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내전 방관하는 트럼프, 푸틴에 주도권 뺏기나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22일(현지시간) 미국이 올 4월 시리아 공군기지 공습 이후로는 시리아 사태의 방관자가 돼 가고 있다며 그사이 러시아가 전후 시리아 재건 계획을 주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소치에서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회동했다. 세 정상은 시리아 내전 해결을 위한 3국 협력을 계속하자고 공동 선언했다. 푸틴은 이틀 전에는 러시아를 방문한 바샤르 알 아시드 시리아 대통령을 만나 내전 해결을 위한 정치적 절차를 본겨화하자고 협의했다. 두 정상의 만남은 2015년 10월 이래 처음이다. 2011년 3월 내전 발발 이래로는 두 번째다. 푸틴은 그동안 미국이 참여하지 않는 시리아 평화회담을 이끌어 왔다. 러시아와 이란, 터키는 유엔의 노력과는 별도로 카자흐스탄 아스탄에서 시리아 사태를 논의 중이다. 시리아는 이들 중재로 작년 12월부터 휴전에 들어갔다. 미국은 시리아 내전에서 반군을 지지하고 러시아는 아사드의 전통적 우방이다. 양국은 시리아에서 따로따로 급진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퇴치를 위한 군사작전을 진행했고 올들어 IS의 영토 90% 이상을 탈환했다. 전문가들은 시리아에서 테러와의 싸움이 거의 마무리되면서 역내 패권 다툼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리아 사태가 안정기에 접어든 만큼 미국과 러시아의 힘싸움이 표면 위로 드러날 거란 전망이다.
트럼프는 7월에는 시리아 온건 반군을 지원하는 중앙정보국(CIA) 프로그램마저 중단했다. 이 정책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시작한 것인데 트럼프 행정부는 그 효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후 시리아 정부군과 반군 간 교전에서 미국의 역할도 줄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반군 지원 대신 러시아와 협력해 휴전을 유지하고 폭력 충돌을 줄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반면 러시아는 여전히 시리아에 대규모 군대를 주둔시키며 역내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 러시아는 2015년 9월부터 시리아 대 테러 작전을 명목으로 시리아 군사적전을 진행하며 정부군을 도와 왔다. 미 싱크탱크 중동연구소(MEI)의 폴 살렘 부소장은 "아사드, 푸틴, 이란의 수법이 시리아에서 완전히 먹혀들고 있다"며 "러시아는 군사적 단계를 넘어서 영향력과 연관성을 보여주려 한다"고 설명했다. 오바마 전 행정부 시절 미 국방부 관료를 지낸 일란 골덴버그는 "푸틴이 시리아에서 이겼다"며 "오바마의 잘못이기도 하고 트럼프의 잘못이기도 하다"고 주장했다. 시리아 내전을 둘러싼 역내 패권 구도가 앞으로 어떻게 형성될지는 계속 지켜봐야 한다. 러시아 입장에선 시리아 재건의 정치, 경제, 안보 책임을 홀로 떠안기 부담스러울 수 있다. 골덴버그는 "푸틴은 시리아 내전에 관한 국제적 합의가 이뤄지고 그 공이 자신에게 돌아오길 원한다"며 트럼프가 이를 그대로 용인할지 러시아로부터 어떤 양보를 끌어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분석했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