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 배제" 몰아붙이는 北…기로에 선 금강산관광사업
김정은 철거 지시 이틀 만에 대남 통지문"실무는 문서교환 방식 합의" 만남 거부北 "南을 내세운 사업 바람직하지 않아"모든 시설 철거 대상…이산가족면회소도"南 방치에 대한 불만 표출…반전 꾀해야""앞으로의 남북관계, 경쟁 치열해질 것"
북한은 25일 금강산국제관광국 명의로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채널로 통일부와 현대그룹에 각 통지문을 발송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금강산관광지구 시찰에서 "너절한 남측 시설들을 남측의 관계부문과 합의하여 싹 들어내도록 하라"고 지시한 지 불과 이틀 만에 공식적으로 철거 요구를 해온 것이다. 북한은 대남 통지문에서 남측 시설 철거 문제에 있어서는 협의의 여지가 없다는 점도 밝히고 있다. 통지문은 "금강산지구에 국제관광문화지구를 새로 건설할 것"이라며 "합의되는 날짜에 금강산지구에 들어와 당국과 민간기업이 설치한 시설을 철거해가기 바란다"고 밝혔다. 또 "실무적 문제들은 문서교환 방식으로 합의하면 됨"이라고 명시했다. 남측과 철거 일자는 협의하겠으나 철거 여부에 관해서는 협의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실무적 문제를 문서교환 방식으로 합의하겠다는 것 또한 협의의 여지를 최소화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금강산관광사업은 1998년 10월 현대그룹과 북한 조선아세아태평양평화위원회가 '금강산 관광사업에 관한 합의서'를 체결하면서 본격 시작됐다. 같은 해 11월 금강산 해로관광이 시작됐고, 2003년 9월부터는 육로관광이 실시됐다. 이어 2007년 6월 내금강관광까지 시작되면서 사업이 안정화되는 듯했으나, 2008년 7월 관광객 피격사망사건으로 모든 것이 중단됐다. 이후 북한이 남측 정부·공사 자산 몰수 및 민간자산 동결, 현대 독점사업권 취소, 금강산국제관광특구법 채택 및 남측 인원 철수 등의 조치를 강행할 때마다 부침을 겪기도 했으나 남북 협력사업이라는 인식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지난해 9월 평양공동선언에 '남과 북은 조건이 마련되는 데 따라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사업을 우선 정상화하고'라는 문안이 명시되고, 올해 1월 김 위원장이 육성 신년사에서 "아무런 전제조건이나 대가 없이 개성공업지구와 금강산관광을 재개할 용의가 있습니다"라고 밝힐 때까지만 하더라도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진전되면 자연스럽게 재개될 거라는 전망이었다. 그러나 상황은 좋지 않다. 김 위원장은 금강산관광지구 시찰에서 "우리의 명산인 금강산에 대한 관광사업을 남측을 내세워 하는 일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금강산지구를 국제관광문화지구 새롭게 꾸며 독자적으로 관광사업을 진행하겠다는 결정을 하달한 것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북한이 시설 철거 문제를 문서교환 방식으로 논의하자는 통지문을 보낸 것은 철거 이외의 다른 문제에 대해서는 논의할 의사가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지금은 5·24 조치 등 남북교류를 제한하는 조치에 대한 전면적 재검토를 통해 문제 해결의 계기를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금강산 개발은 김정은의 중요한 국정과제임은 분명해 보이고, 그동안 방치해온 데 대한 불만이 최근 금강산 현지지도에서 표출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금강산관광은 단순한 관광사업이 아니라 남북관계 전반의 발전은 물론 북미 간 비핵화 협상과도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라며 "어떻게든 지금의 접촉, 대화를 계기로 반전을 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포괄적 대북제재 장기화에 따른 피해를 극복하기 위해 자력갱생을 내걸었고, 이러한 연장선에서 남북관계 지형을 바꾸려는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한 만큼 기존의 이상주의적 접근으로는 문제 해결이 쉽지 않을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퍄오둥쉰(朴東勳) 중국 연변대 한반도연구원 국제정치연구소장은 최근 한반도 평화경제를 주제로 한 국제포럼에서 "앞으로 한반도 평화체제가 구축될 때 남북은 어떤 질서를 구성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라며 "앞으로의 남북관계는 경쟁하고 게임하는 치열한 경합의 장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