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역전 허용' SK, 잃은 것이 너무 많다
'9월 주춤' 두산에 추월당해 다 잡은 정규리그 우승 놓쳐팀 분위기 저하·KS 직행 좌절…우울한 시즌 마무리
두산 베어스가 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의 정규시즌 최종전에서 6-5로 승리했다. 두산과 88승 1무 55패로 동률이 된 SK는 상대전적에서 7승 9패로 밀려 2위가 됐다. SK 입장에서는 당혹스러운 결과다. 역대 최초로 정규리그 80승에 선착하고도 정규리그 우승을 놓치는 불명예 기록을 썼다. 지난해까지 양대리그 체제였던 1999~2000년을 제외하고 정규시즌 80승의 선착한 팀의 정규리그 우승 확률은 100%(15번 중 15번)였다. 또 역대 최다 경기 차 역전을 당하며 정규리그 우승을 내주게 됐다. 8월15일 두산에 9경기 차로 앞섰다 역전당했다. 종전 최다 경기 차 역전 우승은 2011년 삼성 라이온즈가 SK를 상대로 기록한 7경기였다. 당시에는 시즌 중반인 6~7월 순위가 바뀌었지만, 이번에는 시즌 막판에 역전당했다. SK는 또 동률을 이루고도 상대전적에서 밀려 1위를 놓친 사상 최초의 팀이 됐다. 상대전적을 따져 우승팀을 가리는 것이 최초기 때문. SK는 지난 5월30일 인천 KT 위즈전에서 3-2로 승리하며 1위로 올라선 이후 4개월 동안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2위 다툼을 벌이던 두산, 키움 히어로즈와 격차를 벌리면서 6월 말부터는 독주 체제를 이어갔다. 8월15일까지만 하더라도 SK는 2위 키움에 7.5경기차로, 3위 두산에 9경기 차로 앞섰다. 8월20일 인천 롯데 자이언츠전부터 8월24일 인천 KIA 타이거즈전까지 5연승을 달린 SK는 2위 두산에 7.5경기, 3위 키움에 9경기 차로 앞선 선두였다. 하지만 5연승이 꺾인 이후 SK는 주춤했다. 8월25일부터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인 30일 대전 한화전까지 24경기에서 9승15패에 그쳤다. 그 기간 두산은 가파른 상승세를 탔다. 8월25일부터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까지 두산은 17승 1무 8패를 기록했다. 두산은 8월22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부터 8월28일 잠실 SK전까지 6연승을 질주했다. 특히 8월27~28일 SK와 두 차례 맞대결을 모두 승리로 장식했다. 그래도 9월초까지는 SK의 우승이 유력해보였다. 하지만 SK는 9월15일 인천 KT전부터 24일 수원 KT전까지 내리 6연패를 당하며 진짜 위기에 몰렸다. 19일 벌어진 두산과의 더블헤더에서 연달아 진 것은 특히 뼈아팠다. 6연패 이후 2위 두산과 격차는 1경기 차로 좁혀졌다. SK가 두산과 상대전적에서 7승 9패로 밀려 동률이 되면 우승을 내줘야하는 상황이었지만, 그래도 유리한 쪽은 SK였다. 하지만 28일 대구 삼성전에서 이학주에 끝내기 홈런을 맞고 뼈아픈 패배를 당하면서 두산과 공동 선두가 됐다. 자력 우승도 불가능해졌다. SK는 남은 2경기를 모두 이겼지만, 두산도 2경기를 모두 승리로 장식하며 정규리그 우승을 가져갔다. 선두 독주를 벌이던 팀이 맞나 싶을 정도로 SK의 경기력은 크게 떨어졌다. 특히 타선이 극심한 침체를 겪었다. 아무리 마운드의 힘으로 버텨온 SK라지만 타자들의 부진은 심각했다. SK는 9월 들어 우천 취소가 유독 많았고, SK 타자들은 좀처럼 타격감을 끌어올리지 못했다. 두산에 쫓기는 입장이 되면서 압박감이 심해진 타자들은 급해진 모습이 역력했다. 어이없는 볼을 건드려 범타로 물러나는 것이 다반사였다. 절체절명의 찬스에서는 침묵했다. 9월 이후 SK의 득점권 타율은 0.209에 머물렀다. 9월 월간 팀 득점권 타율 9위다. 주자가 나가는 것도 힘들었고, 힘겹게 득점권 찬스를 잡아도 득점으로 연결하지 못했다. 마운드도 전반적으로 흔들렸다.
8월부터 주춤한 소사는 9월1일 인천 LG 트윈스전에서 2⅔이닝 5실점으로 무너진 뒤 17일간 휴식을 취했으나 18일 인천 NC 다이노스전에서도 6이닝 6실점했다. 든든히 선발진의 한 축을 지켰던 잠수함 투수 박종훈은 8월 등판한 5경기에서 1승 4패 평균자책점 5.76으로 부진하더니 9월에도 3경기에서 2패, 평균자책점 6.75로 안정을 찾지 못했다.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치던 불펜 쪽도 동반 부진에 빠졌다. 특히 서진용, 하재훈과 함께 필승조를 이뤘던 김태훈은 8~9월 두 달 동안 21경기에서 18이닝을 던지는 동안 평균자책점이 6.50에 달했다. 우울하게 시즌을 마무리한 SK가 잃은 것도 크다. 한국시리즈에 직행했다면 여유있게 준비를 할 수 있었지만 플레이오프부터 치러야하는 처지가 됐다. 오래 쉬면 타격감에 악영향이 간다지만, 단기전은 결국 마운드 싸움이다. 투수의 체력을 아낄 수 있는 것은 한국시리즈 직행팀의 큰 이점이다. 팀 분위기도 두산에 추월당하며 바닥까지 가라앉았다. 플레이오프 전까지 휴식을 취하면서 끌어올리지 못한다면, 한국시리즈에 오르는 것도 쉽지 않다. 단기전에서는 기 싸움도 중요한데, 시즌 막판 두산에 역대급 추월을 당한 것은 트라우마가 될 수 있다. 염경엽 감독에게는 이번 가을이 또 하나의 상처로 남게 됐다. 가을은 염 감독에게 좋은 추억만 남겨주지는 않았다. 염 감독이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 지휘봉을 잡은 첫 해인 2013년 넥센은 줄곧 2위를 달리다가 정규시즌 최종일에 LG에 2위 자리를 내주고 3위로 밀렸다. 넥센은 준플레이오프에서 당시 4위였던 두산에 1차전 승리 후 3연패를 당하며 탈락했다. 2014년 넥센은 시즌 막판까지 삼성과 치열한 순위 싸움을 벌였지만, 불과 반 경기 차로 뒤져 정규리그 2위로 시즌을 마쳤다. 그 해 플레이오프에서 LG를 꺾고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넥센은 삼성에 2승 4패로 무릎을 꿇었다. 2014년 한국시리즈 준우승에 그친 후 염 감독은 아쉬움의 눈물을 숨기지 못했다. 염 감독이 여전히 지휘봉을 잡았던 2015년 넥센은 3위에 오를 기회를 잡았으나 시즌 막판 두산에 3위 자리를 내줬고, 준플레이오프에서 두산에 1승 3패로 밀렸다. 지난해 SK 단장으로 한국시리즈 우승의 기쁨을 누렸던 염 감독은 다시 사령탑으로 돌아온 후 또 가슴 아픈 가을을 보내게 됐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