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정부 각급서 "尹계엄 우려"…동맹 내정에 '적극 발언' 주목
'트럼프에 영감' 우려했나…국회 대응 두고 '교훈' 시각도
◆백악관 "美정가에 경종…한국 민주주의 관련 계속 목소리 낼 것"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4일(현지시각)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대담에서 윤 대통령의 지난 3일 계엄 선포와 관련해 "우리와는 어떤 방식으로건 협의가 없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계엄) 발표를 세계 다른 곳이 그랬듯 TV를 보고 알았다"라며 이번 계엄 선포에 깊은 우려를 표했다. 이번 계엄 선포가 "이곳 미국 정가를 비롯해 모든 곳에 경종을 울렸다"라고도 평가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아울러 "한국의 민주주의는 강력하고 회복력이 있다"라며 "우리는 (이와 관련해) 계속해서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한국의 카운터파트와 비공개적으로 접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에서는 설리번 보좌관 외에도 숀 새벗 대변인이 "계엄 선포를 심각하게 우려한다"라며 "민주적 가치와 법치주의는 미·한 동맹의 핵심이고 앞으로도 계속 유지돼야 한다"라고 했었다. ◆국무부 1·2인자 나란히 발언…"尹, 심히 잘못된 판단" 국무부에서는 1·2인자가 나란히 목소리를 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계엄 해제 이후 성명을 내 환영을 표하고, "정치적 이견이 평화적으로, 법치주의에 따라 해결되기를 기대한다"라고 강조했다.
캠벨 부장관은 아울러 "이전의 계엄에 대한 기억은 한국에 깊고 부정적인 공명을 준다"라며 "한국의 정치는 매우 양극화되고 분열됐지만 양당 모두 이번 조치가 문제적이었다는 데 동의했다"라고 했다. 이 밖에 베단트 파텔 국무부 수석부대변인이 계엄 선포 직후 "사전에 통보받지 못했다"라며 "특정 국가의 법과 규정이 준수되기를 바라는 것은 분명히 우리의 희망이자 기대"라고 발언한 바 있다. ◆美 지한파 의원들도 목소리…국제정세·국내정치 여건 반영 한국은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핵심 동맹이다. 그러나 엄연히 대등한 주권 국가인 한국의 정치적 상황에 미국 정부 각급이 일제히 나서서 목소리를 내는 상황은 주목할 만하다. 아울러 미국 정계에서는 정부 인사들 외에도 평소 한반도 문제에 자주 발언하던 지한파 의원들이 이번 계엄 선포를 두고 "강력하게 규탄한다"라거나 "국민의 통치 근간을 흔든다"라고 지적한 바 있다. 여기에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북한의 러시아 파병 등으로 세계 안보 지형에서 '민주주의 대 권위주의' 대결 구도가 굳어진 가운데, 민주주의 진영 핵심 축인 한국의 정치적 상황에 대한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정권교체를 앞둔 미국의 국내정치적 요소도 작용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국에서의 이번 계엄 선포와 이후 전개가 내년 1월 집권할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의 행보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데일리비스트는 "한국의 윤석열 대통령은 어쩌면 도널드 트럼프에게 일종의 빛나는 아이디어를 줄 수 있다"라며 "상황이 여의치 않을 때 계엄으로 의회와 언론의 비판을 입 다물게 하는 건 어떨까"라고 했다. MSNBC는 "(한국과 미국) 두 나라의 정치적 상황의 평행선은 무시무시함 그 이상"이라며 윤 대통령이 정치 신인이고 2022년 대선에서 근소한 차이로 승리했으며, 선거 기간 잦은 실수를 한 점 등을 유사점으로 꼽았다. 이 밖에도 미국 언론에서는 트럼프 지지자들의 '의회 난입 사태'와 한국의 의회 내 군인 투입을 비교하거나, 플로이드 시위 당시 트럼프 당선인의 연방군 투입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끌어 올려지기도 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2020년 플로이드 시위가 격화하자 공권력을 동원해 시위대를 해산하고 인근 교회를 방문했으며, 당시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과 마크 밀리 합참의장을 일련의 과정에 동행시켰다. 반면 계엄 이후 한국 국회의 신속한 결집과 불 붙은 비판 여론이 트럼프 당선인에게 '교훈'이 되리라는 분석도 있다. 미국기업연구소(AEI) 아시아 전문가 니콜라스 에버스태트는 데일리비스트에 트럼프 당선인이 비슷한 마음을 먹을 경우 "윤 대통령의 현명하지 못하고 충동적인 행동의 막심한 역풍이 꽤 강력한 경고가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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