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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다, 中 정부 개입으로 급한 불 껐지만…파산 위기 해소 안돼(종합)

등록 2021-09-29 15:52:38   최종수정 2021-10-05 09: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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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다, 국유기업에 자회사 은행 지분 매각

"은행 대출 상환"…막대한 부채해소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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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전(중국 광둥성)=AP/뉴시스]중국 남부 선전(深圳)에 있는 중국 부동산개발회사 헝다(에버그란데) 그룹 본사 앞을 23일 주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연일 폭락을 계속해온 중국 부동산개발회사 헝다(에버그란데) 그룹의 주식이 23일 홍콩 증시에서 12% 급등했다. 2021.9.23
[서울=뉴시스] 유자비 기자 = 파산 위기에 몰린 중국 2위 부동산개발그룹 헝다(에버그란데)가 29일 자회사가 보유한 은행 지분 일부를 매각하기로 하면서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은 가까스로 끌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헝다그룹 자회사 지분 인수 대상자가 국영기업인 만큼 중국 정부가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해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이 개입할지도 주목된다.

일각에서는 은행 지분 일부 매각 등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는 천문학적 자금이 소요되는 헝다 그룹을 파산 위기에서 구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있다.

이날 중국 정취안스바오에 따르면 헝다그룹은 홍콩증권거래소 공시를 통해 "이사회 28일 결정에 따라 그룹 완전출자자회사 '헝다그룹난창유한공사'가 보유한 성징은행(盛京銀行) 비유통주식 17억5300만주를 선양성징자산그룹유한공사에 양도하기로 했다"며 "해당 주식은 성징은행 발행한 주식의 19.93%를 차지한다"고 전했다.

성징은행의 비통주식의 가격은 매주당 5.7위안으로, 이번 매각으로 헝다는 99억9300만위안(약 1조8300억원)을 확보하게 된다.

헝다그룹은 지난달에도 성징은행 주식 1.9%를 매각해 10억위안(약 1832억2000만원)의 자금을 확보한 바 있다.

헝다그룹은 "우리 회사의 유동성 문제가 성징은행에 심각한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며 "성징은행이 국유기업(선양성징금융투자유한공사)을 최대주주로 영입하는 것은 은행의 안정적인 운영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지분 매각은 성징은행에 대한 부채를 갚는 데 사용된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헝다의 주가는 홍콩증시에서 장중 10% 넘게 급등하기도 했다.

헝다그룹이 국유기업에 자회사가 보유한 은행 지분 일부를 매각하기로 하면서 중국 당국이 헝다 위기로 인한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나서는 움직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당국이 거대 부동산 회사의 자금난 여파를 억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이번 지분 매각 발표로 헝다의 유동성 위기가 다소 완화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다만 매각 수익이 성징은행에 대한 채무 상환을 위해 요구되면서 주택구매자, 채권보유자 등에 대한 헝다그룹의 막대한 부채를 갚는 데에 도움이 거의 되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헝다그룹의 채권 등을 포함한 현재 부채 규모는 1조9700억위안(약 36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헝다는 지난 23일 지급해야 할 달러 채권 이자 8350만 달러를 내지 못해 디폴트 위기를 키웠다. 이에 대해 지금까지 헝다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다만 30일의 유예 기간이 주어져 당장 디폴트로 결정되지는 않았다.

또 이날 만기가 도래한 2024년 3월 만기 달러채 이자 4750만달러(약 563억원) 지급을 충족할 수 있을 지에 대해 시장이 예의주시하고 있다.

무디스의 니콜라스 주 애널리스트는 "사회와 금융부문의 안정을 유지하는 것이 여전히 중국 정부의 가장 중요한 정책 목표"라며 "지방정부를 포함한 당국은 헝다 문제 해결이 사회나 금융의 불안을 초래하지 않도록 정책 조치를 취하고 조정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CNBC는 "외국인 투자자들보다 국내 채권의 주요 보유자인 국내 투자자들을 우선시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조치는 중국 정부가 국유기업에 헝다그룹의 자산 일부를 매입하라고 지시했다는 보도가 나온 가운데 나왔다.

동망(東網)과 재화망(財華網) 등은 중국 당국자 등 소식통과 외신을 인용해 정부가 직접 헝다그룹 구제에 개입하지 않는 방식을 취하면서 국유기업에 이같이 요구했다고 전했다.

이미 국유 기업 여러곳이 자산 매입을 위해 자산의 실사와 감정을 마쳤다고 매체들은 밝혔다. 정부가 자산을 사라고 지시한 국유 부동산 기업에는 완커와 부동산 개발사 중국 진마오 홀딩스, 화룬부동산(화룬즈디) 등이 포함됐다. 이를 두고 소식통들은 중국 정부가 헝다그룹 파산시 발생할 사회적 불안을 최소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의 2위 부동산개발 업체 헝다는 막대한 부채를 통해 성장했으나 중국 정부가 부동산 시장에 대한 대출 규제에 나서며 궁지로 몰리게 됐다. 부동산은 그동안 중국 경제 성장의 동력이었지만 최근 중국 정부가 '공동부유'를 강조하며 부동산 시장 과열에 대해서도 옥죄기에 나선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28일(현지시간) 헝다 사태가 중국 경제를 위한 새 진로를 개척하려는 중국 지도자들의 개혁 의지를 시험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중국 정부가 헝다를 구한다면 다른 기업들에게도 아직 실패하기엔 너무 크다는 메시지를 보낼 위험을 무릅써야 하고, 만약 구하지 않는다면 미완성 아파트를 기다리는 주택 구매자들과 수백개의 소규모 기업, 채권자, 은행에 타격을 입힐 수 있어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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