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공약 '제로페이' 20일 개시, 기대반 우려반
서울시, 20일 시범사업 시작…연착륙 기대감소상공인 신용카드 결제수수료 부담을 0%소상공인업체 66만곳 중 가맹점 2만여곳뿐가맹점 수 부족 등으로 성공 가능성 회의도박원순 "서울 하늘·땅·지하에 제로페이 깔 것"
박원순 서울시장은 18일 오후 청사에서 김종환 서울시약사회 회장과 '제로페이 활성화를 위한 서울시-서울시약사회 간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앞으로 서울시약사회는 제로페이 가맹점 가입에 동참하라고 회원들을 독려한다. 현재 서울 전역 5000개 약국이 약사회 회원사다. 가맹 약국에서 제로페이 서비스를 활용해 약을 구입하면 결제수수료가 발생하지 않는다. 박 시장은 김 회장 등 약사들에게 "약을 사가는 분들에게 제로페이가 생겼고 이걸 활용하면 결제수수료가 낮아지고 동시에 약을 사가는 그분께도 소득공제가 된다고 알려달라"고 요청했다. 20일부터 개시되는 제로페이는 소상공인 신용카드 결제수수료 부담을 줄이기 위해 서울시와 중소벤처기업부, 은행, 민간 간편 결제 사업자가 협력해 도입한 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다.
제로페이를 이용하면 지갑을 열어 현금이나 카드를 꺼낼 필요 없이 손에 든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찍어 결제할 수 있다. 포스나 카드 단말기도 필요 없다. 제로페이를 활용하면 소상공인의 결제수수료 부담이 줄어든다. 기존 신용카드 결제 방식과 달리 카드사, 밴사, 전자지급결제대행사 등 중간 업체를 거치지 않는다. 판매자와 소비자가 직접 은행 계좌로 돈을 주고받는 앱투앱결제 방식이라 수수료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제로페이로 결제하면 소비자에게는 40% 소득공제 혜택이 주어진다. 15%인 신용카드, 30%인 체크카드에 비해 소득공제 혜택도 크다고 시는 설명했다. 제로페이 혜택을 가장 직접적으로 누리는 쪽은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이다. 연매출 8억원 이하 소상공인은 제로페이로 결제된 금액에 대해서는 결제수수료를 아예 내지 않아도 된다. 8억원 이상은 0.3%, 12억원 초과 업소는 0.5% 수수료를 내면 된다. 이는 국내 카드 결제수수료인 0.8~2.3%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서울 시내 카드 가맹업체 90% 이상이 연매출 8억원 이하 영세업체인 만큼 자영업자의 부담을 줄이는 효과가 클 것이라고 시는 전망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제로페이 성공에 의문부호를 달고 있다. 지난 17일 기준 서울 소상공인업체 66만곳 중 제로페이 가맹점은 2만여곳에 그쳤다. 이 때문에 시는 25개 자치구와 서울교통공사를 비롯한 시 산하 기관에 '소상공인간편결제 가맹점 모집 홍보 협조 공문'을 보내는 등 가맹점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제로페이가 이미 시중에서 쓰이는 민간 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에 뒤처진다는 비판이 있다. 6월 서비스를 시작한 카카오페이는 4200만 카카오톡 사용자를 기반으로 이모티콘 제공, 커피 할인 같은 다양한 혜택을 주며 가맹점 15만곳을 넘긴 상황이다. 제로페이가 카카오페이와 경쟁하기에는 매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경기침체가 심각해 소상공인이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결제수수료 인하는 '언 발에 오줌 누기'라는 회의적인 반응도 있다. 그럼에도 서울시는 제로페이 안착을 기대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신용카드는 20년 동안 발전을 거듭해왔다. 반면 3개월간 준비해 이제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시작하는 제로페이에 똑같은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불공정하다"며 "시범 서비스 기간 동안 기본에 충실한 뒤 이 과정에서 나타나는 문제점을 본사업에 충실히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가맹점 수가 적은 데 대해서도 정상적인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소비자 편의를 위해 가맹점 수가 중요하긴 하지만 아직 서비스가 시작되지 않은 상태에서 가맹점을 모집하기 쉽지 않다"며 "소비자 눈에 익으면 가맹점도 많이 늘어날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제로페이를 지방선거 공약으로 내세웠던 박 시장은 이날 뉴시스와 만나 "내일 모레 실제로 앱을 다운 받는 순간부터 한번 보라"며 "서울시가 하늘과 땅과 지하에 다 제로페이를 깔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박 시장은 제로페이가 민간영역을 침범했다는 비판에는 "실제 운영은 온라인플랫폼 기업이 다 한다. 실제 장사와 거래는 기업들이 다 한다. 우리가 장사를 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시민에게 도움이 되는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은 공공의 역할이다. 관제페이라는 말에 동의가 안 된다. 우리가 직접 운영한다면 그런 말을 쓸 수 있지만 실제는 그런 게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