음 날 업무에 지장을 줄 뿐 아니라 만성 피로에 노출되거나 무기력증을 겪는다. 이 때문에 수면장애를 겪고 있는 환자들은 잠을 자지 못하는 괴로움을 고문과도 같은 고통이라고 호소한다. 수면장애(sleep disturbance)는 단순히 잠을 이루지 못하는 불면증뿐 아니라 충분한 자고도 낮 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상태인 불면증을 포함해 기면증, 코골이, 수면 무호흡증 등 다양한 원인으로 '잠자는 신체 리듬'이 깨져 어려움을 겪는 것을 증상을 말한다. ◇한국인, 평균 수면시간 OECD 국가 中 '최하위' 불면증이나 수면 무호흡과 같은 수면장애 환자가 계속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수면 장애로 병원을 찾은 환자 수는 지난해 49만4915명이다. 이는 지난 2012년 35만8838여명 대비 38% 가량 증가한 수치다. 실제 수면장애를 겪고도 일시적인 현상으로 여겨 병원을 찾지 않은 환자가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연령별로는 50대가 19.9%로 가장 많았다. 이어 ▲40대(16%) ▲60대(15.3%) ▲30대(14.6%) ▲70대(14.6%) ▲80대 이상(8.6%) ▲20대(8.2%) ▲10대(1.9%) 순으로 나타났다. 성별로는 여성 환자가 29만3000여명으로 남성 환자 20만1800여명보다 약 1.4배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 한국인의 하루 평균 수면 시간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8개 회원국 중 꼴찌를 기록했다.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한국인의 하루 평균 수면 시간은 7시간41분으로, OECD 18개 회원국 중 최하위다. 이는 OECD 평균 수면 시간인 8시간22분보다 40분이나 짧은 것이다. ◇수면장애, 쌓인 피로 계속 누적 '큰 병' 수면장애 유형은 다양하다. 꿈을 꿀 때 몸을 움직이거나 말을 하는 '렘수면 행동장애'나 코를 심하게 골다 갑자기 호흡을 멈추는 '수면 무호흡증', 자는 동안 손과 발을 일정 간격으로 움직이는 '사지운동증' 등이 있다. 수명장애일 경우 아무리 오랜 시간 자고 일어나도 피곤할 수밖에 없다. 수면 부족이 장기화되면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호르몬이 증가해 심장박동수가 평소보다 빨라지고, 혈압도 높아진다. 고혈압 위험은 2배로 증가하고 뇌졸중과 심근경색 등 지병이 더 악화될 수 있다. 실제 수면장애가 당뇨병이나 뇌졸중 같은 성인병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도 많다. 특히 렘수면 행동장애가 지속되면 인지 기능이 떨어진다는 걸 국내 연구진이 처음 확인했다. 지난 2014년 분당 서울대병원은 10년 동안 '렘수면 행동장애' 환자 66명을 추적한 결과, 절반에 가까운 46%의 기억력이 70% 가까이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또 치매나 파킨슨병으로 진행될 가능성도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면 무호흡증'은 수명까지 짧아지게 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지난해 고려대병원 연구팀이 수면장애 환자 381명의 염색체를 분석한 결과, 남은 수명을 나타내는 염색체의 끝 부분인 '텔로미어'가 짧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체내의 노화시계로 명명되는 텔로미어는 염색체 말단부분에 해당하는 DNA 염기서열로 세포가 분열함에 따라 계속 짧아져 어느 시점 이상에서는 더 이상 짧아지지 않고 세포분열이 멈추면서 노화와 수명을 결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면장애 정확한 원인부터 찾아야 수면장애를 유발하는 원인이 다양하다. 극심한 스트레스와 과로, 불안, 초조, 우울증 등 심리적인 요인과 불규칙한 생활습관, 비위생적인 수면 환경 등이 대표적이다. 또 올해는 지난해보다 열대야가 열흘 정도 일찍 시작하면서 잠 못 이루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다양한 이유로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면 다음날 하루 종일 무기력하거나 다시 밤에 잠들기 힘든 악순환이 빚어진다. 수면 부족의 악순환이 지속되면 수면장애로 이어진다. 전문가들은 수면장애 원인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무조건 수면제를 복용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최원규 신경과 전문의는 "3주 이상 잠을 제대로 잘 수 없다면 병원에서 그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고, 적절한 치료를 조기에 받아야 한다"며 "잠이 오지 않는다고 해서 무조건 수면제를 복용할 경우 수면구조가 손상돼 불면증이 악화되기 때문에 반드시 전문의의 진단에 따라 적절하게 수면제를 복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어 "불면증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규칙적인 수면 습관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며 "자기 전 과도한 운동이나 게임 등 교감신경을 자극하는 일은 피하고, 휴대전화 불빛이 멜라토닌 분비를 억제해 수면을 방해하는 것처럼 수면 환경이 문제가 없는지도 확인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