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블루' 위로할 9조 상품권…소비 진작 효과 정말 있을까
文 "방역 참여한 모든 국민에 고통…보상 받을 자격 있다"소득 하위 70%에 최대 100만원…"단기 소비 진작 클 것"예산정책처 "코로나19 사태, 韓성장률 -0.68%p 하락 효과""4월 2차 추경 처리 후 5월 지급"…2분기 성장률 반영될 듯"사태 종식 않고는 내수 회복 가능성 크지 않아" 지적 여전
30일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계획을 밝힌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번 정책의 목적 중 하나로 이 같은 내용을 언급했다. 수혜 가구 범위를 소득 하위 70%까지 늘린 이유다. 당초 기재부는 중위소득 100% 이하, 즉 소득 하위 50%인 1000만 가구에 한해 가구당 100만원씩을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그러나 막판 협의 끝에 중위소득 150%(소득 하위 70%) 이하에 해당하는 가구에까지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여당의 주장이 관철됐다. 정부 지원이 시급한 소득 최하위 계층뿐 아니라 중산층까지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범위를 넓힌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모든 국민이 고통 받았고, 함께 방역에 참여했던 만큼 이에 보상받을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 이번 조치가 경제적 지원을 넘어 심리적 차원에서의 지원, 즉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불안감, 우울감, 스트레스 등 심리적 불안을 겪고 있는 국민 모두를 타깃으로 한 정책임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저소득층을 타깃으로 한 소비 쿠폰 등 사회 안전망을 보강하기 위한 조치를 취했음에도 차상위 계층이나 프리랜서, 강제 무급 휴직자 등 사각지대가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기재부가 제시한 사례를 보면 소득이 하위 45% 수준이면서 아이 둘을 둔 부부는 4인 가구 기준으로 긴급재난지원금을 받고, 이에 더해 소비·돌봄 쿠폰, 건강보험료 감면 혜택 등을 중복 지원받을 수 있다. 피해가 큰 업종에서 종사하는 소상공인이라면 100~300만원의 지원금과 함께 일자리안정자금도 최대 288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 이 가구가 거주하는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여건에 따라 추가 지원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홍 부총리는 "예금이나 다른 지불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는 현금이 아닌, 지역 화폐나 상품권 등의 형식으로 지급하기 때문에 단기간 내 소비 진작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재원 투입 규모를 보면 경제 성장을 견인하는 효과도 일정 부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이 같은 홍 부총리의 전망은 1분기엔 해당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홍 부총리는 이미 지난 20일께 올해 1분기 경제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9조1000억원 규모의 긴급재난지원금의 재원은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통해 조달할 예정이어서 총선이 끝난 후 국회 문턱을 넘어서고 나서야 실제 집행이 가능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와 관련, "신속한 지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4월 중 국회에서 처리된 후 5월 중순 전후로 실제 지급되도록 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국회예산정책처가 펴낸 '코로나19 세계적 유행의 경제적 영향'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보면 이번 감염병 사태는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을 약 -0.68%포인트(p) 하락시킬 것으로 추산된다. 도소매업, 운수업, 숙박음식점업 등 주요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국내 경제 활동이 위축되면서 생기는 충격이 약 -0.39%p다. 나머지 -0.29%p는 미국, 중국,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인도, 캐나다 등 주요 9개국 경제 성장률이 둔화됨에 따른 영향이다. 9개국 성장률 평균과 한국 성장률 사이의 민감도는 지난 20년간 약 0.72로 계산됐다. 주 교수는 "소비 진작 효과를 세세히 따지기에는 경제 충격의 크기가 상당히 크기 때문에 과감한 재정 투여가 있어야 하는 건 분명하다"면서 "과거에 경험해 보지 못했던 전염병 사태에 직면한 데다 외국과 비교 해봐도 지원 규모 자체엔 무리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현금 살포 정책의 효과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여전하다. 익명을 요구한 민간 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미국이나 유럽에서의 상황을 보면 코로나19 사태는 앞으로 2~3달 지속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면서 "사태가 완전히 종식되지 않고서야 내수가 살아날 가능성은 크지 않다. 한 가구에 100~200만원을 일회성으로 지급한다 해서 이들이 겪는 어려움이 해소될 것이라 보긴 어렵다"고 꼬집었다. 이 연구위원은 "이 같은 지원은 일회성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에 이어 3차 추경 얘기까지 나오는 상황"이라면서 "이번 세대에서 정부가 진 빚은 다음 세대에서 모두 세금으로 갚아야 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기재부는 9조1000억원 규모의 긴급재난지원금 중 지자체 자금 약 2조원을 제외한 7조1000억원을 2차 추경 편성을 통해 조달할 계획이다. 정부는 대부분의 재원을 기존 세출 예산에 대한 구조조정 작업을 통해 충당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이 작업으로 부족할 땐 적자국채(세입 부족을 보전하기 위해 발행하는 국채)를 추가로 발행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앞서 기재부는 이미 1차 추경 때 10조3000억원의 적자국채를 발행한 바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