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K-배터리'…中 점유율 넘어야[전기차 2.0 시대-④]
글로벌 전기차 시장서 배터리 점유율 '韓 하락, 中 상승'리튬가격 하락세에 삼원계 배터리 수익성 악화에 고민↑"아직 걱정할 단계 아니야" vs "공급망 재구축 서둘러야"
[편집자주] 미국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가 리튬이온배터리를 탑재한 첫 전기차를 내놓은 지 15년이 지났다. 그동안 전기차는 기후변화를 막을 친환경차의 대명사로 꼽히며 빠르게 대중화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발 빠르게 전기차 전환에 나서고 있고, 배터리 산업도 급신장하는 모양새다. 이런 전기차 시장은 최근 새 전환점을 맞고 있다. 완성차 업체들마다 투자 확대와 고도화를 속속 진행 중이며, 배터리 산업도 이에 맞춰 기술 개발과 공급망 구축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앞으로 전기차 시장이 어떻게 바뀔 지 '전기차 2.0 시대'를 조망해본다. [서울=뉴시스] 김동현 기자 = 전기차 시대를 맞아 한국의 주무기인 K-배터리에 위기감이 돌고 있다. 중국 배터리 기업들이 만든 'LFP(리튬인산철) 배터리'가 저렴한 가격과 긴 수명, 화재 안전성을 내세워 전기차 탑재율을 늘리고 있어서다. 일부에선 한국 삼원계 배터리가 주도권을 내줄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내놓는다. K-배터리 업체들은 뒤늦게 LFP 배터리 개발 및 양산을 서두르고 있지만 중국보다 사업이 늦은 만큼 고객 공략은 쉽지 않아 보인다. 원자재 공급망 재구축과 제품 가격대별 생산량 조절 등 해결할 숙제도 만만치 않다. 최근에는 리튬 가격 하락이 고민거리다. 전기차 시장 성장으로 리튬 수요가 늘면서 중국 업체들이 공급량을 대폭 늘렸는데 이 과정에서 전기차 판매율이 낮아지자 리튬 가격은 연일 급락하고 있다. 이에 따라 수익성 하락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글로벌 배터리 점유율 "韓 하락, 中 상승" 에너지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중국 CATL의 시장 점유율은 36.8%로 전년(35.4%) 대비 1.4% 포인트 증가했다. 중국 배터리 제조사 BYD는 점유율이 15.7%로 성장했다. 반면 LG에너지솔루션은 올 상반기 14.5% 점유율을 보이며 글로벌 시장에서 3위다. 이어 SK온과 삼성SDI는 전년대비 각각 1.6%, 0.7% 포인트 하락한 5.2%, 4.1% 점유율로 5위와 7위를 차지했다. 중국 배터리 업체들의 이 같은 점유율 상승은 저렴한 LFP 배터리를 테슬라와 벤츠, 현대차, 기아 등의 보급형 완성차에 속속 탑재하고 있어서다. 반면 한국 기업들의 주력 제품인 삼원계 배터리인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와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배터리는 LFP 배터리에 비해 점유율이 밀리는 모습이다. 삼원계 배터리는 가격이 비싸 전기차 대중화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중국산 LFP 배터리 약진에 한국 기업들도 뒤늦게 LFP 배터리 양산을 서두르고 있다. 주력 제품인 삼원계 배터리를 내세워 고객사 공략에 나서며 보급형과 저가형으로 라인업을 확대해 시장 지배력을 높이겠다는 입장이다. LG엔솔은 에너지저장장치(ESS)용 LFP 배터리를 우선 생산한 뒤 중국 제품과 차별화 할 수 있는 전기차용 LFP 배터리 제품을 2025년까지 양산한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중국 난징 공장의 에너지저장장치(ESS) 라인 일부를 LFP 배터리 생산 라인으로 전환하고, 북미에서는 연산 16기가와트시(GWh) 규모로 ESS용 LFP 배터리 공장을 설립할 예정이다. 삼성SDI도 LFP 배터리 라인업 확대에 나선다. 삼성SDI는 2027년 양산 목표로 울산 공장에 10GWh 규모의 LFP 배터리 생산라인을 구축해 보급형과 저가형으로 포트폴리오를 확대한다. SK온은 지난 3월 인터배터리 2023에서 삼원계 배터리와 저가형 LFP 배터리 시제품을 선보였다. 양산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저온에서 주행거리를 70~80% 수준으로 끌어올린 제품으로 LFP 배터리 수요를 노린다는 복안이다. ◆리튬 가격 하락세에 삼원계 배터리 수익성 악화에 고민↑ K-배터리는 주력 제품인 삼원계 배터리의 수익성 악화도 걱정거리다. K-배터리 기업들은 제품 판매 가격을 리튬, 코발트, 니켈 등 메탈 가격에 연동하고 있는데 최근 리튬 가격이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자 고민이 더 커진 모습이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KOMIS)에 따르면 지난 20일 탄산리튬 1㎏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4위안(2.48%) 감소한 157.5위안에 거래됐다. 리튬 가격은 지난해 11월15일 578.5위안으로 정점을 찍은 뒤 계속 떨어지고 있다. 시장에선 리튬 가격이 앞으로도 지속적인 하락세가 예상된다고 본다. 에너지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는 지난 8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탄산리튬 가격이 오는 2028년 1톤당 130만위안까지 지속적으로 내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비싼 가격에 구매한 리튬을 사용해 만든 배터리의 경우 제품을 팔아도 이윤이 남지 않는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글로벌 전기차 판매도 완연한 하락세여서 배터리 판매율 하락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올 상반기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된 전기차는 총 434만2487대로 전년동기대비 41.0% 증가했다. 전기차를 구매하는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지만 최근 2~3년간 판매율은 계속 낮아지고 있다.
◆"아직 걱정 단계 아니야" vs "공급망 재구축 등 서둘러야" LFP 배터리의 점유율 약진에 대해 업계에선 아직 걱정할 단계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특히 LFP 배터리와 삼원계 배터리의 장단점이 뚜렷한 만큼 중국 배터리의 점유율 상승은 걱정할 수준은 아니라는 의견이 높다. 겨울철엔 성능이 급격히 떨어지는 단점을 보완한 LFP 배터리를 최근 CATL이 선보였지만 아직 제대로 검증되지 않아 '삼원계 배터리 위기설'은 시기상조라는 것이다. 다만 일부에선 국내 기업들의 LFP 배터리 양산 시기가 2~3년 후로 예상되고, 중국 제품 대비 가격이 더 비쌀 수 있는 만큼 중국 기업과 거래하는 완성차 기업들을 공략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 또 중국 기업들이 LFP배터리를 앞세워 수익성보다 시장 점유율 확대에 치중할 경우 국내 기업들은 배터리 공급 과잉을 겪으며 시설 투자와 생산 규모를 조절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김현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현재 북미·유럽 시장의 LFP 배터리 점유율은 각각 7.8%, 3.4% 밖에 되지 않는다"며 "LFP 배터리가 삼원계 배터리를 완전히 대체할 가능성은 낮지만 성장성이 높은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