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갭투자 했던 게 화근"…집주인들 고통의 시간[역전세난 시대]②
"제 때 돈 돌려달라" 내용증명 독촉 사례 속출전세금 돌려줄 돈 없어 고민 깊은 갭투자자들"답없다" 임대인 잠적...법원 찾는 세입자 늘어
작년에 오피스텔 2채를 추가로 갭투자 한 게 화근이었다. 아파트를 팔까 생각도 했지만 양도세 부담이 너무 컸다. 작년에 최대치로 대출을 받은 터라 추가 대출도 쉽지 않았다. 선택지가 없는 A씨는 세입자에게 역월세로 매달 45만원씩 주기로 하고 겨우 세입자의 마음을 돌릴 수 있었다. 25일 부동산 중개업계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2년 전에 비해 크게 떨어지면서 계약만료를 앞둔 임대인과 임차인 간 갈등을 빚는 사례가 확산하고 있다. A씨 사례처럼 세입자로부터 재계약하지 않겠다는 의사 통보와 함께 보증금을 제때 돌려달라는 내용증명 독촉을 받는 사례도 늘고 있다. 전국적으로 역전세난이 가중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역전세란 전세 시세가 계약 당시 가격보다 낮아지는 것을 뜻한다. 집주인은 새로운 세입자에게 받은 보증금으로는 기존 세입자에게 돌려줘야 할 보증금을 충당하기 어려워져 보증금을 반환하려면 새로 자금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A씨처럼 갭투자를 통해 여러 채의 주택을 매입한 후 전세를 놓은 경우라면 보증금 상환을 위한 자금 융통에 더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서울 도봉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역월세를 주겠다는 집주인은 그나마 양반"이라며 "세입자 전화를 피해 아예 잠적해 버리는 임대인도 여러 명 봤다. 정부 대출 규제가 풀리기만을 기다리는 집주인들이 많다"고 말했다. 연말로 갈수록 역전세난은 점점 가중될 전망이다. 지역별로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2021년 하반기부터 2022년 상반기에 아파트 전셋값이 고점이었기 때문에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역전세난이 확산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임대인과 협의 실패나 임대인의 잠적 등으로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법원을 찾는 세입자가 급증하고 있다.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집합건물 임차권등기명령 신청 건수는 3670건으로, 전월(3045건)보다 20.2% 늘어났다. 이는 지난해 같은 달(765건)보다 379% 늘어난 수치로 2010년 조사 이래 역대 최대치다. 임차권등기는 전·월세 계약 만료 시점에서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때 세입자가 권리(대항력과 우선변제권)를 유지하기 위해 법원이 신청하는 것이다. 임차권 등기명령 신청이 급증한 건 역전세 이슈가 터져 나온 시기와 일치한다. 지난해 7월 900건대였던 임차권 등기명령 신청 건수는 8월 1043건, 9월 1125건, 10월 1212건, 11월 1641건, 12월 1879건 등 연말부터 급증세를 보였다. 올 1월(2081건)에는 2000건을 넘어섰고, 3월(3414건)에는 3000건을 뛰어넘을 정도로 단기간 빠르게 늘어나는 양상이다. 역전세가 올해 하반기에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임대인과 임차인 간 갈등에 따른 임차권등기명령 신청도 증가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백광제 교보증권 연구원은 "역전세난이 이어지면서 임차권 등기명령 신청 건수와 경매 건수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며 "정부의 전세 반환 대출 등 대책에도 하반기 전셋값 고점 계약물량의 만기 도래로 전세 반환 자금이나 전세 사기 문제가 확산하면서 실질 피해자가 양산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오는 8월 이후 나타날 수도권의 대규모 입주와 역전세난 등을 감안하면 올해 수도권 아파트 가격 하락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전셋값 고점은 2022년 1월이란 점을 감안하면 역전세난은 적어도 연말까지 계속될 것"이라며 "2년 동안 전셋값이 크게 떨어져 집주인은 기존 세입자를 내보내려면 적지 않은 돈이 필요한데 돈이 준비되지 않은 경우가 많아 집주인과 세입자 간 분쟁이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