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리더십은 썩은 동아줄?...셈법 복잡해진 중립국[러시아 반란 그 후①]
이스라엘 매체 "러시아 밀어내는 행동이 덜 두려워져"러, 내부 통제력 부족 드러나…반란군, 수도 인근 진입내년 3월 대선 러시아 정치 변수화 전망…균열 조짐도
[서울=뉴시스] 이명동 기자 = 지난 24일(현지시간) 발생한 러시아 민간 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의 반란 기도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리더십에 치명상을 입었다. 비정규군에 의한 반란을 쉽게 진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러시아 정권의 내부 통제력에도 물음표가 달렸다. 러시아 엘리트층이 푸틴 대통령의 권력 장악력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이스라엘 등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중립을 표방한 국가가 외교 노선을 선회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바그너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의 반란은 일일천하로 끝났지만, 러시아 반란 뒤 국제 정세와 우크라이나 전쟁 판도가 뒤바뀔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친러 中 "러시아 내부 문제"…이스라엘 등 중립국은 고심
바그너그룹의 반란 모의를 두고 중국 외교부는 돈독한 중러 관계를 확인했다. "바그너 그룹 사건'은 "러시아의 내부 문제"라며 "중국은 러시아가 국가 안정을 유지하고 번영을 실현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 러시아와 관계 변화가 없고, 러시아 정권이 무너지기를 바라지 않는다고 시사한 셈이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중립국을 표방한 이스라엘에서는 변화가 감지됐다. 현지 언론 예수살렘포스트는 25일 "이스라엘의 우크라이나-러시아 정책은 바그너 (그룹의) 반란 뒤에도 여전히 유효한가"라는 기사를 통해 이 같은 분위기를 전했다. 이 매체는 "바그너그룹의 모스크바를 향한 행군이 이스라엘에 경종을 울릴 수 있다"고 짚었다. 이번 반란을 계기로 이스라엘 정부가 '러시아 곰'을 밀어내는 행동에 부담감을 덜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난해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을 당시 이스라엘 총리는 나프탈리 베네트였다. 이스라엘 총리는 이후 야이르 라피드를 거쳐 베냐민 네타냐후로 바뀌었다. 하지만 러시아가 침공한 뒤 이스라엘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한 대부분 정책에서 일관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전쟁 초부터 이스라엘에 방공 시스템을 포함한 무기 제공을 요청해 왔다. 이스라엘 정부는 국가 안보 이익에 따라 인도적 지원과 비살상무기 지원에 국한할 것이라며 이를 거부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주 이 매체와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은 러시아와 군사 국경이 가깝다. 자국군 조종사가 시리아 상공을 비행할 때 러시아군 조종사도 바로 옆에서 비행하고 있다"고 러시아로 인한 안보 부담을 언급한 바 있다. ◆아프리카·남미 정책 변동 가능성…내부 단속 능력 불신 탓
푸틴 정권이 가진 권위주의적 성격이 내부 단속에 허약한 모습을 보이자,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중립을 표방하면서 서방 진영과 거리를 뒀던 아프리카 국가와 브라질 등 남아메리카 국가도 입장 설정에 변동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들 중립국은 이번 사건으로 푸틴을 중심으로 한 러시아 정권의 균열 가능성과 그 조짐을 인식했다. 바그너그룹의 전투 병력이 하루 안에 수도 모스크바 인근 200㎞까지 접근했다는 점이 카리스마적 리더십을 표방한 푸틴 정권을 향한 의구심을 불러 일으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반란 세력이 수도 인근까지 진격하는 데 정규군이 군사적 저지를 거의 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외부로 알려진 점이 문제다. 정권의 내부 단속 능력의 한계를 공개적으로 드러낸 셈이다. 그 결과 중립국은 러시아 정권을 향한 신뢰를 하향 조정할 가능성이 높다. 푸틴 대통령은 반란이 일어나자 바그너그룹을 두고 "러시아의 뒤통수를 치는 배신과 반역"이라며 "가혹한 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쿠데타는 결국 탁자에서 '말'로 해결됐다. 외세인 벨라루스 대통령의 중재로 이뤄진 타결로 프리고진은 벨라루스로 떠났고, 반란에 가담하지 않은 바그너그룹 용병은 러시아군에 흡수됐다. 반란자에게 명확한 책임도 묻지 못한 셈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30년 집권길'을 연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내부 장악력이 강했다. 2016년 군 세력이 쿠데타를 일으켰을 때 몇 시간 만에 진압했다. 그는 무력을 동원해 쿠데타를 진압했다. 쿠데타 사후 처리에서 숙청이 이어지면서 내부에서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하지만 에르도안 대통령은 정권의 안정성과 연속성을 과시했다. 이 같은 장악력은 지난달 선거로 정권을 연장하는 원동력이 됐다. ◆반란으로 직격탄 맞은 푸틴 정권…내부 균열 조짐 예상
2018년 대통령 선거에서 득표율 76.7%로 직을 연장한 푸틴 대통령은 내년 3월17일 예정된 러시아 대통령 선거에서 민심의 심판대에 오른다. 이번 일이 선거에서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26일 영국 BBC와 인터뷰에서 러시아 일간 네자비시마야 가제타의 콘스탄틴 렘추코프 편집장은 이번 사건의 의미를 되짚으면서 푸틴 대통령의 임기가 내년 끝난다는 점을 지적했다. 렘추코프 편집장은 "모든 엘리트 집단이 내년 대통령 선거를 생각하기 시작할 것"이라며 "이번 반란을 본 그들은 앞으로도 계속 푸틴 대통령에게 의지해야 하는지 스스로 자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러시아는 국제 제재를 받게 됐다. 아울러 젊은 인력이 전장에 나서면서 고물가 등 어려운 경제 상황에 내몰렸다. 민생이 어려운 시기에 이번 바그너그룹의 반란 기도로 푸틴 정권은 리더십 위기에 몰렸다. 프리고진의 일일천하가 실패로 끝났지만 푸틴 대통령의 장악력은 흔들렸고, 그것이 민심의 이반을 조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푸틴 체제가 붕괴될 가능성은 낮지만 국제정치 무대에서 중립국은 물론 친러시아 기조를 보여온 중국, 북한 등 다른 국가도 푸틴의 리더십을 재평가할지 주목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