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전망 틀린 정부, 내년도 낙관…전문가들 "쉽지 않다"
정부, 6월 하경정서 연간 물가 1.8% 상승 전망석유류·농축산물 가격 상승세에 2.4%까지 올라내년 전망치 2.2%…"공급 측면에서 안정될 것"상반기까지 고물가 전망도…"코로나 변수 감안"
[세종=뉴시스] 이승재 기자 = 올해 하반기 물가 급등을 예상하지 못했던 정부가 내년에도 다소 낙관적인 전망치를 제시했다는 견해가 나온다.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글로벌 공급망 불안 등에 따른 대외 변수가 여전하다는 이유에서다. 물가 압력을 줄이기 위해서는 상당한 수준의 금리 인상이 이뤄져야 하는데 이러면 가계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20일 기획재정부의 '2022년 경제정책방향'을 보면 정부는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2.4%로 전망했다. 앞서 지난 6월 발표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과 비교하면 0.6%포인트(p) 높은 수준이다. 당시에는 연간 물가 상승률을 1.8%로 봤다. 당초 정부는 연말로 갈수록 물가가 안정세에 접어들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은 바 있다. 하지만 석유류 가격이 예상처럼 떨어지지 않았고, 지난해 작황 부진과 조류인플루엔자(AI) 여파로 농축산물 가격도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여기에 올여름 폭염으로 가축이 폐사되는 사례도 나오면서 축산물 가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또한 코로나 상생 국민지원금, 상생소비지원금(신용카드 캐시백) 등 정부의 소비 진작책과 단계적 일상 회복(위드 코로나) 정책이 시행되면서 수요 측면에서도 물가 상승 압력을 키웠다. 결과적으로 하반기 물가 상승률이 상반기보다 컸고, 정부 예측 신뢰도에 금이 가는 것은 불가피해졌다. 올해 상반기 물가 상승률은 약 1.8%이다. 이후 지난 11월까지 상승률은 3.0%에 달한다. 이러한 추세가 12월까지 이어지면 올해 물가 상승률은 지난 2012년(2.2%) 이후 9년 만에 2%대를 기록하게 된다. 2011년(4.0%) 이후 가장 높은 수치이며, 한국은행의 물가 안정 목표치인 2%도 넘기게 된다.
물가 상승세는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번 '경제정책방향'에서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2.2%로 예상했다. 특히, 올해 1분기에는 1%대 물가 상승률을 기록했기 때문에 기저효과를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내년 상반기까지는 물가 잡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로 인해 글로벌 밸류체인이 붕괴됐기 때문에 이를 복구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며 "지금과 같은 상황이 하반기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측면에서 2.2%도 낮게 잡았다고 볼 수 있다"고 전했다. 내년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 대응하기 위한 금리 인상도 기정사실화된 분위기다. 이미 한국은행 올해 들어 두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올린 바 있다. 결국 가계의 빚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2.2%의 물가 상승률 목표를 달성하려면 상당한 수준의 금리 인상이 필요하지만 이는 경기에 부담이 될 수 있다"며 "재정 투입이 이뤄져야 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되고, 이런 관점에서 보면 물가 상승률을 상당히 낙관해서 짰다고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정부는 농축수산물·석유류 오름세 둔화 등으로 올해보다는 물가가 안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입장이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은 지난 17일 사전브리핑에서 "내년에는 공급 측 상승률이 둔화될 것"이라며 "농축수산물 작황이 좋아졌고 글로벌 에너지 가격은 올해 말이나 내년 초 피크에서 약간씩 내려가는 상고하저의 흐름으로 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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