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이윤택, 성추행 사과·성폭행은 부인…연희단거리패 해체
이 전 감독은 19일 오전 명륜동 30스튜디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자들에게 진심으로 사죄를 드린다. 부끄럽고 참담하다. 무릎을 꿇고, 제 죄에 대해서 법적 책임을 포함해 그 어떤 벌도 받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에서 불거진 성폭행 의혹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않았다. 최근 이 전 감독으로부터 2003년부터 지속적으로 성폭행을 당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에 대해 이 전 감독을 성관계를 맺었다는 건 인정하면서도 "폭력적이거나 물리적인 제압은 없었다. 상호간의 믿고 존중하는"이라고 말끝을 흐렸다. "법적 절차가 진행되면 성실히 임하겠다"고 했다. 성폭행이 아니라면서도 피해자에게 직접 사과를 하겠다고 한 이유에 대해서는 "폭력적이고 물리적인 방법을 사용하지 않았다"고 거듭 부인했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등을 중심으로 떠돈 성폭행 의혹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닌 것도 있다"고 했다. 해당 문제에 대해 이날 진위를 밝힐 수 없는 만큼, 법적 절차를 진행해서 사실과 진실이 밝혀진 뒤 처벌을 받을 것이 있으면 응당 처벌을 받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문제 제기에 대해서는 "다른 방법을 통해서라도 사죄하겠다"고 덧붙였다. 성폭행 피해자가 낙태를 했고, 임신을 할 수 없는 몸 상태가 됐다는 주장도 나왔는데 이에 대해서도 "사실은 아니다. 법적 절차에 따라 진행해야 한다"고 부인했다.
이에 대해 이 전 감독은 "발성을 가르치는 과정 중 잘못하면 불가피하게 가슴이나 척추 쪽 울 터치할 경우, 부적절한 신체접촉이 이뤄질 수 있다"면서 "배우가 제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걸 지금 알았다. 그렇다면 사죄를 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날 오전에는 밀양연극촌의 촌장이자 인간문화재인 하모 씨의 성폭행 의혹까지 불거지기도 했다. 밀양연극촌은 1999년 입촌 당시부터 이 전 감독이 예술감독을 맡아왔다. 이에 대해 이 전 감독은 "오늘 아침에 알았다. 전혀 몰랐다. 죄송하다"면서 "저는 더 이상 연극을 할 수 없다. 밀양연극촌도 밀양여름축제도 밀양 시에서 저와 연희단거리패를 배제한 상태 하에서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 전 감독은 여성 단원들에게 요구한 안마 등에 문제가 있었다는 걸 인식하고 있었다고 했다. "선배 단원들이 항의할 때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 매번 약속했는데 번번이 지키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 전 감독은 여성 단원들이 자신을 안마한 행위 등에 대해 "극단 내에서 18년간 관습적으로 이어진 아주 나쁜 형태의 일"이라고 정의했다.
그러면서 "어떠할 때는 나쁜 짓인지 모르고 저질렀을 수도 있고, 어떠할 때는 죄의식을 가지면서도 저의 더러운 욕망을 억제할 수 없었을 수도 있다"고 했다. 다만 "저 하나 때문에 연극계 전체가 매도되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고 바랐다. 앞서 이 전 감독의 성추행 논란은 김수희 극단 미인 대표의 폭로로 촉발됐다. 김 대표는 지난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10년 전 연극 '오구' 지방 공연 당시 여관에서 이 전 감독으로부터 안마 요구를 받은 뒤 성추행을 당했다고 썼다. 이후 여론이 들끓자 이 전 감독은 지난 잘못을 반성하겠다며 예술감독 직 등을 내려놓고 근신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지난 2015년 국립극단에서 이 전 감독이 스태프를 성추행했다는 의혹 역시 뒤늦게 알려지는 등 그의 성추행 의혹이 잇따라 폭로되면서 피해자들에게 직접 사과하라는 요구도 이어졌다. 동시에 연희단거리패 자체에 대한 책임까지 들끓었다. 일부에서는 단원들 역시 암묵적으로 묵과한 공범이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 전 감독은 "전 단원들이 알고 있었던 것이 아니다. 많은 단원들은 거리가 있고 일부 단원들만 사실을 알고 있었다"면서 "그 단원들이 끊임없이 항의하고 문제제기를 했으나 제 자신을 다스리지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김 대표는 "사흘동안 단원들과 많이 이야기를 나눴는데 이것(이윤택 성추행 논란)은 도저히 용납이 안 된다. 왜냐면 관객들의 사랑을 많이 받았기 때문"이라면서 이같이 전했다. 그는 해체와 별개로 이번 이 전 감독 사태에 대해서는 자체적으로 진상을 조사해서 피해자에게 사과하겠다고 덧붙였다. 현재 운영 중인 극단 중에서는 특이하게 합숙을 고집한 연희단거리패 단원들은 30여명 정도. 상당수가 젊은 단원들이지만,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해서 해체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급박하게 상황이 전개된 만큼 아직 극단을 떠난 상황은 아니다. 이날 이후 해체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과 속도는 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 전 감독이 법적절차를 밟겠다고 했고 연희단거리패가 해체까지 선언했지만 연극계에서 이 전 감독에 대한 비난은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기자회견 장에는 피해자가 속한 극단 관계자들이 찾아와 이 전 감독을 향해 "피해자에게 직접 사과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관객 약 70명을 수용할 수 있는 30스튜디오에는 100여명의 취재진이 몰리며 이번 사태에 대한 언론의 높은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연극 단체들도 이 전 감독 사태에 대응을 시작했다. 한국극작가협회는 이 전 감독을 회원에서 제명한다고 지난 17일 입장을 냈다. 이와 함께 한국여성연극협회가 성명을 내는 등 각종 연극 단체에서도 이 전 감독 사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편 공연계에서는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성추행 의혹이 제기된 배우 이명행은 사과한 뒤 출연 중이던 연극 '거미여인의 키스'에서 하차했다. 이와 함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와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 등에서는 연극계 또 다른 거장 등의 이름이 성추행 의혹과 함께 오르내리고 있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