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잘알]공 한 개도 안던지고 승리투수?…야구 승리·세이브 요건
2003년 볼티모어 구원투수 라이언, 견제구 하나로 승리요건선발투수 5이닝 이상 투구해야 승리투수 요건
탬파베이 레이스를 상대한 류현진은 팀이 6-3으로 앞선 5회말 2사에서 마운드를 떠났다. 다른 투수들이 추가 실점을 1점으로 막은 토론토는 6-4로 탬파베이를 따돌렸다. 승리투수는 가장 긴 이닝을 책임진 류현진이 아닌 1이닝을 던진 조단 로마노에게 돌아갔다. 이미 많은 팬들은 류현진이 승리를 따낼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이를 알지 못했던 이들이 궁금증 해소에 나서면서 때 아닌 '승리투수 요건'이 실시간 검색 차트에서 목격된 것이다. 선발투수가 승리를 획득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요건을 갖춰야 한다. 최소 5이닝 투구, 교체 당시 본인 팀의 리드, 경기 종료까지 리드의 유지가 모두 이뤄져야 한다. 경기가 5회에 종료될 경우 승리를 위한 최소 이닝은 4회가 된다. 류현진은 본인 팀의 리드와 경기 종료까지 리드의 유지는 충족했지만 첫 번째 요건인 5회를 채우지 못해 이름을 올리지 못한 사례다. 구원투수의 승리 요건은 선발투수에 비해 조금 까다롭다. 구원투수가 던지고 있는 동안 리드를 잡고 그 리드가 경기 끝까지 유지될 때 해당 선수에게 승리가 돌아가는 것은 가장 일반적이다. 이기고 있는 팀의 선발투수가 5회를 넘기지 못하고, 2명 이상 투수들이 끝까지 리드를 지킬 경우에는 승리투수 선택에 주관적인 판단이 작용한다. 이때는 공식기록원이 가장 효과적인 투구를 했다고 선수의 이름을 승리투수란에 기입한다. 많은 선수들이 이닝을 끊어 던지는 올스타전에서는 선발과 구원에 관계없이 리드를 잡았을 당시 던지고 있던 이에게 승리를 주는 것이 관례다. 팀 승리를 지킨다는 의미의 세이브는 승리팀 마지막 투수만이 누릴 수 있는 기록이다. 물론 경기를 끝내는 투수에게 무조건 세이브가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이를 구분 짓는 것은 점수차와 주자의 존재 여부다. 주자 없는 상황에서 3점차 리드시에는 최소 1이닝을 투구해야 세이브가 성립된다. 루상에 주자가 나가 있다면 다양한 상황이 펼쳐진다. 한국야구위원회(KBO)의 2020 야구규칙에는 '베이스에 나가 있는 주자 또는 상대하는 타자 또는 그 다음 타자가 득점하면 동점이 되는 상황에서 출전하였을 경우'에 세이브를 부여한다고 적혀있다.
투수가 등판 직후 상대하는 타자와 다음 타자에게 백투백 홈런을 맞았을 떄 동점이 된다면 세이브 요건을 갖췄다고 보면 된다. 주자가 1명이라면 ⅓이닝만 던져도 세이브가 가능한 식이다. 3이닝 이상 투구로 승리를 지키면 점수차에 관계없이 해당 선수는 세이브를 가져간다. 점수차가 5점이든 10점이든 3이닝을 넘긴 마지막 선수는 세이브 투수로 남는다. 세이브의 기원은 195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시카고 트리뷴 기자 제롬 홀츠먼은 18승1패로 기세를 올리던 메이저리그(MLB)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구원투수 로이 페이스의 성적에 주목했다. 홀츠먼은 페이스가 승리를 챙긴 18경기 중 10경기에서는 동점 또는 역전을 허용했다는 것을 발견하고, 구원투수의 가치를 정확히 평가하기 위한 다른 척도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때 탄생한 것이 세이브다. MLB닷컴은 "홀츠만의 의도는 아니었겠지만, 세이브는 지난 50년 야구계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고 평가했다. 2점 리드시 1이닝 퍼펙트, 3점 리드시 2이닝 이상 투구 등의 세이브 요건은 몇 차례 손질을 거쳐 지금에 이르렀다. 역사가 쌓이면서 승리와 세이브에 대한 이색 기록들도 여럿 탄생했다. MLB에서는 공을 1개도 던지지 않은 선수가 승리투수로 이름을 올린 사례도 있다. 2003년 5월1일 볼티모어 오리올스 투수 B.J.라이언은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와의 더블헤더 1차전에서 1-2로 뒤진 7회 2사 후 등판, 견제구로 이닝을 끝냈다. 견제구는 투구에 포함되지 않는다.
최장 이닝 세이브 기록은 호아킨 베노아가 갖고 있다. 2002년 9월3일 텍사스 레인저스 소속이던 베노아는 4-0으로 앞선 3회말 세 번째 투수로 등장해 7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1회 무사에서 선발 투수가 마운드를 내려갔고, 구원 등판해 2이닝을 던진 토드 판 포펠이 있었기에 베노아가 세이브 투수로 기록됐다. 한국 프로야구에서는 아직 '0구 승리투수'가 탄생하지 않았다. 1구 승리투수는 22차례 나왔다. 최초의 행운아는 1990년 7월26일 빙그레 이글스전에 등판한 롯데 자이언츠 투수 김청수다. 정찬헌(LG)은 2017년 7월27일(넥센전)과 2018년 7월26일(삼성전) 두 번이나 공 1개만 던지고 승리를 따냈다. 1구 세이브는 총 44차례 등장했다. 아웃 카운트 1~2개를 남기고 구원 등판하는 마무리 투수들이 늘어나면서 1구 승리 만큼의 희소성은 없는 편이다. 한편 홀드는 중간 계투를 한 구원 투수로서 세이브와 같은 요건을 충족한 투수에게 주어지는 기록이다. 승리, 패전, 세이브 투수에게는 홀드 기록을 주지 않는다. 다른 기록과 달리 한 경기 2명 이상이 나올 수도 있다. 홀드의 경우 이후 투수가 내려간 뒤 팀이 역전패하더라도 인정해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