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잘알]K리그가 '축구 신대륙' 동남아를 주목하는 이유
2020시즌 프로축구 '동남아 쿼터' 신설…'3+1+1 제도'1980년대 피아퐁 성공 이후 쯔엉·콩푸엉 등 적응 실패안산 '동남아 쿼터' 1호 선수로 아스나위 영입FIFA도 주목하는 '축구 신대륙' 동남아…축구 열기 후끈
물론 그동안 동남아시아의 K리그 진출 시도가 없었던 건 아니다. 하지만 대부분이 적응에 실패하면서 이렇다 할 족적을 남기지 못하고 떠났다. 그래서 이번 '동남아시아 쿼터'의 성공적인 안착이 중요하다. K리그 '동남아시아 쿼터'는 무엇인가 연맹은 지난 2009년 아시안 쿼터를 만들어 기존의 국적에 상관없이 3명의 외국인 선수를 영입하게 했던 것에 아시아축구연맹(AFC) 가맹국(호주 포함)에서 추가로 1명을 더 영입할 수 있는 이른바 '3+1' 외국인 제도를 도입했다.여기에 2020시즌부터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ASEAN) 가맹국에서 1명을 더하는 '동남아시아 쿼터'를 새로 만들었다. '3+1+1'로 총 5명의 외국인 선수를 보유하고 출전시킬 수 있게 된 것이다. 동남아시아 쿼터는 아세안 가맹국이면서 AFC 회원국의 국적을 보유한 선수에 적용되며, 과거 동남아 국적 취득을 통한 유럽, 남미 귀화 선수 영입을 막기 위한 조처도 마련했다.
동남아시아의 K리그 도전기 동남아시아 쿼터 도입 이전에도 K리그에서 뛴 동남아 선수는 있었다. 가장 대표적인 선수는 1980년대 럭키 금성에서 활약한 피아퐁(태국)이다. 그는 동남아 선수가 익숙지 않던 과거 K리그 무대에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지금까지 동남아시아 출신 K리그 선수로 유일한 '코리안 드림'을 일궈낸 선수가 바로 피아퐁이다. 1984~1986년까지 금성에서 뛰며 43경기에 출전해 18골과 도움 6개를 기록했다. 특히 1985년 21경기에서 12골 6도움으로 득점왕과 도움왕을 모두 휩쓸었다. 세 시즌을 한국에서 보낸 뒤 고국으로 돌아간 피아퐁은 태국에서 지도자, 해설위원 등으로 활약을 이어갔다. 피아퐁은 지난 2007년 K리그 올스타전에 참가하기 위해 21년 만에 한국을 방문하기도 했다.
2016년 인천 유나이티드가 쯔엉(베트남)을 영입하며 30년 만에 다시 동남아 국적 K리거가 탄생했지만 피아퐁 때와는 상황이 달랐다. 전력 강화보단 새로운 스폰서를 찾던 인천의 상황과 맞물러 시도된 영입이었다. 동남아라는 잠재력 있는 시장을 개척하려는 비즈니스와 마케팅 목적이 더 컸다. 실제로 쯔엉은 인천에서 적응에 실패한 뒤 강원을 거쳐 지금은 태국의 부리람 유나이티드에서 뛰고 있다. 베트남의 박지성으로 불렸지만, K리그의 벽을 넘기엔 역부족이었다. 2019년 콩푸엉(베트남)도 다르지 않았다. 베트남 축구대표팀에서 '히딩크급' 돌풍을 일으킨 박항서 감독의 추천으로 한국 땅을 밟았지만, 이후 신트트라위던(벨기에)에서도 4개월가량 짧게 몸담았다가 베트남으로 돌아갔다. 쯔엉은 인천과 강원에서 6경기, 콩푸엉은 인천에서 8경기를 뛰는 데 그쳤다.
왜 K리그는 '축구 신대륙' 동남아 시장을 원하나 박항서 감독이 베트남의 국민적인 영웅으로 떠오르면서 K리그가 베트남 중심의 동남아 시장을 공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비슷한 시기 일본 J리그가 태국 국가대표인 송크라신 차나팁(콘사도레 삿포로), 티라톤 분마탄(요코하마 F.마리노스)을 앞세워 중계권 시장을 개척하고 태국 기업들의 스폰서를 유치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동남아는 무한한 가능성을 갖춘 '축구 신대륙'으로 꼽힌다. 국제축구연맹(FIFA)도 중국, 아프리카, 인도와 함께 동남아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인구가 6억 명이 넘고 경제 규모도 2조 달러에 달한다. 동남아 월드컵으로 불리는 '스즈키컵' 열기는 상상 이상이다. 동남아 축구 팬들 입장에선 과거 박지성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활약한 것처럼 아시아 최고 수준인 K리그에서의 활약에 큰 의미를 부여할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이것은 연맹이 동남아시아 쿼터를 신설한 이유이기도 하다. 동남아시아 쿼터 1호는 '신태용 제자' 아스나위
인도네시아 연령별 대표팀을 거친 그는 신 감독이 직접 김길식 안산 감독에게 추천한 선수로도 유명하다. 자국 최고의 유망주로 꼽히는 아스나위의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는 17만9000여 명으로 K리그 계정 팔로워(11만 2000명)보다 많다. 아스나위의 안산 이적 소식이 전해지자 구단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가 하루 1만 명 이상 늘어났고, 안산 구단 구글 트렌드 검색량이 하루 만에 100배 상승하기도 했다. 연맹 관계자는 "인도네시아는 전 세계에서 4번째로 인구가 많고, 축구 열기가 뜨거워 잠재력이 높은 시장"이라며 "아스나위 영입 발표 후 K리그 유튜브 영상에 해외 팬들의 댓글이 많이 달리고 있다"라고 전했다. 이를 위해 K리그 해외중계권 판매 대행사인 스포츠레이더는 인도네시아 시장의 접근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안산 김 감독은 "아스나위에게 충분한 시간을 줄 생각이다. 기대가 크다고 급하게 내보냈다가 선수가 부담을 가질 수 있다"라며 아스나위의 성공적인 K리그 안착을 위해 돕겠다고 했다. 동남아시아 쿼터는 성공적으로 정착될까 아쉽게도 이번 시즌 동남아시아 쿼터 활용은 안산에서 그칠 가능성이 크다. 전북 현대가 겨울 이적시장에서 동남아 쿼터를 고려했으나, 막판 협상에서 불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거액의 몸값이었다. 동남아시아 선수의 이적료는 우리가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높다. 태국 국가대표 선수들의 이적료와 연봉은 국내 선수급이다. 베트남도 이적료가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단순히 가성비 차원에서 접근할 수준이 아니라는 얘기다. 하지만 스폰서 유치를 고민하는 시도민구단에 동남아시아 쿼터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도구가 될 수 있으며, 전북과 울산 같은 기업 구단들도 모기업의 동남아 진출에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울산 모기업에 속한 현대오일뱅크는 베트남 시장을 주목 중이며, 지난해 1월 동계훈련의 시작을 베트남에서 한 것도 이와 같은 배경이다. 또 동남아 최대 라이벌 관계인 태국 선수를 전북이, 베트남 선수를 울산이 영입한다면 '현대가 더비'에 대한 관심이 동남아 전역에 퍼질 수 있다. ※스잘알은 '스포츠 잘 알고 봅시다'의 줄임말로 재미있는 스포츠 이야기와 함께 어려운 스포츠 용어, 규칙 등을 쉽게 풀어주는 뉴시스 스포츠부의 연재 기사입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