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까지 침투한 빈대…시민들 "요즘 시대에 빈대라니"
대구·인천·부천 이어 서울 고시원도 출몰보건소 "전염성 없어 따로 신고 안 받아"시민들 "정부가 도와줘야 하는 것 아니냐"
31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달 대구 계명대 기숙사와 인천 서구의 찜질방 등에서 빈대가 출몰한 데 이어 경기도 부천시의 한 고시원에서도 빈대가 무더기로 목격됐다. 지난달 25일에는 서울 영등포구 본동의 한 고시원에 빈대가 나왔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지방자치단체(지자체)는 보건소에 신고된 건 맞지만 별도 방역을 제공하긴 어렵다고 밝혔다. 영등포구청 관계자는 "감염병 매개 해충이 아니라서 보건소에서 해 줄 수 있는 게 없다"며 "서울시에서 빈대 관련 정보집이 내려왔지만 예방이나 처리 매뉴얼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날 뉴시스가 방문한 고시원 일대 주민들은 빈대가 나왔다는 소식에 불안을 호소했다. 영등포구에 사는 30대 직장인 강모씨는 "이 시대에 빈대가 나온다는 게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방역업체를 부르면 비쌀 텐데 정부가 좀 도와줘야 하는 거 아니냐"고 했다. 박모(31)씨도 "관광호텔 일부를 원룸으로 개조한 곳에 사는데, 코로나가 끝나면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다시 돌아오고 있다"며 "임대인에게 방역을 문의했는데 '빈대가 나온 적이 없다'고만 한다. 불안한데 어디 문의할 곳도 없다"고 했다.
방역 당국은 빈대 대응이 지자체 소관이란 입장이다.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빈대 방제와 소독을 담당하는 곳은 지자체"라며 "빈대는 의무신고대상이 아니지만 신고가 필요하면 지자체 보건소에 하면 된다"고 전했다. 위해해충으로 분류돼 있지만 감염병을 퍼뜨리지는 않는다고도 설명했다. 그러나 뉴시스가 통화한 보건소 담당자는 "빈대 신고를 따로 받지는 않는다. 모기 방역 등에 사용되는 약품이 있지만 빈대 처치는 안 된다"며 "자체적으로 이불과 의류를 완전히 삶아서 소독해야 한다"고 했다. 사실상 자체 방역을 권고한 셈이다. 문제는 빈대의 확산 속도다. 빈대는 거주지에 서식하면서 밤에 사람의 피를 빨아먹는 곤충으로, 흡혈 없이도 70일 이상 생존할 수 있다. 깊은 곳에 숨어있고 살충제에 내성이 있어 박멸도 어렵다. 빈대에 물리면 심한 경우 빈혈과 고열을 유발할 수 있고, 극심한 가려움으로 과하게 긁을 경우 염증이 생길 수도 있다. 양영철 을지대학교 보건환경안전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의 빈대는 모두 해외에서 유입된 개체"라면서 "집 안으로 유입되면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건 시간문제"라고 경고했다.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해외 관광객이 대거 유입되고, 기후 변화로 고온다습한 날이 많아지면서 빈대 발생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민간 방역업체에 대한 의존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질병청은 이날 '빈대 대응 방안'을 발표했다. 집 또는 공동 숙박시설에서 빈대가 발견되면 ▲스팀 고열 분사 ▲진공청소기 청소 ▲건조기 이용 소독 등 물리적 방제와 살충제 등 화학적 방제를 병행해야 한다. 만약 빈대에 오염된 매트리스, 가구 등을 폐기할 경우에는 반드시 살충제로 방제한 후 버려야 확산을 막을 수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